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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잠사와 스마트 팜
호남 잠사와 스마트 팜
  • 위병기
  • 승인 2018.08.0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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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시 백산면에 있는 관망대는 금만경 평야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인데 호남야산개발사업 준공식(1969년)때 만경 출신 장경순 국회부의장이 박정희 당시 대통령과 함께 참석했음을 보여주는 안내판이 부근에 있다. ‘호남야산개발’은 3년에 걸쳐 여의도 면적의 19배에 달하는 주변 야산을 일거에 농토로 개발해 벼를 재배하고, 양잠(養蠶)도 본격 추진했다.

김제 백산(白山)은 원래 나무는 없고 흰 돌만 있어 ‘백산’이라고 했다는데 불과 몇년만에 하얀 누에고치가 산을 이뤄 진짜 백산이 됐다. 국내 최대 잠사공장인 호남잠사를 건립된 것도 그 즈음이다. 호남잠사는 20여년간 번성했으나 값싼 중국 수입산 누에고치에 밀려 양잠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결국 문을 닫았다.

누에고치에서 뽑은 섬유를 견(絹·silk)이라고 하는데 중국 한나라 이후 견제품은 실크로드를 통해 서방제국에 전해져 최고의 귀중품으로 여겨졌다. 누에는 한때 농가소득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로또처럼 여겨졌으나 1970년대 후반, 뽕나무를 캐내는 폐농의 한숨소리는 김제일대뿐 아니라 전국을 진동했다.

성격은 다르지만, 제2의 호남야산개발사업이라고 할 수도 있는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김제 백구 일대에 조성된다고 해서 지역민들의 기대가 크다.

김제와 경북 상주를 비롯해 연말까지 전국적으로 4곳을 선정,한곳당 약 2000억원의 국비와 지방비를 투입해 20ha 규모의 스마트팜과 창업보육센터 등을 설립한다. 농기계 생산부터 농작물 가공, 유통 등 전·후방산업을 함께 육성하는 프로젝트다. 전국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얻은 성과여서 일단 쾌거라고 할만하다. 그런데 마냥 좋아할 것만도 아니다.

2016년 농식품부 및 LG그룹 계열사 LG CNS가 새만금에 약 76.2ha(23만평) 규모의 대규모 스마트팜 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했는데 결국 이 사업이 철회됐기 때문이다. 당시 일부 농민단체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정치권 등이 대규모 스마트팜 단지 조성에 반대하면서 LG CNS가 사업계획을 거둔 바 있다. 새만금 한 곳에 76ha 규모로 대단지를 조성될 수 있었으나 그 기회가 사라지고 이번에 전국 4곳에 각각 20ha(6만평) 규모로 쪼개졌다. 50년전 김제 백산에서 시작된 호남야산개발사업은 금만평야를 푸르게 물들이고, 누에 하나로 20년 넘게 양잠인들의 먹거리를 제공했는데, 이제 김제 백구에서 시작될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비록 규모는 작지만 국내 농생명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하는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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