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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 한줄에 담긴 세월의 흔적
한줄 한줄에 담긴 세월의 흔적
  • 문민주
  • 승인 2018.08.02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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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호 시집 출간
조기호 시인이 스무 번째 시집 <하지 무렵>을 내놨다.

여든을 넘은 시인은 평생을 겪어온, 손때 묻은 연륜을 서리서리 풀어낸다. 세월이 흐르면서 기억력과 창의력이 퇴화됨을 느낀다는 그.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달이 서너 편의 시를 써낸다. 시를 쓰는 날은 가만히 늙어가는 자신이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시를 읽으면 세월의 흔적 묻은 얼굴로 시 한 뼘을 끼적이는 그의 형상이 보이는 듯하다.

하지 무렵, 모내기하는 아버지와 감자 삶는 어머니가 있는 유년 시절을 추억하는 시인. 이렇듯 옛 세월을 되새김질하는 그의 시편에는 ‘여백’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 여백은 점심에 반주 한잔 나누는 친구들, 전깃불 안 껐다고 지청구하는 아내와 함께하는 소소한 즐거움으로 채워나간다.

또 시인은 이승과 저승에 대해 고뇌하면서 버리고 비우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나간다. 흔적을 비우고 거둔다는 것조차 부질없음을 깨닫고, 채움도 비움도 거둠도 모른 채 살아가리라 결심하기도 한다.

“(상략) 당신의 영혼이 가고 마음 가고 또 가을마저 가고나면/ 서러운 수의를 껴입은 나는 막차를 탑니다.// 맥 빠진 강물이 나를 따라옵니다./ 나를 부르실 때까지 바람은 가득하였습니다.// 당신과 나 사이의 백신은 언제쯤/ 이승 어느 울음에서나 빚어질 수 있겠습니까.” ( ‘이별 백신’ 일부)

전주 출신인 조 시인은 전주문인협회 3·4대 회장과 문예가족 회장, 전주시풍물시동인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시집 <저 꽃잎에 흐르는 바람아>, <바람 가슴에 핀 노래>, <산에서는 산이 자라나고>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목정문학상, 후광문학상, 전북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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