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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에도 성(性)이 있다
투자에도 성(性)이 있다
  • 칼럼
  • 승인 2018.07.22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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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창업가 비율 낮은
우리나라 투자 생태계
젠더 관점의 환경 조성
▲ 이윤애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지난 5월 우연히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발표한 ‘소셜벤처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방안’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현재 맡고 있는 역할이 ‘여성새로일하기’에 관여하다 보니 경력단절 여성들의 경제활동 지원과 관련된 내용이라면 눈을 부릅뜨고 읽어볼 수 밖에 없다. 정부가 창업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소셜벤처 허브를 육성하고 사회적경제 지원사업에 대기업이나 공기업의 참여를 활성화시킨다는 내용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소셜벤처 활성화 정책에 부응해 투자자들도 긍정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대부분 청년일자리에 치우쳐있어 아쉬움도 크다.

기사 행간에서 눈에 확 들어오는 투자사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이 투자사는 일반적인 투자를 벗어나 보다 성평등적 관점에서 투자 프로세스를 다루겠다고 나섰다. 소셜벤처전문 임팩트 투자사 ‘에스오피오오엔지(SOPOONG·소풍)’이다. 소풍은 2008년 설립된 투자사로 공유경제나 환경 등 사회문제에 대응하는 스타트업 기업을 지원해 온 국내 첫 투자회사이다. 올해 초부터는 젠더관점의 투자(Gender Lens Investing)원칙을 전면 적용했다. 서류심사부터 심의위원회 구성, 투자선발 과정전반에 걸쳐 정비했다.

젠더관점의 투자란 성평등을 전제로 투자를 집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이드라인을 통해 파트너와 투자심사자들의 젠더감수성을 점검하고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심사에 성차별적인 관점이 개입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투자사 소풍이 처음부터 젠더관점에서 투자를 기획해 온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매년 2회씩 정기투자가 진행되는 데 보통 투자받은 팀의 25% 정도는 여성창업기업이 선정된다고 한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에는 투자가 결정된 팀에 여성이 한 팀도 없어 내부에서 당황했었다. 고민이 시작되었다.

선정과정에서 혹시 여성창업가를 대할 때 편견을 갖고 있지는 않았는지 점검에 점검을 거듭했다. 젠더관점 투자를 위한 TF팀을 꾸려 해외 사례를 공부하고 투자미팅 때 서로가 나누는 대화를 관찰한 뒤 피드백을 주는 전문가도 배석시켰고 투자를 집행할 때 어떤 부분에서 편견이 생기는지 파악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 ‘젠더관점의 투자(Gender Lens Inv esting)’ 프로젝트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우리 센터에서도 여성창업자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실제 여성들에게 우호적이지 못한 창업환경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중소기업청의 ‘2016 창업실태조사’를 보면 전체 여성창업가 비율은 40.7%에 이르지만 대부분 생계형 개인사업자이고 법인 비율은 12.6%로 낮다.

또한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 기업 가운데 여성창업기업은 6.5%에 그치고 투자금액도 전체의 4.1%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투자사들이 대상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여성에게는 리더십이 없다거나 남성 창업가가 더 진취적이고 모험심이 강하다, 혹은 여성은 기술기반의 전문성이 없다거나 여성은 성과를 빠르게 내지 못한다’등과 같은 성(性)별 고정관념이 작동된 결과일 수 있다.

투자사 소풍은 올해 3월 8일 ‘세계여성의날’에 맞춰 ‘젠더안경을 쓰고 본 기울어진 투자운동장’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며 젠더관점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적용해 올해 상반기 투자를 심사했더니 최종 투자심의에 진출한 여성창업자는 42.9%에 달했고 투자가 결정된 여성창업기업은 30%에 이르렀다고 한다.

우리나라 투자생태계에도 성(性)을 기반으로 한 젠더관점의 환경이 조성될 수 있는 긍정적 신호탄이 지금 막 쏘아 올려졌다. 기대가 크다.

△이윤애 센터장은 전북발전연구원 연구원, 전북해바라기아동센터 부소장, 전북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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