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18-11-14 19:59 (수)
세속적 성공과 문화 활동
세속적 성공과 문화 활동
  • 기고
  • 승인 2018.08.27 2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정숙 전주문화재단 대표이사
정정숙 전주문화재단 대표이사

‘성공’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우리는 정확히 알고 있을까? ‘안다’는 것 자체가 정보의 인지, 사실에 대한 판단과 느낌 등의 영역을 포함하는 다소 광범위한 개념이라서 이 질문에 응답하기가 간단치 않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성공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 머뭇거릴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성공이 과연 어떤 내용을 향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개인적 차원에서도 질문을 던지고 검토하고, 사회적으로도 소통해야 한다. 왜냐하면 시대가 움직이면서 가치가 달라지고, 그 가치를 추구해나갈 방법도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인권과 같은 기본가치는 시대와 공간을 불문하고 성공적으로 추구되어야겠지만, 세계사를 보면 이 기본가치가 중요하게 여겨진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48년 세계인권선언이 선포되기 전에는 인권이 그야말로 인류 중 몇 퍼센트의 존재들만 누리던 권리였다. 대부분의 인류가 인권적 측면의 성공사회가 아닌 폭력과 차별과 억압을 당연한 사회질서로 수용하고, 그 안에서의 생존과 생활의 성공을 추구했던 것이다. 우리 역사도 1945년 이전에는 제국주의의 억압을 우리 민족 전체가 떠안고 있었고, 우리 민족은 그 질서 안에서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 질서를 깨뜨릴 성공을 추구하였다. 지금 우리가 추구하는 성공은 과연 어떠한가.

성공은 사전적 의미로 목적한 바를 이루는 것이다. 사전적 의미에 충실하자면, 매일매일 성공할 수도 있고, 단기적으로 성공할 수도 있고,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도 있다.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성공 여부가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사회에서 요구하는 몇 가지 관혼상제와 같은 통과의례 단계에 따라 그 의례를 멋지게 통과하는 것만이 성공은 아니다.

성공의 순간이나 성공의 상태를 고대하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 정서이다. 성공의 반대라고 할 수 있는 실패의 순간이나 실패의 상태를 즐기는 가학적 존재는 없으리라. 세속적 삶과는 다른 영역, 예컨대, 산 속의 수도생활이나 국외의 선교활동이나 희생적 봉사활동을 하는 자들도 그 목적을 이루어내고자 하는 것이 보편적 지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공을 어떤 기능적인 분야에서 특별히 업적을 이루어내는 탁월한 한, 두 사람의 것으로 제한하여 그들을 영웅시 하거나 우상시 하는 사회적 풍토는 나머지 모든 시민들을 상대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자로 잠재적 낙인을 찍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우리의 삶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영역에서 균형 잡힌 사소한 성공들의 집합체가 될 때 시대와 공간에 부끄럽지 않은 보편적이고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 특별히 문화 활동은 주변의 이웃들과 나눌 수 있는 성공, 오래가는 성공, 깊이 느껴질 수 있는 성공을 담보해주는 공감능력을 키워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공감능력은 상대방의 말에 ‘아! 그렇군요.’ ‘네! 맞습니다.’, ‘아! 그러셨군요.’ 등으로 천천히 맞장구치면서 상대방의 의견을 일단 인정해주고, 동의하여 대화와 소통을 지속시킬 수 있는 기본감각과 이해에서 출발한다.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일정한 지위를 차지하는 이른바 성공모델들이 특정 기능에만 오로지 집중하여 삶을 영위할 때 이런 기본감각에 소홀해질 수 있다. 즉 문화 활동 경험이 빈약한 성공모델들이 지도력을 행사하는 사회는 인간과 인권에 대한 공감 자체가 미비한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 인간을 기계와 동일시하는 기능주의적 성공의 잣대만이 판칠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 활동의 소재가 되는 모든 장르의 작품과 활동들은 사회에서 소외된 자, 단절된 관계, 지구의 문제, 그리고 아름다움과 슬픔과 분노의 원인들을 다룬다. 따라서 문화 활동은 인간의 삶에 대한 공감의 폭을 넓혀주고 깊게 해줄 수 있다. 공감능력을 기반으로 매일 매일의 성공적 삶을 위한 재설계를 시도하는데, 어떠한 시점이라도 늦지 않다. 늦는 시점은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