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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버리지 마세요"…과자상자에 갇힌 생명
"절 버리지 마세요"…과자상자에 갇힌 생명
  • 남승현
  • 승인 2018.08.15 2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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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속 반려견 방치
익산에서 잇달아 발견
도내 유기 매년 느는데
등록의무 17.8%만 이행
▲ 지난 9일 익산 여산파출소 앞 도로에서 한 주민이 과자상자에 갇혀 있었던 흰색 푸들을 발견했다.(왼쪽) 같은 날 파출소 주변에서 갓 태어난 황색 잡종견이 컵라면 상자에 버려진 채 발견됐다.

낮 최고기온이 34.5도에 달했던 지난 9일은 익산지역 반려동물에겐 악몽의 하루였다.

이날 오후 익산경찰서 여산파출소 바닥에 놓인 과자상자 안에서 ‘낑낑’ 소리가 들렸다. 경찰관이 상자를 감싼 비닐 테이프를 뜯으니 흰색 푸들 한 마리가 나왔다. 파출소 앞 도로에서 한 주민이 발견한 이 과자상자에는 작은 숨구멍이 있었지만, 물이나 사료는 보이지 않았다.

같은 날 여산파출소 주변에서는 갓 태어난 황색 믹스견(잡종견) 새끼 1마리가 컵라면 상자에 버려진 채 발견됐다. 무더위 속에서 숨을 허덕이던 두 유기견은 익산시 유기견 보호소로 보내졌고,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여산파출소 직원은 “하루에 파출소 주변에서 유기견이 두 마리나 발견됐다. 강아지들이 더위에 지쳐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익산시 주현동에서는 한 아파트 주변 의류 수거함 안에 몰티즈 1마리가 버려진 채 발견돼 반려인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8살로 추정되는 몸무게 1.5㎏ 정도의 암컷 몰티즈는 현재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폐에 물이 차고 골반이 골절되는 등 생명이 위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익산을 비롯해 전북지역에서 기를 능력이 없는 주인에게 버림받는 유기동물이 늘고 있다. 특히 갓 태어난 강아지를 유기하는 사건이 심심찮게 발생한다.

15일 익산시 유기견 보호소(소장 임종현)에 따르면 지난 12일 익산시 낭산면 하림 공장 주변 산에서는 버려진 새끼 믹스견 7마리가 스티로폼 안에서 한꺼번에 발견되는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동물 유기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 스티로폼과 컵라면 상자 등에 담겨 버려지거나 심지어 ‘무료 분양’이라는 글귀를 남긴 채 반려견을 유기하는 사례도 있다. 유 기견 보호소 관계자들 사이에선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강아지를 일명 ‘꼬물이’라고 부르는데, 최근 들어 유독 주인에게 버림받는 꼬물이들이 많다.

익산시 유기견 보호소 유소윤 봉사팀장은 “갓 태어난 반려견을 종이상장에 담아 몰래 버리는 사례가 많은데, 동물 등록도 안 돼 주인을 찾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전북도에 따르면 도내 유기 동물은 지난 2014년 2759마리에서 2015년 3333마리, 2016년 3672마리, 2017년 4520마리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 도내에서 매일 12마리의 반려동물이 버려지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버려지는 동물 중 26%는 자연사하고, 10.6%는 안락사된다. 새로운 주인에게 입양되는 동물은 전체 유기 동물의 37.2% 정도이며 주인에게 되돌아가는 경우는 9.8%에 불과하다.

특히 생후 3개월 이상 반려동물은 등록 칩을 의무적으로 심어야 하지만, 등록률은 현저히 낮다.

실제 지난해 기준 도내에서 등록된 개는 2만4745마리(17.8%)에 그쳤다.

임종현 익산시 유기견 보호소장은 “현행법에는 동물 등록제의 의무사항이 판매자가 아닌 구매자에게 있어 등록을 강제하기 어렵다”면서 “등록이 안 된 동물은 분양조차 못 하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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