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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동심이 살아나는 시편들
잃어버린 동심이 살아나는 시편들
  • 문민주
  • 승인 2018.08.16 2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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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옥 시집 펴내
새로운 시세계 엿보여
중견 시인 오봉옥이 8년 만에 다섯 번째 시집 <섯!>을 펴냈다.

오봉옥 시인은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필화(筆禍)를 겪고 투옥된 인물이다. 그는 해방 전후의 좌익 활동을 연작시 <지리산 갈대꽃>(1988)과 서사시 <붉은산 검은피>(1989) 형태로 전면에 드러낸 최초의 시인이었다. 그런 그가 2000년대를 전후해 개인화된 시 혹은 자기성찰적 심리의 시를 쓰는 데 대해 혹자는 당혹감과 함께 반문을 갖기도 한다.

이에 대해 임우기 문학평론가는 “이번 시집은 시인의 30여 년간의 시력에 아로새겨진 민중시의 통념에 갈등·저항하면서도 하나의 합일을 이루어낸 치열한 고투의 산물”이라며 “시집이 품고 있는 시인됨의 고뇌와 편력을 가늠하는 것은 오봉옥 시인의 삶의 이력과 시의 변화를 이해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시인은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야말로 시인의 존재 근원이자 시의 연원이라 믿는다. 그래서 시집은 전체적으로 시인됨의 연원 혹은 유래로 ‘아이’의 마음을 궁구한다. 현대인들이 잊어버리기 쉬운 동심의 눈으로 세상을 노래한 시편이 많은 것도 그 이유에서다.

“일곱 살짜리 계집아이가 허리 꺾인 꽃을 보고는/ 냉큼 돌아서 집으로 달려가더니/ 밴드 하나를 치켜들고 와 허리를 감습니다/ 순간 눈부신 꽃밭이 펼쳐집니다// 오늘 난 두 아이에게서 배웁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등불이 될 수 있다는 걸” (시 ‘등불’ 중)

‘등불’, ‘소리를 본다는 것’ 등은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잘 드러난 시다. 아이의 선하고 맑은 마음으로 만물의 존재를 감지하고, 지각하는 존재가 시인이라는 그의 사유가 엿보인다.

오봉옥 시인은 1985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지리산 갈대꽃>·<붉은산 검은피>·<나같은 것도 사랑을 한다>, 비평집으로 <시와 시조의 공과 색>·<김수영을 읽는다> 등이 있다. 현재 서울디지털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계간 ‘문학의 오늘’ 편집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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