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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시간들, 시로 일어나
고통의 시간들, 시로 일어나
  • 문민주
  • 승인 2018.07.26 1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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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20주년 박갑순 첫 시집 〈우리는 눈물을 연습한 적 없다〉
등단 20주년을 맞은 박갑순 시인이 첫 시집 <우리는 눈물을 연습한 적 없다>를 펴냈다.

시집 <우리는 눈물을 연습한 적 없다>는 시인이 자신에게 보내는 의도적인 메시지다. 위암과 유방암 등 힘든 투병 중에 시는 태어났다. 그래서 ‘칼의 흔적’, ‘양파’, ‘항문의 능력’, ‘생의 구간’ 등 고통을 감싸 안고 뒹굴던 시간이 시의 행간에 묻어있다. 캄캄한 슬픔을 종이 한 장에 쏟아놓기까지 숱한 절망이 가슴을 관통했을 것. 그런 가운데서도 그는 좌절하지 않고 자신을 조율하며 희망을 확인한다.

“나는 당신의 빈 잔에 채워지고 싶은 물/ 당신은 나를 가슴에 담아야 하는 잔// 나는 이만큼의 거리에서/ 당신을 위해 채워야 하는 목숨// (중략) 우리는 기다림에 지친 가슴 열고/ 둘이 아닌 하나가 되어야 할 운명// 아니면 엎질러져야 한다/ 차라리 깨어져야 한다” ( ‘물과 잔’ 일부)

잔은 채워질 무언가를 기다리며 비어 있다. 그 잔 속에는 완치를 기다리는 가족이 있다. 그는 예전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다짐하고 몸부림친다. 이렇듯 절반의 시편들은 악물고 절뚝거리며 ‘일어선 흔적’이다.

마경덕 시인은 “박갑순 시인은 삶과 부딪치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파장에 흔들리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한다”며 “시인이 작품 속에 텍스트로 차용한 이미지는 ‘부드러움 속의 완강함’이고, 곳곳에 누적된 삶의 무늬는 ‘붉은빛’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부안 출신인 박갑순 시인은 1998년 ‘자유문학’에서 시로, 2004년 ‘수필과비평’에서 수필로 등단했다. 월간 ‘소년문학’ 편집장을 지냈고 현재 교정을 전문으로 하는 ‘글다듬이집’ 주인을 맡고 있다. 수필집 <꽃망울 떨어질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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