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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가야의 비밀, 아이언 로드] ① 프롤로그 - '철의 테크노밸리' 장수 가야…제철기술 뿌리를 찾아서
[장수가야의 비밀, 아이언 로드] ① 프롤로그 - '철의 테크노밸리' 장수 가야…제철기술 뿌리를 찾아서
  • 김보현
  • 승인 2018.08.16 2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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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서 발굴된 철기 유물…경기·충청보다 더 오래돼
“중국 바닷길 통해 군산 유입…전주서 장수로 전파 추론”
산둥반도·어청도·혁신도시 천천면 등지에서 흔적 발견
장수가야 아이언 로드 거점 경로
장수가야 아이언 로드 거점 경로

역사 복원은 가정과 추측으로부터 시작한다. 가능성 높은 가설을 따라 발굴·연구 조사를 해 입증된 퍼즐을 하나씩 끼워 맞추고 큰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다.

장수·남원 등 전북 가야사 복원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장수에서 다수의 제출 유적이 발굴돼 관심이 집중됐다. 그렇다면 장수가야의 제철기술은 어디에서 전파됐을까. 그간 힘이 실렸던 ‘한반도 내 육로를 통한 전파’가 아니라 독자성을 가진다면 가야사의 중심이 바뀔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런 가운데 장수가야의 제철기술이 중국에서 바닷길을 통해 군산으로 유입돼 풍부한 철산지인 장수까지 전파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명 ‘아이언 로드’다.

▲ 제나라 수도였던 중국 산동성 치박(淄博)시의 제국역사박물관.  제나라의 역사와 유물을 총망라해 전시하고 있다.
▲ 제나라 수도였던 중국 산동성 치박(淄博)시의 제국역사박물관. 제나라의 역사와 유물을 총망라해 전시하고 있다.

전북일보는 장수가야 제철기술의 뿌리를 찾기 위해 6차례에 걸쳐 중국 산동성 치박(淄博)·제남(濟南)에서 전북 군산·전주·장수까지의 ‘아이언 로드(iron road)’를 쫓는다. 주요 거점을 방문해 흔적과 연결고리를 찾고, 가설의 보완돼야 할 점도 짚어본다. 퍼즐 조각을 찾아 새 그림을 완성할 수도 있는 첫 걸음이다.

△새역사 가능한 ‘철의 왕국’ 장수가야

▲ 백두대간을 품고 있는 장수. ‘2018년 문화재청 매장문화재 긴급발굴조사 지원 사업’에 선정된 장수 삼고리 고분 3호분 전경.

지난해 가야사 복원이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채택되면서 전북지역에서도 가야문화 발굴·조명에 힘이 실렸다. 그간 경남권에 비해 복원 작업이 더뎠던 전북권 가야 유적도 서서히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전북권 가야는 장수·진안·무주·남원·완주·임실·순창군에서 발굴된 가야계 유적과 유물을 통합하는 명칭이다. 그중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가야계 소국이 바로 장수 가야다.

장수지역에서 175 개소에 달하는 제철유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일대가 당시 최고 수준의 주조기술을 갖춘 철의 테크노밸리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 장수 삼고리 고분 3호분 전경.
▲ 장수 삼고리 고분 3호분 전경.

수준 높은 철기 문화로 국력을 이룬 ‘철의 왕국, 가야’ 수식어를 만들어낸 근원지인 것이다. 반면, 영남권에선 제철유적이 거의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변방으로 취급받던 전북권 가야사를 재평가할 기회를 맞았다. ‘철의 왕국’ 가야의 중심이 영남에서 전북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제철기술 어디에서 전파됐나

학계 등에서는 선진 문물인 제철기술이 장수가야에 어떤 루트로 들어왔는지가 관심사다. 잊힌 왕국 가야에 대한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1980년대부터 가야 역사·문화 연구가 진척되면서 가야가 당시 삼국(고구려·백제·신라)과 비견할 만한 강력한 통치체제였음이 밝혀지고 있다. 그리고 그 국력의 바탕에는 제철기술을 바탕으로 한 철기 문물이 있었다.

따라서 장수가야의 제철기술이 태백산맥 등을 넘어 전파된 것이 아니라 당시 한반도에서 독자적인 기술력이었다면, 장수가 고도의 기술을 바탕으로 한 가야의 중심이었음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장수가야의 제철기술이 바닷길을 통해 전파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30여 년간 전북 가야사를 연구해온 권위자, 곽장근 군산대 가야문화연구소 소장은 “전북혁신도시에서 발굴된 철기 유물이 경기도·충청도의 것보다 빠르다”며 “이를 볼 때 전북지역 철기문화가 육로로 왔다는 것은 성립이 안 되고, 앞서 철기문화를 가졌던 중국에서 바다 건너 전래됐다고 추론한다”고 말했다. 일명 ‘아이언 로드’다.

△ ‘아이언 로드’란

▲ 제나라 수도였던 중국 산동성 치박(淄博)시의 제국역사박물관.  제나라의 역사와 유물을 총망라해 전시하고 있다.
▲ 제나라 수도였던 중국 산동성 치박(淄博)시의 제국역사박물관. 제나라의 역사와 유물을 총망라해 전시하고 있다.

곽 소장이 주장한 ‘아이언 로드’는 중국에서 장수까지 제철기술이 유입·전개된 루트다.

기원전 2세기인 2200년 전, 한나라에 밀려 바다 건너 섬으로 망명을 갔다고 기록되는 중국 제나라 왕제 전횡이 당시 오늘날의 군산 어청도에 정착했고, 이때 철기유물과 제철기술을 가져왔다는 주장이다.

이후 전횡의 후손 세력 또는 제철기술을 배운 세력이 100년에 걸쳐 현재의 전북혁신도시로 넘어온 후 풍부한 철산지를 찾아 장수 천천면(옛 장수가야 유적지) 등까지 이동했다는 가설이다.

전북권 가야 유적 발굴은 이제 막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다. 토막난 몇 백년의 한국 고대사(제철기술 유입과정)를 입증할만한 유물·유적을 바로 찾기는 사실상 힘들다. 삼국에 묻힌 비운의 가야는 기록된 자료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곽 소장 등 일부 학자들은 ‘아이언 로드’의 존재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가설이 입증되기까지는 보완돼야 할 점들이 있지만 현장에는 중국 제나라가 존재했던 산둥반도 일대, 군산 어청도, 전북 혁신도시, 장수 천천면 등에 그 흔적이 남아있다는 것. 전북혁신도시에서 발견된 후기 청동기·초기 철기 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26점의 중국식 도씨검과 군산 어청도에 있는 전횡사당 등이 그 예다.

따라서 전북일보는 중국 제나라 왕제였던 전횡이 철기문화를 이끌고 전북 군산으로 들어와 전북 혁신도시로 망명하기까지의 여정, 즉 ‘아이언 로드’를 쫓아가며 장수가야의 제철기술 유입 과정을 유추해보고자 한다. 전북 가야문화 복원사업이 탄력을 받고, 전북가야만의 독자성·정체성을 가진 새로운 가야 역사·문화 스토리텔링을 발굴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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