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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43) 7장 전쟁 19
[불멸의 백제] (143) 7장 전쟁 19
  • 기고
  • 승인 2018.07.24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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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밤하늘에 솟은 불화살 2개, 그리고 날카로운 호각소리가 4번 울렸다. 황무지 끝쪽의 당군 목책을 돌아가던 계백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가자! 적 기마군이 나왔다!”

계백이 말에 박차를 넣으면서 소리쳤다.

“기마군의 방향은 북쪽이다!”

불화살은 기마군이 나왔다는 표시고 호각소리 4번은 북쪽이다. 그것은 10개 기마부대가 들었을 테니 모두 북쪽으로 방향을 틀었을 것이다. 이것이 백제군의 전략이다. 5백기씩 10개 부대로 나뉘어 사방의 진지를 어지럽게 밖에서 화공(火攻)을 퍼부은 후에 적이 나오면 순식간에 모이는 것이다.

“불을 꺼라!”

목책 밖에서 스쳐 지나면서 불화살을 쏜 터라 이쪽은 진막이 불에 탔다. 불화살은 날아오는 불덩이다. 소경이 아닌 이상 불덩이에 맞는 군사는 없다. 진막과 쌓아놓은 군량, 모아놓은 말떼를 겨냥하고 쏘아서 어떤 부대는 말떼가 목책 밖으로 달아났다. 당군의 진영은 혼란에 휩싸였지만 인명 피해는 적다.

“기마군 7천이 나갔습니다!”

부장 하나가 달려와 보고 했을 때는 화공이 시작된지 한식경쯤이 지난 후다.

“장군 석범이 중랑장 유충, 빈우장을 데리고 나갔습니다!”

우성문이 머리만 끄덕였다. 물자 피해는 예상보다 적다. 목책 안의 진막 3할 정도가 불에 탔고 군량은 거의 잃지 않았다. 말떼도 5백여필이 도망쳤지만 소란에 비하면 약소하다. 그때 우성문이 호각소리를 또 들었다. 이번에는 3번이 계속 울린다.

“저 호각소리가 귀에 익다.”

우성문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남쪽에서 들은 것 같은데….”

머리를 기울였던 우성문이 혀를 찼다.

나이가 들면 약해지는 부분이 있다. 기억력이다.

호각소리 4번이 물에만 밥을 삼키는 간격으로 세번째 울렸을 때 백제군 3천이 사방에서 당군을 압박했다. 사방에 퍼져있던 5백기씩의 백제 기동군이 호각소리를 듣고 모여든 것이다. 마치 피냄새를 맡고 달려든 상어떼와 같다. 피냄새는 호각이다. 네번째 울렸을 때는 8개대(隊) 4천 기마군이 달려들었고 다섯번째 울렸을 때의 광경은 장관이었다. 처음에 당군 중심부에 설치된 중군(中軍)의 거대한 진지에서 목책 밖으로 뛰어나온 기마군 7천은 우선 앞에서 불화살을 쏴대고 도망치던 백제 기마군 제4대(隊)를 쫓았다. 장덕 백용문이 이끄는 5백기다. 백용문의 기마대가 즉시 북쪽으로 도망치면서 밤하늘에 불화살을 쏘았고 호각을 불어 재낀 것이다. 그러나 제 4대는 미끼다. 뒤에서 물려고 달려오는 대어(大漁)를 끌고 가는 미끼다. 그래서 꼬리 부분이 다 뜯겼고 몸통까지 손상을 입었다. 5백 기마군중 2백여기가 희생되었다. 그 사이에 백용문은 당군을 굴곡이 많은 북쪽 황무지로 유인했고 그 사이에 계백까지 지휘하는 백제 기마군 10개대에 둘러싸이게 된 것이다.

“쳐라!”

적이 눈앞에 펼쳐지자 장졸의 눈이 뒤집혔다.

“와앗!”

외침과 탄성이 함께 일어났고 사방에서 백제군이 달려들었다. 같은 밤, 당군은 기마군 7천의 대군이다. 7천이 한개의 목표로 돌입하면 10만도 깨뜨릴 수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양상이다. 7천 기마군은 목표를 잃었고 사방 열 군데에서 물어 뜯기기 시작했다. 시력을 잃은 고래가 10마리의 상어에게 물어뜯기는 것과 같다. 같은 밤, 대륙에서 피바람이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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