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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공감 2018 시민기자가 뛴다] 마을 관광지의 조건 - 고유한 이야깃거리 발굴해 알리면 방문객 줄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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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8.29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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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자치지역 크리스티아나 히피 공동체공간서 관광명소로
완주 비비정마을 ‘소확행’ 제공
화려하고 오래된 것만 능사아냐…즐길 콘텐츠 갖추면 이미 관광지
덴마크 크리스티아나. ‘모든 금지를 금지한다’는 슬로건에 걸맞게 자유스러움이 넘쳐나는 곳이다.
덴마크 크리스티아나. ‘모든 금지를 금지한다’는 슬로건에 걸맞게 자유스러움이 넘쳐나는 곳이다.

지난겨울 조금 여유롭게 덴마크를 여행했다. 코펜하겐은 몇 번 방문했지만 매번 경유지여서 관광의 시간이 짧기도 했지만 제대로 둘러볼 여력이 없어서 지나치곤 했었다. 이번엔 일주일간 숙소를 잡고 구석구석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다. 유명하다는 콜렉티브 커피에서 맛있는 커피도 맛보고 주변 경치가 아름다운 루이지아나 미술관에서 그림도 감상하고 로컬 마켓인 토르브할렌에서 매일밤 맥주를 한잔씩 마시는 기간은 마치 현지인이 된 듯 했다. 삶의 만족도가 높다는 북유럽의 휘게(Hygge.일상 속의 소소한 즐거움이나 안락한 환경에서 오는 행복을 뜻하는 단어)라이프를 제대로 느껴 본 셈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는 초미니 국가로 알려진 대안도시 크리스티아나(Christiania) 라는 곳이었다. 사실 주권을 인정받지 못했기에 국가라 칭할 수도 없지만 그들 나름은 총회를 열어 정원 합의를 원칙으로 하는 직접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자치 공동체를 유지 하고 있다. 또한 공동체의 국기와 화폐까지 만들어 통용되고 있다. 그리고 스스로 EU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된 자치국가로 공표했다. 이런 역사를 지닌 곳이 우리나라 관광객들에게 그다지 인기가 없는 것은 주민 구성원들의 대다수가 부랑자와 노숙자 및 마약중독자들이기 때문이다. 그 도시를 가로질러 지나칠라 하면 여기저기 마리화나 냄새가 진동을 하고 곳곳에서는 마약거래상들이 마약을 판다. 그러니 마음 편하게 도시를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많은 관광객들이 오는 이유는 골목 어귀부터 알록달록한 마을의 장식과 모드 집들을 직접 손으로 짓다보니 창의성 넘치는 주택들을 만나고 ‘모든 금지를 금지한다’ 는 슬로건에 걸맞게 자유스러움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크리스티아나가 이런 독특한 모습을 하게 된 것은 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베트남전의 영향으로 확산된 반전 운동인 68운동의 주축세력들은 대부분 2차 세계대전의 전후세대들이다. 명분이 없던 전쟁의 화살이 부모세대가 일으켰던 세계대전까지 확장되며 들불처럼 일었던 반전의 중심엔 우드스탁으로 대표되는 히피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이러한 움직임들은 각국에 다른 양상으로 반응하였는데 마침 덴마크에서는 1971년 코펜하겐에 있던 해군기지가 폐쇄되었다. 10만평이 넘는 버려진 이곳에 자유를 갈망하는 히피들과 노숙자, 부랑아, 동생애자, 미혼모 등 사회 취약계층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무질서한 와중에 그들 나름의 법칙 세 가지를 정했다. 첫째, 일체의 폭력을 금지한다. 둘째, 중독성이 강한 마약을 금지한다. 셋째, 오토바이와 자동차 금지한다. 이 세 가지를 제외하고는 공동체 내에서 어떤 일을 하든 개인의 자유다. 그렇게 나름의 규칙을 갖고 50여년이 흐른 지금, 많은 예술가들이 모여들고 자유를 찾아 떠난 이들의 종착역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다른데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광경으로 전 세계의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일반적이진 않던 문화도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만들어가니 볼거리가 된 것이다.

국내를 둘러보면 우리나라도 꽤 흥미로운 마을들이 많다. 수백년 된 전통을 간직하고 정신을 계승하여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까지 지정된 안동의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은 전 세계인들이 와도 감탄해 마지않는 우리나라의 자랑이다. 한때 탤런트 류시원의 생가가 있다는 사실로, 배우 배용준이 하루 기거했다는 이유로 수많은 한류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았을 정도이다. 또한 서울 북촌과 전주의 한옥마을 처럼 근대에 만들어진 한옥마을도 젊은 트랜드에 맞게 변모하여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이렇게 기백년이나 되는 전통마을이 아닐지라도 관광객들은 모여든다. 통영의 동피랑 마을이나 부산의 감천마을처럼 언덕배기의 오밀조밀 힘들게 살던 마을조차 관광꺼리가 되고 있다. 물론 무분별하게 벽화를 남발하고 자체 컨텐츠 없이 베껴내기만 한다면 오래가지 못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마치 유행처럼 번질 모양새이다. 그런 하드웨어를 갖추지 않더라도 대안 마을이나 체험마을, 주민 자치적인 컨텐츠 생산 마을 등도 뜨고 있다. 최근엔 공해 없는 자연 속에서 전통문화와 자연을 잘 보호하면서 자유로운 옛 농경시대로 돌아가자는 ‘느림의 삶’ 을 추구하는 슬로시티의 영향으로 많은 슬로시티들이 국내에도 생겨났다. 담양 창평의 삼지내 마을은 가이드를 할때 여러번 방문하였는데 2007년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지정된 곳이다. 꿀초, 한과, 쌀엿등 다양한 만들기와 다례체험, 주민들이 운영하는 밥상 등 작지만 볼거리, 먹을거리가 가득한 마을이다. 주말이 되면 전국에서 몰려온 버스들이 줄을 서있어서 예약을 하지 않고는 식사를 못 할 정도이다. 이런 곳들을 보며 크기와 전통에 상관없이 컨텐츠로도 충분한 관광이 된다는 것을 체감했다.

완주 비비정 예술열차가 있는 구 만경강 철교
완주 비비정 예술열차가 있는 구 만경강 철교

전북에 살다보니 아무래도 같은 지역의 작은 마을들을 눈여겨 본다. 얼마전 완주에 비비정마을이란 곳을 방문했는데 이름만 듣고는 최근에 새로 지어진 마을인 줄 알았다. 하지만 무려 1573년에 처음 지어진 비비정(飛飛亭)은 이 정자에서 바라본 한내천 백사장에 내려앉은 기러기가 유명하여 비비낙안이란 이름으로 조선시대부터 유명하던 마을이다. 그런 곳을 같은 이름의 카페도 언덕위에 지어놓아 낙조를 감상하게 만들어 놓았고 마을 할머니들이 쉐프가 되어 음식을 대접하는 비비정 농가 레스토랑도 있다. 조금 떨어진 만경강에는 철교위에 오래된 열차를 리모델링하여 예술열차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화려하고 오래된 관광지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처럼 아기자기 한 마을에서 한가롭게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며 마을을 둘러보는 여행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준다.

완주 비비정 비비낙안 카페.
완주 비비정 비비낙안 카페.

해외와 국내의 여러 마을 들을 관통하며 들었던 생각은 어째든 ‘꺼리’다. 볼꺼리든 먹을꺼리든 할꺼리든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한 포인트만이라도 갖춘다면 찾아간다. 남들과 똑같지 않은 마을만의 고유한 그 무엇을 발견하구 발굴한다면 이미 그 마을은 관광지이다. /장재영 세계여행가(순창 방랑싸롱 대표)

장재영 세계여행가(순창 방랑싸롱 대표)
장재영 세계여행가(순창 방랑싸롱 대표)

 *이 기사는 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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