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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46) 8장 안시성(安市城) ②
[불멸의 백제] (146) 8장 안시성(安市城)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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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2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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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사신이 왔어?”

되물은 양만춘이 옆에 앉은 계백을 보았다. 당황제 이세민이 보낸 사신이 성 밖에 있다는 것이다. 서문(西門)의 수문장이 이마의 땀을 손바닥으로 닦으며 말했다.

“예, 성주께 황제의 전갈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이부상서라고 했습니다.”

“들여보내라.”

양만춘이 웃으면서 지시했다.

“이세민이 어떤 조건을 내놓는지 그것으로 그자의 용인술을 보겠다.”

잠시 후에 안시성의 청에는 당의 사신으로 온 이부상서 유춘관이 중랑장 둘을 대동하고 들어섰다. 금박을 입힌 붉은 색 비단 예복을 입고 머리에 관모를 썼는데 풍채가 좋았다. 뒤를 따르는 중랑장 둘도 장군이어서 늠름하고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한걸음씩 갈지자로 걸어들어온 유춘관이 양만춘과 계백의 열 걸음쯤 앞에서 멈춰섰다. 청안은 숨소리도 나지 않았다. 1백평 쯤 되는 청에는 아름드리 기둥 좌우에 고구려, 백제 장수들이 갈라서 있었는데 가운데 선 왕의 사신 옆모습을 보는 자세다. 잠깐 정적이 덮여졌다. 이부상서 유춘관은 언변이 좋고 지모가 뛰어난 인물이다. 이세민이 현무문의 변을 일으켰을 때 계략을 짠 인물이기도 하다. 그때 유춘관이 먼저 입을 열었다.

“대당(大唐)의 사신 이부상서 유춘관이 안시성주를 뵙소.”

양만춘과 계백은 앞쪽의 의자에 앉아있다. 사신 유춘관과 장수 둘은 서 있는 상황이다. 마치 상국(上國)에 문안인사차 온 조공국의 사신같은 꼴이다. 양만춘이 대답했다.

“말하라.”

양만춘은 고구려 서부(西部)의 성주다. 당의 이부상서는 6조의 우두머리 상서이니 최고위층 관리인 것이다. 순간 유춘관이 호흡을 고르더니 말을 이었다.

“황제께서 안시성주 양만춘이 투항을 하면 고구려 서부를 식읍으로 하사하시고 대장군 겸 요동왕으로 봉하신다고 했소.”

“나를 요동왕으로?”

되물은 양만춘이 눈을 크게 떴다.

“상서, 그 말이 사실인가?”

“황제의 임명장을 드리겠소. 임명장까지 써주고 실행하지 않는다면 어찌 천하 백성의 황제가 될 수 있겠소? 고구려를 정벌하지 않더라도 임명하신다고 말씀하셨소.”

“여기 백제군 장수도 와 계시는데 어떻게 한단 말인가?”

“백제군 장수 계백은 백제 담로왕으로 임명하신다고 했소. 그 휘하 장수들도 합당한 직위를 하사하실 것이오.”

“굉장한 포상이다.”

양만춘이 감동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

“내가 요동왕이 되다니, 조상의 은덕이 이제야 나한테 쏟아졌구나.”

유춘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양만춘의 말이 진심인지 헷갈린 것이다. 그때 계백이 유춘관에게 물었다.

“상서, 백제의 담로는 아직 정벌하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나를 담로왕으로 봉할 수가 있단 말이오?”

“물론 그렇지만 고구려가 멸망하면 백제 담로도 무너지지 않겠습니까?”

“담로가 22개니 그중 몇 개 군을 주시겠소? 난 10개는 받고 싶은데.”

“그것은….”

그때 양만춘이 나섰다.

“내 수하 장수들에게도 왕을 시켜주면 안시성을 드리지. 적어도 왕 5명은 더 있어야겠는데.”

그때 참다못한 고구려 장수 하나가 웃음을 터뜨렸고 청 안은 웃음으로 덮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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