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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53) 8장 안시성(安市城) ⑨
[불멸의 백제] (153) 8장 안시성(安市城) ⑨
  • 기고
  • 승인 2018.08.07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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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그물에 걸린 고기나 마찬가지다. 당군은 그물 속에서 꿈틀거렸고 성벽 아래쪽으로 물러선 백제군은 일제히 활을 쏘았다. 투석기로 던진 돌은 하나도 빗나가지 않고 그물에 덮인 당군에 맞았다. 함성이 진동하고 있다. 이제 성벽 위로 올라온 백제군이 그물속의 당군을 찔러 잡는다. 성 밖의 당군이 넘어진 운제를 기어올라 왔다가 기겁을 하고 물러가다가 굴러떨어졌다. 성벽 위의 그물 덩어리와 그물에 덮여 죽는 당군의 참상을 본 때문이다. 그리고 그물에 걸려 성벽 위로 올라설 수도 없다.

“와앗!”

성벽 위의 백제군이 당군의 시체를 성 밖으로 던지면서 함성을 질렀다. 성벽에 걸쳐진 거대한 운제 2개는 불타오르고 있다. 해가 한 뼘쯤 솟아올랐을 때 당군은 물러가기 시작했다. 전에는 시체를 수습하고 갔지만 지금은 버려두었다. 그만큼 혼란에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대승이오.”

지원군을 이끌고 달려온 양만춘이 계백의 옆에 서서 패퇴해가는 당군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성 밖의 들판에 깔린 당군의 시체는 5백여구나 된다.

“운제에서 쏟아진 당군을 그물로 덮을 묘수를 썼다니, 우리도 그물을 만들어야겠소.”

양만춘이 옆에 늘어진 그물을 뜯었다. 질긴 삼줄과 쇠줄을 섞어 만든 그물이다. 칼로 끊기 어렵게 가는 쇠줄을 안에 심어 놓았다. 성벽 뒤쪽에 늘어뜨려 놓았다가 좌우에서 당기면 그물이 펼쳐지는 단순한 구조다.

“이세민이 운제를 묶어 새로운 공성기구를 만들었지만 우리한테 당했구려.”

“당군은 또 다른 공성기구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양만춘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져졌다. 당군은 땅을 파서 성 안으로 들어오려고 세 군데에서 땅굴을 팠다. 하루에 1백자(30m)씩 무서운 속도로 파 들어오다가 그것을 탐지한 고구려군에게 몰살을 당했다. 고구려군이 위에서 땅굴을 허물어버린 것이다. 땅굴 안에 있던 당군 수백명이 생매장을 당했다. 이제 당군은 투석기로 돌을 날리지 않는다. 성안의 고구려, 백제군은 이미 지하에 엄폐물을 만들어놓았을 뿐 아니라 날아온 돌을 모아 무기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성안에는 1년 반을 지탱할 양식이 저장된 데다 수십 군데의 마르지 않는 식수가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구려, 백제 연합군의 사기가 높아지고 있다. 계백이 사처로 돌아왔을 때는 오후 신시(4시)가 되어갈 무렵이다. 이제는 사처 집사가 된 덕조가 계백을 따라 마루방에 들어서면서 물었다.

“주인, 당군이 동쪽도 막았다는 게 정말입니까?”

머리를 끄덕인 계백이 덕조를 보았다.

“왜? 넌 도망갈 생각이었느냐?”

당군은 터놓았던 동쪽까지 막아버린 것이다. 이것은 안시성의 군민(軍民)을 몰사시키겠다는 결의다. 지금까지는 성을 비우고 후퇴하도록 해준 것이다. 그래서 경비가 허술한 동쪽을 통해 덕조와 서진이 성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아니올시다. 주인께선 서운한 말씀을 하시오.”

얼굴을 찌푸린 덕조가 말을 이었다.

“주인, 낮에 시장에 나갔다가 상인들이 하는 말을 듣고 왔습니다.”

그때 방으로 서진이 들어와 계백의 갑옷을 뒤에서 벗겼다. 자연스러운 행동이어서 덕조는 뒤로 물러섰다. 벽에 등을 붙인 덕조가 서두르듯 말을 잇는다.

“그런데 성안에 당군 첩자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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