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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팩트체크 서밋을 다녀와서] 정치인 팩트체크가 필요한 이유 - '주장'과 '사실' 모호한 정치 발언, 검증 통해 '진실' 밝힌다
[글로벌 팩트체크 서밋을 다녀와서] 정치인 팩트체크가 필요한 이유 - '주장'과 '사실' 모호한 정치 발언, 검증 통해 '진실' 밝힌다
  • 김세희
  • 승인 2018.08.15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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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선 가짜뉴스가 선거결과 바꾸기도
거짓말 드러날 경우 같은 내용 반복 줄어들어
“연구 없이 법으로 막으면 언론의 자유만 탄압”
▲ ‘글로벌 팩트체크 서밋’ 포럼장 전경. 사진 제공=IFCN/포인터재단

정치인과 정치이슈에 관한 팩트체크는 모든 나라에서 활발하다. 나라를 불문하고 정치인들의 ‘주장’과 ‘사실’의 경계가 모호한 탓이다. 특히 이들은 공개된 회의장에서 모호한 화법으로 거짓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유포한다. 언론이 팩트체크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팩트체커들이 특정 정치인에 대한 검증빈도를 높이면 정파적 논란에 휘말린다. 가령 자유한국당 소속 정치인에 대한 팩트체크가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이뤄질 경우, 한국당 지지자들은 팩트체커들의 움직임을 지나치게 편향되게 본다. 정치인이 한 거짓말은 어느 순간 뒷전으로 몰린다. 글로벌 팩트체크 서밋 ‘(Fifth Global Fact Checking Summit, 이하 서밋)에 모인 팩트체커 사이에서도 이런 문제가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서밋에서 나온 정치인을 팩트체크 해야 하는 이유와 정파성 논란, 팩트체크 효과 등을 정리한다.

△정치인들의 반복되는 거짓말

“정치인들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미국 대선 팩트체크로 2009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듀크대 빌 아데어 교수가 한 말이다.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팩트체크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빠질 수 없는 존재다. 기존 정치인과 달리 개인 트위터를 통해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쏟아내면서 미국의 팩트체커들에게 일감이 쏟아졌다고 한다.

워싱턴 포스트 팩트체커로서 미 대선 현장을 누볐던 미셸 예희 리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1년여 간 거짓말한 통계를 내보니 1000여 건이 넘었다”며 “트럼프 팩트체크만 하다간 다른 일을 못할 것 같아 언론사 내부에서 회의를 열 정도였다”고 말했다.

빌 아데어 교수는 팩트체크가 없으면 정치인들의 거짓은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당시 백악관 출입기자 시절 기자들은 정치인의 발언을 있는 그대로 전달할 뿐, 진실을 가늠하는 걸 독자 몫으로 돌렸다”며 “정치인들은 이를 알고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였다”고 했다. 정치가 국민의 삶에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아데어 교수는 지난 2007년 정치팩트체크 사이트 ‘폴리티팩트(Politifact.com)’를 만든 동기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정치인들은 계속해서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거짓말도 같다. 자동화 시스템으로도 검증이 될 정도로 수월하다.”

폴리티팩트는 ‘팩트체크닷오알지’(factcheck.org)와 워싱턴포스트 팩트체커와 더불어 미국 3대 팩트체커로 꼽힌다.

△정파성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팩트체크는 정치적으로 정파성을 띤 환경에 놓여 있다. 진보와 보수 양 극단에 선 사람들은 상대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팩트체커들은 이념이 다른 정치인과 정당을 돌아가면서 팩트체크할 때 이런 문제에 직면한다. 가령 팩트체커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팩트체크 빈도를 늘리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지지자들은 팩트체커를 편향된 정치이념을 가진 사람으로 본다.

자유한국당 홍보본부도 지난 6월 11일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며, 전북일보를 비롯한 28개 언론사가 참여하는 네이버 팩트체크 코너를 검찰에 고발했다. 한국당은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운영하는 정보서비스인 SNU팩트체크를 통해 네이버에 노출된 여러 언론사의 팩트체크 기사가 여당에 유리하게 편향됐다고 주장했다. “마치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를 보는 것 같았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독자와 소통으로 정파성 극복

폴리티팩트는 정파성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인 오클라호마주, 웨스트버지니아주, 앨라배마주 3곳에 팩트체커를 보내 6개월간 머물게 했다. 이들은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들, 정치인, 언론인, 독자를 직접 만나 소통했다. 폴리티팩트가 하는 일을 설명하고, 지역민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맥주를 마시는 편한 만남도 가졌고, 공개행사를 열기도 했다.

특히 지역언론, 독자와 함께 팩트체크를 실시하기도 했다. 예컨대 오클라호마주 정치인들의 발언을 함께 검증하거나, 독자들에게 정치인 발언의 거짓 여부에 대해 판단을 구하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웨스트버지니아에서는 대학과 협조해 지역 학생을 상대로 팩트체크 강의를 열기도 했다.

폴리티팩트 애런 샤록먼 부장은 “더 많은 사람을 만날수록 그들이 우리를 더 믿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가능한 많은 사람을 접촉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정파성 문제는 어느 정도 극복됐다. 폴리티팩트가 3개 주에 머물기 시작할 무렵인 2017년 10월에는 ‘폴리티팩트가 편향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비율이 46%였으나, 2018년 3월에는 85%로 늘었다. 같은 기간 ‘편향이 확실하지 않다’는 응답은 48%에서 9%로 줄었다.

팩트체크에 대한 정치적 선입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검증한 기사만 내보내고 ‘객관성’만 주장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 팩트체크가 중요한 이유

정치인과 정치이슈를 계속 팩트체크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팩트체크가 정치인들의 거짓말을 제어하기 때문이다.

빌 아데어 교수는 “과거와 달리 이제는 정치인들이 거짓말을 반복하지 않는다”며 “한 연구 결과 2012년,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후보자들은 자신의 주장이 거짓으로 판명난 경우 같은 주장을 하는 횟수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IFCN 알렉시오스 만찰리스 국장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선거결과를 바꾼 가짜뉴스를 소개했다. 바수키 차하야 푸르나마 전 자카르타 주지사가 이슬람 경전 코란을 부정해 신성모독죄를 저질렀다는 논란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확산해 지난해 초 60%에 육박했던 지지율이 20%까지 급락했으며, 결국 올 4월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했다.

만찰리스 국장은 “팩트체크는 유권자들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이는 정치인에게 책임을 묻는 문화에도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인들은 자기 발언이 팩트체크를 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할 때 해당 발언을 반복할 가능성이 9.5% 줄어든다”며 “이탈리아의 한 정치인은 자기 발언을 팩트체크 당하자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정치와 팩트체크에 대해 “한국 등 많은 나라에서 법으로 가짜뉴스를 근절한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아무런 연구도 없이 추진한다면 언론의 자유만 탄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순히 법으로 가짜뉴스를 막자는 건 좋은 생각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끝> 이탈리아 로마=김세희 기자

※이 취재는 한국언론학회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 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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