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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가야의 비밀, 아이언 로드] ③ 전북 혁신도시 - “전북 혁신도시에서 발굴된 중국식동검 26점은 제나라 전횡이 들고 왔다?”
[장수가야의 비밀, 아이언 로드] ③ 전북 혁신도시 - “전북 혁신도시에서 발굴된 중국식동검 26점은 제나라 전횡이 들고 왔다?”
  • 김보현
  • 승인 2018.08.30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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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완주서 기원전 2세기 청동기·철기 잇따라 발굴
중국식동검 26자루 산동반도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
바다 건너 망명 온 제나라 전횡 있던 곳이 산동반도
검 대량으로 지니는 것도 전횡 같은 지배계층이 가능
선진기술 세력, 한 세기 후 장수·남원으로 이동 추정

최근 전북 가야사 복원 작업이 탄력을 받은 가운데 장수에서 다수의 제출 유적이 발굴돼 관심이 집중됐다. 선진 기술이자 문물인 철기는 강력한 국력. 장수가야 제철기술의 독자성과 선진성을 증명한다면 당시 삼국(고구려·백제·신라) 못지 않은 중심축으로 떠오른다. 그렇다면 장수가야의 제철기술은 어디에서 전파됐을까.

중국에서 바닷길을 통해 군산으로 유입돼 풍부한 철 산지인 장수까지 전파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명 ‘아이언 로드(iron road)’다.

‘아이언 로드’는 기원전 2세기 중국 산둥성 일대에 있던 제나라 왕의 동생 전횡이 군산 어청도로 망명길에 오르면서 루트가 시작된다. 어청도를 통해 한반도에 도달한 전횡의 후예들과 철기 문물은 내륙인 전주·완주(오늘날 전북혁신도시 일대)로 이동한다. 이미 전주·완주 일대에서 뛰어난 청동 주물 기술을 갖고 있던 토착세력과 만나 화려한 청동기·철기 문화를 꽃피운다.
이들 세력 일부는 1세기 후 풍부한 철광석(철기 원재료)을 찾아 이동한다. 정착한 곳이 바로 장수·무주·진안에 걸친 진안고원 일대, 그 중 특히 장수지역이다. 그리고 이곳을 기반으로 한 선진집단은 장수가야로 발전했다.

전북일보는 장수가야 제철기술의 뿌리를 찾기 위해 6차례에 걸쳐 ‘아이언 로드’를 거슬러 올라가며 쫓고 있다.

유적 발굴 조사가 진행되던 전북 혁신도시 일대 전경(사진제공=국립전주박물관)
유적 발굴 조사가 진행되던 전북 혁신도시 일대 전경(사진제공=국립전주박물관)

전북 혁신도시는 오늘날 전주시의 남서쪽인 전주시 덕진구 만성동·완산구 중동 그리고 완주군의 동쪽인 완주군 이서면 일대를 일컫는 곳이다.

2000년~2010년대 초 전북 혁신도시 일대에서 기원전 2세기 전후 청동기와 철기들이 잇따라 발굴되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완주·전주는 한반도에서 가장 발달된 청동기와 철기를 가진 집단이 모여 살던 선진지역이었다.
최근 전북가야사 연구가 진척되면서 당시 완주·전주에 머물렀던 선진 세력이 전북가야사와 연관돼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기원전 2세기 완주·전주에 있었던 선진 기술자들이 1세기가 지난 후 원재료를 찾아 옛 장수가야 지역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 당시 완주·전주 살았던 세력의 기술 수준은
오늘날 전북 혁신도시 일대는 예부터 완만한 구릉과 구릉 사이의 충적지에 위치할 뿐만 아니라 만경강 본류와도 가까워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잡기 좋은 곳이었다. 이러한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이 일대에서는 선사시대 이래 끊임없이 생활·문화 활동이 이뤄졌다.
특히 청동기·초기철기 시대에는 한반도 최고의 테크노밸리였다. 제철기술뿐만 아니라 모든 선진 기술의 중심이었다.

완주 갈동에서 출토된 잔무늬거울. 컴퍼스 원리를 이용하고 정교한 무늬를 새겨 굉장한 기술력을 보여준다. 전북 혁신도시 일대에 머물렀던 세력의 선진화된 기술 수준을 보여준다.
완주 갈동에서 출토된 잔무늬거울. 컴퍼스 원리를 이용하고 정교한 무늬를 새겨 굉장한 기술력을 보여준다. 전북 혁신도시 일대에 머물렀던 세력의 선진화된 기술 수준을 보여준다.

완주지역에서 출토된 청동거울은 선진기술의 정수다. 컴퍼스 원리를 이용해 정교한 무늬를 새긴 기법은 당시의 높은 기술력을 말해준다. 완주 갈동의 잔무늬거울은 남한에서 발견된 청동거울 중 가장 정교하고 뛰어나다.

전북 혁신도시에서 유적 발굴 조사가 진행되던 모습
전북 혁신도시에서 유적 발굴 조사가 진행되던 모습

한수영 호남문화재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원전 2세기에 제작된 세문경(잔무늬거울)이 남한에 70점 밖에 없다. 그런데 전북 혁신도시에서만 20점이 나왔다. 당시 첨단기술의 중심지였던 것이다. 철을 다루는 것보다 청동거울을 만드는 게 기술적으로는 더 어렵다. 그러니 이들의 제철기술 수준은 말할 것도 없다. 철기 문화가 전파됐을 때 이를 다루는 것은 더 쉬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세력집단은 제철기술을 누구로부터 얻었나

완주 상림리에서 출토된 중국식 청동검 26자루
완주 상림리에서 출토된 중국식 청동검 26자루

그렇다면 기원전 2세기 전주·완주에서 살았던 이들은 어떻게 제철기술을 얻었나. 발굴 조사 결과, 중국 산동반도에서 전파된 것으로 확실시 되고 있다.
바로 완주 상림리에서 출토된 중국식 청동검 26자루(청동기·초기 철기시대 제작)를 통해서다. 한 연구원은 “대량의 검이 완전한 형태로 출토된 적이 없다”며, “성분·모양·개수 등 전반적으로 파악했을 때 완주에서 제작된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가져온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검의 생김새에도 주목해야 한다.
보통 한반도 초기철기시대 문화가 중국 요동반도에서 육로로 유입됐다고 알려져 있지만 요동반도에서는 청동검이 거의 발굴되지 않는다. 동시에 중국은 지역별로 각자 자신들만의 독특한 동검이 제작됐다.

기원전 5~4세기 중국 일대의 청동검 분포도. 과거 제나라가 존재했던 산동성 일대에 분포하는 동검의 모양과 완주 상림리에서 출토된 26점의 동검 모양이 일치한다
기원전 5~4세기 중국 일대의 청동검 분포도. 과거 제나라가 존재했던 산동성 일대에 분포하는 동검의 모양과 완주 상림리에서 출토된 26점의 동검 모양이 일치한다

한 연구원은 “비슷한 시기의 중국 동검 분포도를 보면 완주에서 출토된 중국식 동검 26자루가 산동반도에서 일반적으로 제작되는 것과 모양이 일치한다”며, “요동반도에서 대륙을 통한 유입 외에도 산동반도에서 바다를 건너 완주·전주로 온 세력이 기존 토착세력과 함께 기술을 발전시켰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중국 산동반도에서 바다를 건너 온 세력은 누구인가.
전문가들은 지위가 높은 지배계층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무나 소유할 수 없는 청동검을 대량으로 가져 올 수 있을 정도면 보통 세력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 시기의 중국 역사를 뒤져보면 나오는 인물이 바로 제나라의 전횡이다. 그가 한나라와의 세력 다툼에 밀려 바다를 건너 망명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제나라는 오늘날의 중국 산동성 치박시에 수도를 둔 나라였다.

△ 전횡 후예들, 1세기 후 장수로 이동해 제철문화 꽃피워
바다 건너 중국에서 온 전횡의 후예들과 전주·완주의 높은 기술력을 가졌던 토착세력은 시너지를 내며 오늘날의 전북 혁신도시 일대를 당대 최고의 테크노밸리로 이끌었다. 그리고 이들은 세력집단은 1세기 후 원료가 풍부한 장수·남원 등(옛 장수가야 지역)으로 이동해 더 큰 철기문화를 꽃피웠다.
한 연구원은 “장수 남양리에서도 세형동검, 세문경, 토기 등이 담긴 초기 철기시대 고분이 발견됐는데 완주에서 발견된 것보다 제작시기가 약간 늦다”며 “세력의 이동 경로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완주 신풍에서 발굴된 한국식 청동검. 완주 상림리에서 출토된 26점 중국식 동검과 길이, 손잡이 부분 모양새 등이 다르다.
완주 신풍에서 발굴된 한국식 청동검. 완주 상림리에서 출토된 26점 중국식 동검과 길이, 손잡이 부분 모양새 등이 다르다.

또 완주 신풍에서 출토된 간두령(제사의식에서 사용하던 방울)이 경주 죽동리 유적에서 발견됐다. 이는 전국에서 10개가 채 안될 정도로 귀한 유물이기 때문에 아무나 만들 수 없다. 기술력이 직접 전주에서 경주로 이동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두 지역 사이에 장수지역이 존재한다.
한 연구원은 “지역별 유적의 시기·분포로 미루어 오늘날 전북 혁신도시의 선진 집단이 장수·남원 등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명확한 유적·유물이 아직 발굴 되지 않았다”며, “현장 발굴 조사가 지속돼 장수가야의 기원 전후 200년의 비밀을 풀 유적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완주 신풍에서 발굴된 쇠화살촉, 쇠새기개, 쇠손칼, 쇠도끼, 쇠끌 등 철기류와 돌화살촉(왼쪽 상단)
완주 신풍에서 발굴된 쇠화살촉, 쇠새기개, 쇠손칼, 쇠도끼, 쇠끌 등 철기류와 돌화살촉(왼쪽 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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