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18-11-21 13:35 (수)
[ 지방분권과 혁신도시 시즌2 로드맵] ⑩ 유럽 전문가가 말하는 지역균형발전과 분권 - "중앙 중심적 생각·특정지역 부 독점, 이제는 사라져야"
[ 지방분권과 혁신도시 시즌2 로드맵] ⑩ 유럽 전문가가 말하는 지역균형발전과 분권 - "중앙 중심적 생각·특정지역 부 독점, 이제는 사라져야"
  • 김윤정
  • 승인 2018.07.30 19: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비 어 매슬란 소장, 소수의 희생을 당연시 하거나 지역민 의사 묵살하는 건 폭력
오리올 바토메우스 교수, 서울로만 인재들 모이는 한국 지역균형발전 시키는 데 한계
폴 에드워즈 국장, 꾸준히 균형잡힌 정책 만들고 지역발전 공론화할 필요 있어
▲ 사비 어 매슬란 카탈루냐 국제연구소장(왼쪽)과 오리올 바토메우스 바르셀로나 자치대학 교수(가운데), 폴 에드워즈 영국 버밍엄 LEP 전략 국장이 지역균형발전과 분권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영국 버밍엄·스페인 바르셀로나=박형민 기자

전 세계가 분권을 통한 지역균형발전의 시대적 흐름에 공감하고 있다. 균형발전은 국민 간의 실질적 평등을 유도하고, 낙후되는 지역의 소멸을 막아 국토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중앙 집중적 사고는 20세기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더욱 빨라졌다. 특히 압축성장으로 대변되는 한국의 경제발전은 서울을 중심으로 했기에 지역 간 불균형은 더욱 심화됐다. 영국과 스페인 등 유럽 내 전문가들은 각 나라마다 역사가 다르고 국민성에 맞춘 정책과 법안이 필요하기 때문에 획일적인 평가는 어렵지만, 특정지역이 부를 독점하고 이것이 사실상의 계층 구조를 만드는 현 상황을 타파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인터뷰는 사비 어 매슬란 카탈루냐 국제연구소장, 오리올 바토메우스 바르셀로나 자치대학교수, 폴 에드워즈 영국 버밍엄 LEP 전략 국장을 대상으로 각각 진행됐으며 공통된 질문에 따른 답변을 재구성한 것이다.

-현재 한국사회는 압축 성장 과정에서 만들어진 사회적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지역균형발전 방안을 90년대 초부터 모색해왔지만, 지역과 수도 간 격차는 더욱 커진 상황입니다. 유럽에서 보는 한국 지방자치의 현 주소는 어떠합니까.

△오리올 바토메우스(스페인)=한국은 유럽은 물론 다른 아시아 국가들하고도 단순비교하기 힘든 점이 많아요. 일단 선진국 중에선 흔치 않은 단일민족 국가로서 국민들이 같은 역사를 공유하고 있죠. 여기에 분단된 국토라는 점도 강한 특수성을 지니게 합니다. 저는 이러한 특성이 결국 ‘서울’ 집중화로 나타났다고 봅니다. 같은 역사와 정서를 공유하는 한국은 중앙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발전하고 지금까지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한국을 다녀온 사람들이 모두 이야기 하는 게 ‘서울이 곧 한국’이라는 것입니다. 고대에서 중세에 이르기까지 지방국가 체계를 유지했던 유럽보다 지방자치의 토대가 약한 것은 필연적인 일이라 봅니다.

△폴 에드워즈(영국)=한국의 지방자치는 그 역사가 깊지 않음에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앙이 예산을 틀어쥐고 분배하는 재정구조를 제외하면 선출직 공무원인 각 자치단체 대표들도 적극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수도에 국가의 모든 인프라가 모여 있는 것은 어떤 문제를 불러온다고 보십니까.

△폴 에드워즈=수도권에 모든 인프라가 집중되는 현상은 영국에서도 큰 고민입니다. 인구도 서울하고 비슷한 900만 명 규모입니다.

도시가 과밀해지면 교통 체증과 범죄율의 증가가 대표적인 폐단으로 나타납니다. 이에 따라 런던시가 추가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매년 20억 파운드(약 3조원)에 달하고 있어요. 런던 시민들도 매년 평균 70시간의 교통 체증을 추가로 겪고 있습니다.

영국 정치문화경제 중심지인 런던은 비대화에 시민들이 힘들어하고, 다른 지역은 노후화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영국이 ‘스마트 시티’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효율적인 도시재생으로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한 것입니다.

-지역 간 경제적·사회적 격차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것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서울에서 태어난 것 자체가 특권이라 할 정도로 서울시민과 타 지역시민의 삶의 질이 크게 차이나고 있습니다.

△사비 어 매슬란(스페인)=같은 국가 내 타 지역들과의 경제적·사회적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진다면 그것은 필시 심각한 갈등과 또 다른 계층구조를 만들어 내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현재 한국과 스페인의 상황은 많이 다릅니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모든 권력을 독점하고 기득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함을 느낍니다. 이것에 저항하면 지역이기주의로 몰아가는 프레임도 지양해야 합니다. 모든 시민은 완벽하지 않더라도 지역에 따라 차별받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국가가 해야 할 일입니다.

△오리올 바토메우스=저는 한국의 명문대학이 서울에만 몰려있다는 점이 문제로 보이네요. 다른 국가의 경우 각 지역을 대표하는 명문대학이 있습니다. 이는 유럽도 마찬가지고,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한국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도 그러한 데 한국은 유독 지방대학이 약하더군요. 지원도 미비하고 오히려 지방대를 규제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인재가 서울로만 모이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 지역균형발전을 꾀하자는 것은 궤변에 불과합니다. 청년들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지방에 명문대학이 있다면 기꺼이 찾아 갈 것입니다. 사회에 진출하기 전부터 고향을 떠나 서울서 공부하고 그곳에서 정착하는 구조에 대해 심도 있는 문제 제기가 진행돼야 하지 않을까요. 서울시민이 곧 특권이라면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 중 누가 지역으로 와 지역발전에 힘을 보태겠습니까.

-지역 발전에 대해 이야기하면 지역이기주의다, 전체의 발전을 저해하는 소지역주의라는 프레임이 공고합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폴 에드워즈=답변이 어려운 문제네요. 지역이기주의 즉 님비·핌피 현상은 우리가 현대교육을 받아오며 자리 잡은 개념인데요. 물론 특정 지역이 전체 국민에 해를 가한다면 문제지만, 충분히 논의하고 균형을 모색할 수 있는 사안도 이기주의로 몰아가는 게 문제입니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전체 국민은 사실 경제가 발전된 지역에 사는 많은 기득권을 대표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리주의와도 귀결되죠. 민간과 정부가 꾸준히 균형잡힌 정책을 만들고 공론화할 필요가 있는 문제입니다.

△사비 어 매슬란=많은 사람을 위해 적은 사람의 희생을 당연시 하거나 중앙정부의 뜻을 위해 지역민의 의사를 묵살하는 건 일종의 폭력입니다. 지역이기주의와 소지역주의를 구분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나 논리는 없습니다. 대화와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어느 한쪽에 헤게모니가 실리는 것은 옳지 않아요.

△오리올 바토메우스=한국인의 단결된 사고는 많은 번영을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했죠. 한국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실현을 윤리적 행위라고 판단하는 공리주의적 사고가 강합니다. 즉 ‘집단의 행복은 개인들의 행복의 총 합이다’라는 개념적 사고가 뿌리깊이 박힌 것이죠. 한국은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며, 집단주의적 사고와 개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공리주의적 국민성이 발달했습니다. 한국이 지방분권을 통해 지역균형발전을 이뤄내기 위해선 지역과 국가를 생각하는 국민들의 특징을 잘 파악해 설득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