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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과 혁신도시 시즌2 로드맵] ⑬ 서울공화국과 지방소멸 - 비수도권, 합리·효율 기치에 '고인 물' 전락…지방이 썩어간다
[지방분권과 혁신도시 시즌2 로드맵] ⑬ 서울공화국과 지방소멸 - 비수도권, 합리·효율 기치에 '고인 물' 전락…지방이 썩어간다
  • 김윤정
  • 승인 2018.08.27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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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집중발전, 지방소멸로 귀결
수도권 시민과 지방도시 시민 모두 고통
정부의 긴급대책에서 서울 부동산 열기 잡을 수 없는 것도 지역불균형 심화 때문
전북도민 일자리 부족과 심리적 소외감에 탈 전북 계속
서울 부동산 과열. /사진=연합뉴스
서울 부동산 과열.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 헌법에 따르면 국가는 지역으로 인해 차별받는 국민이 없도록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가지며, ‘지역균형발전’에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부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헌법규정이 무색하게 우리나라의 정체성은 ‘서울공화국’으로 귀결된다. 지역균형발전을 약속한 문재인 정부에서도 ‘서울공화국’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지방은 소멸단계에 접어든 반면 서울 부동산 불패신화는 꺼지지 않고 있는 것도 빈약한 지역경제발전 정책에 기인한다.서울공화국 현상은 지방소멸에 그치지 않고, 서울시민의 삶의 질 악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국 서울과 지방이 공멸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 집중화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 요인의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에서 서울은 모든 인재와 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자 ‘빨대’다. 이번 연재에서는 소멸위기에 접어든 전북지역의 현실과 서울공화국의 부작용을 조명한다.

△서울공화국이 불러온 지방소멸 위기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북지역 14개 시·군 가운데 10곳은 지속적인 인구감소로 소멸위험에 처해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청년인구가 급속도로 빠져나가는 전북지역은 저출산 현상이 더욱 심해진다는 게 보고서의 진단이었다.

보고서는 국가통계포털의 주민등록인구통계를 활용해 ‘소멸위험지수’를 내놨다. 소멸위험지수는 한 지역의 20~39세 여성인구 수를 해당 지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수로 나눈 값을 말한다. 보고서는 소멸위험지수 1.5 이상은 ‘소멸위험 매우 낮음’, 1.0~1.5 미만은 ‘소멸위험 보통’, 0.5~1.0 미만은 ‘주의단계’, 0.5 미만은 ‘소멸위험지역’으로 봤다.

소멸위험지역 중 0.2~0.5 미만은 ‘소멸위험진입 단계’이며, 0.2 미만은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구분했다. 가임여성인구 수가 고령자 수의 절반이 안 되는 지역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로 공동체가 붕괴돼 사라질 것이라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북의 소멸위험지수는 2013년 0.72에서 2014년 0.68, 2015년 0.51, 2016년 0.63, 2017년 0.60, 2018년 0.58로 해마다 위험수준을 경신했다. 올 6월 기준 전북의 20~39세 여성인구는 20만4000명이며, 65세 이상은 35만4000명이다.

임실·무주·장수·진안·고창·부안·순창군과 김제·남원·정읍시는 소멸위험지수 상 소멸위험지역(소멸위험진입 단계)으로 분류됐으며, 완주군도 연내에 소멸위험지수가 0.5 미만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주시의 소멸위험지수는 지난해 1.032에서 올해 처음 0점대(0.988)로 진입했다.

전라북도의 중심인 전주시마저 소멸주의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일자리와 문화자본이 부족한 전북을 떠나는 청년들이 많을수록 이 같은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합리성 빙자한 서울공화국 현상의 메커니즘

서울공화국은 합리성을 빙자한 정책결정 구조로 인해 더욱 공고해 졌다는 지적이다. 중앙정부는 ‘합리’와 ‘효율’을 이유로 모든 권한과 예산을 틀어쥐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서울 재 이전 논란도 합리성과 효율성을 이유로 거세지고 있다.

모든 정책결정을 이렇게 ‘합리적으로’한다고 가정한다면 지방은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전북은 돈도 사람도 없다. 대규모 국책사업 투자를 하려 해도 사람과 돈이 없는 지역은 효율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국가와 기업은 비효율성을 이유로 지방 투자를 줄인다. 이 악순환을 따라 지방은 더욱 더 비어가고, 수도권 유입은 더 거세진다.

자원을 수도권에 집중시키는 게 효율적이라는 주장은 혁신도시 계획 수립에서도 제기됐다. 정부기관이 청와대와 국회, 기업과 멀어지면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없다는 논리가 판을 쳤다. 효율성과 합리성을 앞세운 서울공화국 논리에서 지방도시는 ‘한국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는 훼방꾼’ 취급을 받는다.

일본의 인구 문제를 다룬 마스다 히로야의 저서 ‘지방 소멸’이 아주 흥미로운 반론을 제시한다. 이 책은 지방이 소멸하면 수도권도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펼친다. 저자는 ‘지방의 문제’를 ‘국가 미래의 문제’로 치환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히로야의 논증을 우리나라에 대입하면 집값이 비싸고 생활비가 높은 서울은 아이를 낳기에 좋은 도시가 아니다. 서울에서 직장을 잡고 집을 구한 20~30대 청년층은 점점 아이를 가진다는 것에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실제 청년이 모이고 있는 서울의 출산율은 점점 하락하고 있으며, 지방에서는 청년이 없어 출산율이 하락한다. 서울 인구는 자체 재생산보다는 지방으로부터의 유입에 더 의존하고 있다. 인구감소 현상도 이에 기인한다. 그런데 서울 인구유입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던 지방이 소멸해 버릴 경우 수도권도 빠른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위기를 겪게 된다. 지방 소멸이란 결국 국가의 소멸을 뜻하는 이유다.

△서울에서 소외되는 지방출신 청년의 ‘삶’

여의도 야경.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야경. /사진=연합뉴스

지역 경제가 무너진 상황에서 지방 청년들은 이중고, 삼중고를 겪고 있다. 수도권에 비해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몰린다. 청년이 부족한 전북에 기업투자는 점점 줄어들고, 지역에는 소위 ‘고인 물’만 남는다.

지역기업을 외면하고 수도권으로 떠난 청년들의 생활은 어떨까. 취업준비생이라고 밝힌 박상근 씨(30·전주시)는 “고향에 남고 싶지만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전주를 떠난 친구가 많다”며“나도 일자리를 찾아 서울에서 취직했지만. 생활비 부담이 너무 커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북지역에 남아있는 청년들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지역 청년들의 꿈이 공무원으로 맞닿아 획일화 되면서 전북지역 비경제활동인구는 60만 명을 훌쩍 넘긴 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도내 청년 고용률은 33.2%로 전국평균 43.2%보다 10%p 낮고, 해마다 6000∼8000명의 청년이 전북을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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