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18-09-19 19:42 (수)
[새 아침을 여는 시] 붉다 - 김혜경
[새 아침을 여는 시] 붉다 - 김혜경
  • 기고
  • 승인 2018.08.26 18: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느 틈에 왔을까

왕눈이 저 사내,

백주대낮 십구 층 난간에 매달려

삼복에 등물 친 알몸

닳도록 훑는다



여기가 어디라고 겁도 없이 올라와

주먹만 한 눈망울 위아래로 굴린다

화들짝 나도 모르게

젖가슴을 가린다



능청스런 저 눈길 왠지 낯설지 않다

제풀에 뜨겁게 익어가던 고추잠자리

유유히 자리를 뜬다



나도 따라, 붉다


===============================================================


△페이소스가 강렬하다. 유유히 자리를 뜨는 고추잠자리의 파장이 가슴을 휘도는 정감을 느끼게 한다. 등물 친 알몸으로 난간에 매달릴 힘이 없으면 잠자리가 아니리. 방황하는 마음에 이정표처럼 허공에 그린 날갯짓은 차라리 붉다, 붉지. 겁도 없이 화들짝 나도 모르게 부끄러움을 갖게 하는 고추잠자리의 능청스러운 눈망울이 그립다. 바지랑대에 앉아서 날 놀리던 어린 시절의 고추잠자리도 붉었다. /이소애 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