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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60) 8장 안시성(安市城) 16
[불멸의 백제] (160) 8장 안시성(安市城)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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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8.1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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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서문 좌측 성벽에 선 계백이 아래쪽 당군을 내려다보았다. 눈을 가늘게 뜨고 거리를 재는 것이다. 노련한 궁사는 표적과의 거리를 거의 정확하게 잴 수가 있다. 많아야 2자(60m)정도 차이가 날뿐이다. 지금 이곳에서 이세민과의 거리는 162보, 쏘면 닿는 거리다. 이세민은 방패를 든 철기군의 철통같은 방어막 안에 앉아 있지만 여기서는 측면이 노출되었다. 가슴 위쪽이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상반신은 황금 갑옷을 입은 데다 목에는 쇠사슬 보호대를 둘렀다. 머리에 투구를 썼지만 무거워서 가끔 벗고 황금 관을 쓰기도 한다. 계백이 손에 들고 있는 각궁을 내려다보았다. 소뿔을 대어 만든 각궁은 손에 익었다. 이 거리에서 이세민을 맞출 수는 있다. 이 활은 마상에서 달리면서 쏘기에 적당하다. 1백보 거리라면 달리는 사슴, 범이라도 연달아 속사를 해서 10발 8중까지는 맞춘다. 그때 옆에 선 화청이 말했다.

“은솔, 거리가 좀 멉니다.”

화청은 군사 차림이었고 계백도 그렇다. 오늘도 이곳 좌측 성벽의 돌출 구역에는 군사가 대여섯밖에 없다. 계백과 화청이 군사 차림으로 이곳에 와있는 것이다. 오전 오시(12시)가 되어갈 무렵이다. 한바탕 활과 포차로 공방전이 벌어지고 난 후에 양군은 잠깐 소강상태로 들어선 상황이다. 화청이 성벽 사이로 밖을 내다보며 말을 이었다.

“은솔, 이 거리에서는 맞아도 깊게 박히지 않습니다. 갑옷에 맞으면 튕겨 나갈 뿐이오.”

“내가 대장장이한테 철궁을 만들라고 했어.”

계백이 말하자 화청이 눈을 크게 떴다.

“잘 휘어질까요?”

“마침 좋은 철이 있더구만. 오늘밤까지 만들어 준다니 봐야겠지.”

철궁은 시위줄을 대여섯번 쓰고 나서 갈아줘야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상관이 없겠지요.”

“손에 익지 않아서 맞추기 힘들 거야.”

그리고 당기는 힘이 배가 들기 때문에 한두번 쓰고는 쉬어야 한다. 야전용으로는 부적합한 것이다. 기마군이 달리면서 쏘는 화살은 위력적이지만 1백보 안이어야 한다. 보군 궁사가 쏘는 화살은 150보까지는 정확도가 뛰어나지만 먼 거리는 무용지물인 것이다. 지금 계백과 화청은 이세민의 저격을 상의하는 중이다. 계백은 명궁이다. 추위가 닥쳐오면서 필사적으로 되어있는 당군에 치명타를 한발 날리면 퇴군을 할 명분이 생길 것이다.

그날 밤 대장장이를 찾아간 계백과 화청은 만들어진 철궁을 보았다. 각궁보다 조금 크고 가늘었지만 시위는 두배쯤 굵었다. 고구려인 대장장이가 만족한 얼굴로 철궁을 건네주며 말했다.

“오랜만에 만들었습니다. 쇠가 좋아서 잘 굽혀지지만 힘은 배가 들 것입니다.”

“고생했네.”

약속한 금화 3냥을 주었더니 대장장이가 활짝 웃었다. 철궁을 쥔 계백이 화청과 함께 곧장 성안 사대로 나갔다.

밤이어서 사대가 다 비어 있었기 때문에 계백도 군사에게 횃불을 들려 2백보 밖에 꽂아두라고 지시했다. 군사들이 2백보 거리에 세워둔 횃불은 7개다.

계백은 철궁에 살을 세우고는 힘껏 당겼다. 과연 각궁보다 두배의 힘이 들어가야 시위가 당겨졌다. 힘껏 당기고 나서 과녁을 겨눴더니 곧 활끝을 쥔 손가락이 떨렸다. 시위를 놓자 살은 번개처럼 날아갔는데 횃불 위쪽으로 날아갔다. 뒤쪽에 선 화청이 한숨을 뱉었다. 계백은 다시 시위에 살을 먹였다. 오늘밤은 50사는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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