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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70) 9장 신라의 위기 6
[불멸의 백제] (170) 9장 신라의 위기 6
  • 기고
  • 승인 2018.08.30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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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그날 저녁, 여왕 선덕을 모시고 도성 위쪽의 황룡사로 왕궁을 옮긴 김춘추와 김유신이 선덕과 함께 모여 앉았다. 이곳은 여왕의 침전이 된 황룡사의 안쪽 객방 안이다. 거대한 황룡사는 9층탑을 중심으로 사방에 1백여 칸의 승방이 있는 데다 사찰 둘레가 10리 가깝게 되어서 여왕의 임시 왕궁으로 적당했다. 선덕이 며칠 사이에 핼쑥해진 얼굴을 들고 김춘추에게 물었다.

“백제군이 오면 승산이 있겠소?”

“예, 마마.”

김춘추가 웃음 띤 얼굴로 선덕을 보았다.

“그리고 아직 비담은 백제군의 응원을 모르고 있습니다. 백제 기마군 3만과 합하면 전력이 비슷해집니다. 따라서 기습을 하면 승산이 있습니다.”

선덕의 시선이 김유신에게 옮겨졌다.

“대장군을 믿겠소.”

“예, 마마.”

김유신이 머리를 숙였다. 김춘추는 여왕의 보호자가 된 것처럼 기세를 올렸지만 아직도 비담군(軍)에 비교해서 전력이 열세다. 상대등 비담은 여왕 다음의 위치인 데다가 왕족으로 구성된 화백회의의 수장인 것이다. 김춘추와 비교해서 월등한 지위와 권력을 장악한 상태다. 김춘추는 오직 김유신에게 의지하고 있었는데 백제군의 지원이 없다면 며칠도 견디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선덕이 물었다.

“아군의 전력은 얼마나 되오?”

“기마군 1만에 보군 1만5천입니다.”

“비담군(軍)은?”

“기마군 2만5천에 보군 4만입니다.”

선덕이 입을 다물었다. 비담군이 압도적인 것이다. 그때 김춘추가 말했다.

“백제 기마군 3만이 오면 아군의 기마군이 우세합니다. 마마.”

“그렇소?”

선덕이 다시 김유신에게 물었기 때문에 김춘추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자신을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진 것이다.

“마마, 신(臣)을 믿으시옵소서.”

김춘추가 굳어진 얼굴로 말하자 선덕의 얼굴에 희미하게 웃음이 떠올랐다. 그리고는 머리를 끄덕였다.

“경을 믿소.”

“황공합니다.”

“이 난리가 수습되면 선화를 부를 예정이오.”

순간 김춘추가 숨을 들이켰다. 얼굴도 순식간에 굳어져 있다. 선화가 누구인가? 바로 백제 의자왕의 어머니인 선화공주다. 선덕의 동생인 것이다. 진평왕의 두 딸 중 장녀는 신라 여왕이며 둘째는 백제 의자왕의 어머니다. 선덕이 말을 이었다.

“선화를 내 후계자로 선포하고 백제와의 국경을 개방하겠소.”

“……”

“선화가 내 후계자가 되면 이어서 제 아들에게 왕위를 넘기겠지. 그러면 의자가 신라, 백제를 함께 다스리게 될 것 아닌가?”

선덕이 상기된 얼굴로 김춘추와 김유신을 번갈이 보았다. 두 눈이 반짝이고 있다. 다시 선덕의 말이 이어졌다.

“이번 백제군의 지원이 그 계기가 되었어. 비담의 난이 신라와 백제의 합병을 당겨준 셈이 되겠구려.”

“마마, 피곤하실 텐데 쉬시지요.”

김춘추가 부드럽게 말하더니 몸을 세웠다. 김유신도 따라서 허리를 굽혔기 때문에 선덕이 머리를 끄덕였다. 김춘추, 김유신의 본진은 황룡사 앞쪽 반월성에 자리잡았고 비담은 10여 리 떨어진 명활산성이다. 가까워서 상대방의 북소리 호각소리가 이곳까지 울린다. 선덕의 침전을 나왔을 때 김춘추가 김유신을 불렀다.

“대장군, 상의 드릴 일이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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