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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54) 8장 안시성(安市城) ⑩
[불멸의 백제] (154) 8장 안시성(安市城) 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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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8.08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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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의자왕이 계백의 서신을 받았을 때는 안시성 공방이 3개월이 넘었을 때다. 계백의 서신을 품고 온 장덕 백용문은 안시성에서 빠져나와 남쪽 바닷가로 내려온 후에 백제 무역선을 타고 왔다. 대륙의 동쪽은 백제령 담로가 이어져 있어서 백제 무역선을 쉽게 만난다. 의자가 백용문이 올린 계백의 서신을 읽고 나서 얼굴을 펴고 웃었다.

“백제군이 안시성의 주력군으로 기틀을 잡았구나. 장하다.”

그때 아래쪽에 서 있던 병관좌평 성충이 말했다.

“대왕, 당왕 이세민이 겨울이 되기 전에 안시성을 함락시키지 못하면 철군해야만 살 길이 열릴 것입니다.”

“이세민이 수 양제보다 나을 게 없지.”

의자가 바로 말을 받았다.

“군사력이나 장비 면에서 수 양제가 이세민보다 몇배는 나았다.”

그러나 수 양제 양광은 요동성에서 막혀 1백만 대군이 곤욕을 치르다가 회군했다. 당시 요동성을 우회하여 고구려 내륙으로 진입했다. 수의 30만 대군은 살수대첩에서 고구려 을지문덕에게 대패하여 살아 돌아간 군사는 2천여명 뿐이었다. 그것이 수(隋) 멸망의 원인이 된 것이다. 단 아래쪽에 있던 내신좌평 흥수가 한걸음 나섰다.

“대왕, 안시성으로 돌아갈 장덕 백용문에게 고구려 대막리지께 가는 밀서를 줘 보내면 되겠습니다. 따로 사신을 보낼 필요가 없겠습니다.”

“옳지.”

의자가 머리를 끄덕였다.

“네가 잘 왔다.연개소문공에게 가는 밀서와 내 말까지 전하거라.”

“예, 대왕.”

“밀서는 곧 써주겠지만 전할 말은 이렇다. 잘 들어라.”

의자가 헛기침했다. 글로 적어 보내는 밀서와는 달리 전할 말은 사담(私談)에 가깝다. 개인적인 말이니 친숙한 사이에서의 전갈이다.

“내가 신라 김유신이 끌고 올라가려던 수레 3천대를 포획했다고 전해라. 이건 밀서에 적을 만한 일도 아니다.”

긴장한 백용문에게 의자가 웃어 보였다.

“양곡이 6만석 실려 있었으니 당군 30만이 넉 달간 먹을 양식이었다.”

“예. 대왕.”

“우리 백제군이 신라의 양곡 수송로를 차단하고 있을 테니 이세민을 꼭 잡아서 구경을 시켜주기 바란다고 전해라.”

“예. 대왕.”

둘러선 백관들 사이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백제 조정 분위기는 밝고 자유스럽다. 왕좌에 앉은 대왕 앞에 문무백관이 늘어서 있지만 가끔 자색 관복과 비색(緋色) 관복의 신하들이 뒤섞일 때도 있다. 그러다가 제자리로 돌아간다. 자색띠와 관복을 입은 것은 1품 좌평(佐平)에서부터 6품 나솔까지이며 7품 장덕에서 11품 대덕까지는 비색 관복, 12품 문독에서 16품 극우까지는 청색 관복인 것이다. 그때 성충이 입을 열었다.

“지난달에 신라 국경에서 가야족 6천호 3만여명이 백제령으로 넘어왔다고 은솔에게 전해주게.”

“네. 좌평.”

성충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남방방령이 가야족 이주민이 넘쳐나는 바람에 아예 국경에 대군을 대기시켜놓고 있다네.”

그말을 들은 안시성의 백제군 사기는 충천할 것이다. 먼 이국땅에서 고국 백제가 번성하고 있다는 것을 듣게 되면 적의 목을 몇개 벤 것보다 더 기운이 날테니까. 그것을 모두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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