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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62) 8장 안시성 18
[불멸의 백제] (162) 8장 안시성 18
  • 기고
  • 승인 2018.08.20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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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군사 복장을 한 계백이 역시 군사 차림의 화청과 함께 왼쪽 성벽에 올랐다. 지키던 군사들이 계백을 알아보고는 놀라 눈을 크게 떴지만 화청이 나무랐다.

“잘 지켜라. 놈들이 이곳을 겨냥해 올 수도 있다.”

성문과 2백보쯤의 거리였지만 이곳에는 당군이 관심을 두지 않는다. 아래쪽이 급경사여서 성벽 높이가 배나 더 높아진데다 구덩이처럼 팼기 때문에 무덤속이나 같은 곳이었다. 실제로 성벽 아래쪽 구덩이에는 개전 초기에 멋모르고 몰려왔다가 빠져나가지 못한 당군 시체가 지금도 20여구나 쌓여 있다.

철궁을 손에 쥔 계백이 성벽의 틈 사이로 당군의 본진을 내려다 보았다. 그순간 계백의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왼쪽이 노출된 이세민의 상반신이 보이는 것이다. 거리는 150보 남짓. 이세민의 앞쪽은 쇠방패로 무장한 친위대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었지만 이쪽에 상반신이 노출되었다.

“은솔, 보입니다.”

옆에 선 화청의 두 눈이 번들거렸고 목소리가 떨렸다. 무성한 수염은 반백이다.

“마침 바람이 뒷바람이 부는군요. 3보쯤 더 나가겠소.”

화청의 말을 흘려 들으면서 계백이 철궁에 화살을 먹였다. 단 한발이다. 한발로 맞춰야 한다. 화살이 근처에 떨어지면 친위대는 순신간에 이세민을 철통안에 모실 것이었다. 햇살이 비스듬히 비치고 있다. 함성과 호각, 북소리가 천지를 울리고 있었지만 이쪽 성벽 위는 모두 긴장으로 굳어져 있다. 30명쯤의 군사는 제각기 성벽 틈 사이로 붙어서서 창칼을 번쩍이고 있었지만 입을 다물었다. 성벽 틈 사이에 세워 놓은 깃발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계백은 숨을 들이켜고 나서 화살 끝을 쥐고 힘껏 당겼다. 화살은 싸리나무 대에 가는 쇠심을 박았고 화살촉은 삼각으로 길이는 한치(3cm), 끝은 바늘처럼 날카롭다. 계백은 어금니를 물고 어깨를 힘껏 젖혔다. 그 순간 철궁이 만월처럼 굽혀지면서 화살촉이 철궁을 쥔 왼손 검지 위에 얹혔다.

그때 계백이 화살촉 위에 이세민의 얼굴을 올려놓고는 그대로 겨냥을 한치쯤 올렸다. 한치 위쪽의 허공을 겨냥한 것이다. 철궁을 쥔 왼손이 나무토막처럼 굳어졌고 화살끝을 쥔 손가락의 감각이 없어졌다. 잠깐 후면 손가락이 떨리게 된다. 그순간 계백이 화살끝을 쥔 손가락을 놓았다.

‘팅!’

시윗줄에 끊어질 것 같은 소음이 울리더니 화살이 날았다. 계백은 눈을 부릅떴다. 철궁에서 발사된 화살 속도는 빠르다. 다음 순간 계백이 숨을 들이켰다가 뱉으면서 소리쳤다.

“맞았다!”

“맞았다!”

거의 동시에, 그러나 계백보다 배나 더 큰 목청으로 화청이 외쳤다. 그 뒤에 서있던 하도리가 따라 소리쳤고 성벽에 있던 군사들이 일제히 고함을 쳤다.

“당왕 이세민이 살에 맞았다!”

계백은 이세민이 얼굴을 두손으로 감싸 안는 것을 보았다. 화살이 얼굴에 박혔다. 다음 순간 대경실색을 한 친위군이 방패로 이세민을 감쌌기 때문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친위군은 당황했다. 정연했던 대오가 뒤죽박죽이 되었다. 곧 뒤로 물러서면서 황제의 깃발이 비스듬히 눕혀지기까지 했다. 그러더니 뒤쪽의 중군까지 허겁지겁 물러간다.

“이세민이 화살에 맞았다!”

성벽 위의 고함은 더 높아졌고 어리둥절했던 이쪽 군사들이 따라서 외치기 시작했다. 어느덧 운제가 멈춰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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