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18-11-14 16:34 (수)
[불멸의 백제] (159) 8장 안시성(安市城) ⑮
[불멸의 백제] (159) 8장 안시성(安市城) ⑮
  • 기고
  • 승인 2018.08.15 20: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이원호 그림 권휘원

진막으로 돌아온 이세민의 갑옷을 시종들이 벗기기 시작했다. 가죽에 금박을 입힌 데다 장식 대부분은 금이다. 갑옷을 벗기자 이세민의 땀에 젖은 비단옷이 드러났다. 시종 둘이 좌우에서 땀을 닦아준다. 그때 이세민이 시종 하나에게 물었다.

“네 아비가 언제 온다더냐?”

“네?”

놀란 시종의 얼굴이 금방 하얗게 굳어졌다. 시종은 바로 김춘추의 아들 김인문이다. 이세민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이번에 군량을 백제군에게 탈취당해 나한테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지 않느냐?”

김인문이 숨을 죽였고 이세민의 말이 이어졌다.

“신라에서 그에 대한 사죄사가 올 텐데 올 인물은 김춘추 뿐이다.”

그러는 동안 다른 시종들이 이세민의 겉옷을 입혀주었다. 곧 용상에 앉은 이세민이 김인문에게 다시 묻는다.

“어떠냐? 연락받았느냐?”

“아니옵니다.”

“짐 앞에서 거짓말을 하면 9족을 몰살시킨다는 것을 아느냐?”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내용은 칼로 내려치는 것 같다.

“예, 폐하.”

허리를 굽힌 김인문의 얼굴은 땀범벅이 되었다. 김인문은 아직 17세다. 그때 이세민의 말이 이어졌다.

“네가 시종으로 내 옆에 붙어있으면서 사흘에 한 번씩 성안에 사는 신라놈들에게 내 근황과 정세를 알려준다는 것을 알고 있다.”

“…….”

“그걸 알면서도 짐은 놔두었다. 신라는 당의 신하(臣下)국으로 소식이 빨리 전해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세민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져졌다.

“이곳 전장에까지 네 심부름을 하는 밀정놈들이 따라왔더구나. 치중대의 내의복 관리하는 놈들이지?”

그 말을 옆에서 듣던 친위대장 왕양춘이 어깨를 부풀렸다. 눈을 치켜뜨고 있어서 당장에 김인문을 도륙할 것 같다. 그때 김인문이 입을 열었다.

“예, 폐하. 죽여주시옵소서.”

“내 말에 대답해라. 네 아비는 언제 오느냐?”

“곧 오실 것입니다.”

김인문의 목소리가 떨렸다.

“군량을 빼앗긴 사죄사로 올 것 같다고 지난번 인편으로 전해왔습니다.”

“그렇다면 밀정놈을 신라로 보내서 네 애비가 올 필요가 없다고 전해라.”

“예, 폐하.”

“그리고 또 있다.”

용상에 등을 붙인 이세민이 지그시 김인문을 보았다. 눈빛이 깊고 차갑다. 당(唐)을 개국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이세민이다. 태원유수였던 아버지 이연을 부추겨 수(隨)를 멸망시키고 당을 세운 것이 이세민이었던 것이다. 그 이세민의 시선을 받은 김인문은 마치 독사 앞의 생쥐나 같다. 이세민이 입을 열었다.

“신라에서 네 아비만 밀정을 보내고 내 주위를 맴도는 것이 아니다.”

김인문을 노려본 채 이세민이 말을 이었다.

“상대등 비담도 마찬가지, 그놈도 여왕 이후의 왕위를 노리고 나를 아버지라고 부른다. 난 늙은 자식을 두었다.”

이세민의 얼굴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네 아비한테 내 말을 전해라. 비담이 다음 달 그믐밤에 여왕을 죽이고 왕위에 오를 예정이다. 이미 나한테 보고를 했으니 그날은 틀림없을 것이다.”

김인문이 숨을 들이켰다. 큰일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