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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48) 8장 안시성(安市城) ④
[불멸의 백제] (148) 8장 안시성(安市城)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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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31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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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뭐라고? 사신이?”

이세민이 앞에 선 대장군 우성문을 보았다. 오전 사시(10시)무렵, 우성문은 어깨를 부풀리며 거친 숨을 뱉는다.

“예, 그런데 사신이 백제군 수장인 계백이란 놈입니다.”

“오오.”

이세민의 눈이 좁혀졌다. 황제의 진막안이다. 백여명이 넘는 장군들이 긴장한 채 이세민과 우성문을 번갈아 보고 있다.

그때 우성문이 말을 이었다.

“폐하, 그놈이 아군의 허실을 염탐하려고 온 것입니다. 바로 참수해서 머리를 창끝에 꽂고 위세를 보여야만….”

“가만.”

이세민이 우성문의 말을 막았다.

“말이 많구나.”

“황공하옵니다. 폐하.”

“넌 몸보다 말이 빠른 놈이다.”

“황공 무지로소이다.”

이세민이 주위를 둘러보는 시늉을 했다.

“우성문의 감군으로 나갔던 곽영탁이 어디 있느냐?”

“네, 폐하.”

말석에 서있던 곽영탁이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진막 안은 숨소리도 나지 않았다. 이세민의 대장군이며 태수, 도독 등 여러 직임을 보유하고 있는 우성문을 개 부르듯이 이름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곽영탁 따위는 말할 것도 없다. 이세민의 눈이 다시 좁혀졌다.

“너는 감군으로 우성문의 패퇴를 속인 놈이다. 네 죄를 알렸다?”

기가 질린 곽영탁이 숨도 쉬지 못하고 땅바닥에 이마를 붙인채 엎드려 버렸다.

이세민의 시선이 우성문에게 옮겨졌다.

“호가호위(狐假虎威)는 너를 두고 한 말이겠다. 그렇지 않으냐?”

이제는 우성문이 땅바닥에 엎드렸고 이세민의 말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쥐새끼가 여우의 위세를 빌어서 나대는 것을 뭐라고 하느냐?”

이세민의 시선이 요동총독 서위에게로 옮겨졌다.

“총독이 말해보라.”

“예, 서가호위(鼠假虎威)가 되겠습니다.”

“이놈, 우성문.”

이세민이 엎드린 우성문을 꾸짖었다.

“백제군 계백에게 대패를 하고 감군과 함께 그 사실을 숨기고는 계백이 사신으로 오니까 탄로가 날까봐서 겁이 났느냐?”

우성문은 엎드려 떨기만 했다. 이세민과 긴 인연이 있었으니 성격을 더 잘 아는 것이다. 냉혹하고 잔인해서 형제도 눈 깜박 하지 않고 살육하는 이세민이다. 부친인 태조 이연도 이세민이 겁이 나서 현무문의 변이 일어난지 두달만에 황제 위를 이세민에게 넘겨주고 물러났다. 그때 이세민이 엎드린 둘을 향해 말을 이었다.

“이놈들, 내가 모르고 있었던 줄 아느냐?”

이세민이 아래쪽에 선 위사장에게 지시했다.

“감군 곽영탁의 머리를 떼어서 창끝에 꽂아 계백이 들어오는 입구에 세워 놓아라.”

“네, 폐하.”

“우성문은 사지를 결박해서 그 머리통 옆에 꿇려놓아라.”

“네, 폐하.”

“계백을 극진히 영접하여 나한테 데리고 오라.”

이세민이 지시하자 장수들이 서둘렀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는데 질서가 엄정한 한편으로 빈틈이 없다. 이윽고 안시성에서 보낸 사신 계백 일행이 황제의 진막 앞에 도착했다. 그때 진막 앞에는 창끝에 꿰인 곽영탁의 머리가 먼 하늘을 바라보며 세워져 있었고 그 밑에는 우성문의 사지가 결박한 채 꿇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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