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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심과 공간의 힘
구도심과 공간의 힘
  • 김은정
  • 승인 2018.08.30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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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창의도시 가나자와에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축물이 있다. 지름 113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원형 건축물 ‘21세기 미술관’이다. 땅으로부터 솟아난 높이는 부분적으로 2층 공간을 유지한 1층이 전부. 넓은 면적 위에 낮게 들어앉은 이 유리 건축물은 주변의 어떤 도로에서도 걸어들어 올 수 있도록 개방형으로 설계되어 있고, 반대로 미술관 안에서는 360도 파노라마로 도시의 경관을 마주할 수 있다.

미술관은 가나자와시의 8년에 걸친 ‘도심 지구 정비 구상계획’에 따라 건립된 복합문화공간이다. 착공 2년만인 2007년에 문을 열었으니 올해로 11년째, 건축물로서의 역사는 짧다. 게다가 어느 도시나 하나쯤 갖고 있는 ‘관립미술관’이다. 그런데도 개관 초기부터 지금까지 세계 도시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면 그 이유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오래된 도시가 그렇듯이 가나자와도 구도심 활성화가 오랜 과제였다. 2000년대 중반, 호사를 누렸던 영화관조차 상권에 밀려 구도심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이후 단 한곳만이 간신히 유지되고 있을 정도로 가나자와 도심은 활기를 잃었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대체시설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그 대안으로 추진된 것이 미술관 건립이다. 가나자와시는 곧 시청 옆에 있는 가나자와 대학 부속초등학교 부지를 매입했지만 활용 용도에 따른 이견에 부딪쳐야했다. 전문가들이 나서 시민들과 토론하며 설득해 합의를 이끌어내고서도 과다한 비용과 지나친 현대적 건물조형을 둘러싸고 다시 논란이 일었지만 시는 예산절감으로 시비를 확보하고 시민들의 협조를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14개의 크고 작은 전시실과 극장을 갖춘 미술관 건립을 위해 설계는 ‘국제 공모’라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쳤고, 예산은 건립비용만 1천3백억 원이 투자됐다.

지난 7월, ‘21세기 미술관’을 다녀왔다. 개관 초기나 지금이나 미술관은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붐볐다. 한 도시의 문화공간으로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만들기 위해 수준 높은 작품성과 예술성이 뒷받침돼야한다는 가나자와시의 전략이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로 이어진 덕분이다.

공간의 힘으로 공동화 위기에 처해있던 도심 한복판에 시민들이 찾아오고 도시의 옛 중심부에 활력이 더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새로웠다.

돌아보니 우리에게도 공간이 없지 않다. 다만 그 기능과 위상이 다를 뿐…….

자치단체의 꾸준한 노력에 시민들이 화답해주는 21세기미술관의 풍경이 그래서 더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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