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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55) 8장 안시성(安市城) ⑪
[불멸의 백제] (155) 8장 안시성(安市城) 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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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8.09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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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그 시간에 연개소문은 안시성 동쪽 1백여리 지점에 있는 오골성(烏骨城)에서 장수들과 주연을 벌이는 중이다. 아직 해가 지지도 않았는데 장수들 앞에는 술상이 놓였고 연개소문의 얼굴에는 취기가 배 있다.

“이세민은 안시성에 발이 묶여진 셈이야. 시간이 지날수록 떠나기가 더 힘들어진다.”

술잔을 든 연개소문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권위에 집착하게 되면 제 위신과 타인의 평가에 신경을 쓰는 법이지. 이세민은 안시성을 함락시키지 않고서는 움직이지 않는다.”

“대막리지 전하.”

막리지 요영춘이 연개소문을 보았다.

“신라가 백제군에게 군량을 빼앗긴 후에 이세민의 질책이 두려워서 사신을 다시 파견한다고 합니다.”

“그래야겠지. 이번 전쟁에 신라의 충동질이 일조했으니까.”

연개소문이 장수들을 둘러 보았다.

“사신으로 또 김춘추가 갈 것인가?”

“김춘추밖에 인물이 없습니다.”

막리지이며 연개소문의 동생 연정로가 대답했다.

“더구나 김춘추의 아들 김인문이가 이세민의 시동으로 전쟁에 나와 있습니다. 이세민의 기색을 제 아비한테 알려줄 테니까요.”

“과연.”

연개소문이 머리를 끄덕였다. 어느덧 얼굴에서 웃음기가 지워졌다.

“신라에서 다음 왕위(王位)는 김춘추가 차지하겠다.”

모두 입을 다물었고 연개소문의 말이 이어졌다.

“그렇지 않으냐? 고구려, 백제, 신라, 당, 대륙의 4국 중에서 김춘추만큼 제 왕국을 위해 목숨을 내던지고 뛰는 인물이 어디 있느냐?”

“….”

“김춘추는 왜국에도 들어가 청병을 했다가 수모를 당하고 쫓겨났다.”

“….”

“그 후로 나한테도 단신으로 찾아와 백제를 견제해달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러다가 잡혀 죽을 것 같으니까 도망쳤다.”

“….”

“그 후에는 백제 수군(水軍)에 잡혀 의자왕 앞에까지 끌려갔다가 놓여나지 않았느냐? 4국(國)에서 이런 위인이 있는가 찾아봐라.”

술잔을 내려놓은 연개소문이 길게 숨을 뱉었다.

“온갖 수모를 견디면서 대륙의 왕국을 종횡무진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자는 영웅이다.”

그러더니 연개소문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웃었다.

“다음에 이자를 보면 불문곡직하고 죽여라. 말 한마디 들을 필요가 없다. 무조건 죽여라. 알았느냐?”

“예엣.”

둘러앉은 고관 장수들이 일제히 대답했을 때 연개소문이 다시 술잔을 들었다.

“난세일수록 운이 강해야 영웅이 되는 법. 역사는 결국 승자의 편에서 쓰이게 마련이다.”

모두 술잔을 들었지만 아무도 감히 말대답하지 않는다. 주연이 끝나고 청을 나왔을 때는 술시(8시) 무렵. 막리지 요영춘의 옆으로 태대형 고준이 다가왔다. 고준은 연개소문의 측근으로 이번 전쟁에서 주력군의 선봉장을 맡았다. 연개소문은 오골성에 12만 대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요영춘이 멈춰 섰을 때 고준이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우리 대막리지 전하와 의자왕, 이세민과 김춘추가 영웅이란 말씀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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