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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장에 걸린 시는 어디로 갔을까
승강장에 걸린 시는 어디로 갔을까
  • 칼럼
  • 승인 2018.08.13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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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를 기다리면서
시 한 편을 읽는다는 건
그 얼마나 멋진 일인가!
▲ 조미애 시인·전북시인협회장

최근 전주시내버스승강장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예술이 숨쉬는 승강장’이 되어 시민들에게는 이용의 편리를 도모하고 전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쾌적한 인상을 주기 위해 현대적인 모습으로 하나 둘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전주시 전역을 지붕 없는 미술관과 예술관으로 만들기 위한 큰 행보라고 한다. ‘천년의 빛’과 ‘천년의 숨’을 주제로 했다는 소식이다. 승강장 하나에도 예술을 접목하고자 하는 노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그런데 전주시내버스승강장이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던 날에 그곳에 걸려 있던 시(詩)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얼마 전 우리 협회 카페에는 특별한 글이 올라왔다. 전주를 방문한 경기도의 한 여성이 버스승강장에서 만나게 된 시 한 편에 대한 감동을 적은 글이었다. 전북도청 버스정류장에 있는 글이었는데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여 카페를 찾아 글을 남긴 것이었다. 우연히 만난 시에 대한 여운과 함께 사진으로 찍어간 시를 캘리그라퍼 지인이 작품으로 만들어주었다면서 족자와 부채로 만들어진 사진까지 올려 둔 것이다. 공개된 자리에 연락처까지 남긴 그분의 정성은 한 줄기 소나기처럼 신선하고 고마웠다.

그동안 전주시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버스승강장에 전주 시인들의 시를 승강장 벽의 옆면에 새겨 시민들이나 전주를 찾는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버스승강장에 시인들의 작품이 걸리던 날 전주는 다른 그 어느 도시에서도 하지 못했던 일을 해낸 것만으로 문화예술도시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만들어진 승강장문학작품은 점차 상업적 광고에 밀려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당시 나의 시는 전북대학교 승강장에 있었는데 빠르게 커다란 광고 한 장이 그 위를 덮어버렸다. 이후 승강장 시 걸기는 한 차례 더 시도되었고 그때 걸었던 작품은 다행히 아직 남아 있다.

한때는 기와를 얹어 고전적인 도시로써의 풍모를 자랑하였는데 이제 현대적인 감각의 조형물로써 승강장 자체가 예술적인 위엄을 담아 고전과 현대가 병존하는 전주시의 모습을 승강장에서도 볼 수 있는가 보다. 승강장이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현대적인 모습으로 새롭게 건축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이다. 문제는 ‘예술이 숨쉬는 승강장’ 바로 그곳에서 시인들의 아름다운 작품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시에서는 오래전부터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시를 써서 보여주고 있다. 서울에 가는 날에는 지인들의 시를 읽기 위해서라도 일부러 지하철을 이용하곤 한다. 오고 가는 많은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지하철 시를 읽고 있을 것이다. 바쁜 걸음으로 그냥 스치는 인연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한 편의 시가 친구가 되어 고단한 일상을 위로하고 있을 것이다. 서울시가 처음 지하철에 시를 걸기로 했을 때에는 전국의 시인들에게 청탁을 하여 시를 모았으며 최근에는 시인들의 시와 함께 시민들의 작품도 받아서 올리고 있다.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한 편의 시를 읽는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시가 있는 승강장’의 풍경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새로운 단장이 모두 끝나고 나면 공사 기간 중 잠시 보관해 둔 시를 찾아서 시내버스승강장에 다시 걸어 줄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전주를 찾은 사람들로부터 승강장에 걸린 시를 읽고서 보내오는 반가운 소식을 오래도록 선물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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