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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49) 8장 안시성(安市城) ⑤
[불멸의 백제] (149) 8장 안시성(安市城) ⑤
  • 기고
  • 승인 2018.08.01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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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어서오너라.”

이세민이 떠들썩한 목소리로 계백을 맞았다. 계백이 20보쯤 떨어진 거리로 다가왔을 때 소리친 것이다. 파격이다. 계백도 놀라 주춤거렸을 정도였으니 둘러선 당의 장수들은 숨까지 죽였다. 이세민이 다시 소리쳤다.

“가까이 오라. 가까이.”

계백이 두 손을 모으고 다가갔다. 뒤를 우보성과 윤건, 하도리가 따른다.

진막 안이 조용해졌다. 계백과 사신들의 발자욱 소리만 난다. 10보 거리에서 계백이 발을 멈추고 이세민을 보았다. 이세민의 속눈썹까지 보인다. 당태종, 정관19년, 제위에 오른지 19년째다. 47세, 계백을 내려다보는 눈빛이 강하다. 진막 앞에 걸린 곽영탁의 머리통과 우성문의 결박된 모습은 계백에 대한 압력이다. 계백에게 참패한 무장들인 것이다. 그때 계백이 허리를 굽혀 절을 했다.

“백제 은솔 계백이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어떠냐?”

이세민이 대뜸 물었다.

“대당(大唐)의 분위기가 어떻다고 돌아가서 말할 테냐?”

“폐하의 기세에 눌려 제대로 보지 못 했다고 말할 것 같습니다.”

“앗하하.”

소리내어 웃은 이세민이 지그시 계백을 보았다.

“너희들 왕, 의자와 비교하면 어떠냐?”

“감히 어찌 비교를 하겠습니까? 말씀을 거두워 주옵소서.”

“그래야지.”

선선히 머리를 끄덕인 이세민이 정색하고 말했다.

“네가 오기 전에 말이 많았지만 살려서 보내주마. 다만 이 말 한마디는 명심하고 돌아가거라.”

“예. 폐하”

“내가 대륙을 평정하지 못 하고 저승에 갈 지도 모른다.”

이세민의 목소리가 진막을 울렸다.

“인생(人生) 50년, 피었다가 순식간에 지는 꽃처럼 세월이 흐르지만 사는 동안 만이라도 보람을 느껴야 하느니라.”

계백도 숨을 죽였고 이세민의 말이 이어졌다.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도 다 부질없다. 귀신이 되어서 뭘 듣고 자랑으로 여기겠느냐.”

“……”

“순간의 영화를 위하여 나는 비열하게 살지 않는다. 이것이 군주의 마음가짐이다.”

이세민은 결국 자신의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계백이 허리를 굽혔다.

“폐하. 명심하겠습니다.”

“돌아가서 내 말만 전해라.”

“예. 폐하.”

“고구려왕, 백제왕의 자질이 나보다 나을지도 모르지만 하늘은 준비한 자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

계백이 다시 허리를 숙였을 때 이세민이 문득 물었다.

“너는 다음 신라왕이 누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느냐?”

난데없는 질문이어서 계백은 쳐다만 보았고 뒤에 선 우보성과 윤진 등은 몸을 굳혔다. 이세민의 얼굴에 웃음이 떴다.

“백제왕도 신라왕을 겸할 수가 있겠지. 하지만 신라인으로 누가 여왕의 뒤를 잇는 것이 나을 것 같으냐?”

“김춘추가 낫겠지요.”

계백이 똑바로 이세민을 보았다.

“김춘추는 왕이 되면 백제와 통합을 한다고 각서를 썼습니다.”

“앗핫핫.”

다시 소리내어 웃은 이세민이 말했다.

“그런가? 김춘추가 뛰어난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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