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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71) 9장 신라의 위기 7
[불멸의 백제] (171) 9장 신라의 위기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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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9.02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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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김춘추가 앞장 서서 마당 끝쪽의 나무 밑에 섰다. 주위는 어둠에 덮여졌고 10여보 떨어진 담장 밑에서 위사들이 대기하고 있다. 김춘추가 웃음 띤 얼굴로 김유신을 보았다.

“전하께서 마음이 흔들리시는구려.”

“무슨 말씀이십니까?”

조심스럽게 김유신이 묻자 김춘추는 한숨부터 뱉었다.

“전에는 우리한테 하대를 하시던 전하께서 이제는 존대를 하시는구려.”

“그렇습니까?”

“자신감이 떨어지셨소.”

“어쩔수 없는 일 아닙니까?”

“대장군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김춘추가 묻자 김유신은 한동안 침묵했다. 묵묵히 김춘추를 응시한 채 입을 열지 않는다. 답답해진 김춘추가 다시 말을 이었다.

“대장군, 전하께선 진즉부터 신라와 백제의 합병을 염두에 두고 계셨소. 그것이 신라 주도의 합병이건 백제 주도건간에 말이오.”

“압니다. 그것이 전하의 부친이신 진평왕의 염원 아니었습니까? 그래서 선화공주를 백제 무왕에게 보낸 것이지요.”

“이제 비담의 난으로 진평대왕의 꿈이 이루어진단 말인가?”

“전하께서 백제군을 맞으시면 합병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 백제 기마군 3만은 비담군을 깨뜨린 후에 신라에 계속 주둔하면서 합병의 지원세력이 될 것이다. 그때 김춘추가 머리를 들었다. 두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

“대장군, 그렇게 될 바에는 차라리 비담이 신라왕이 되는 것이 낫소.”

김유신이 시선만 주었고 김춘추가 말을 이었다.

“신라는 백제의 속국이 될 수가 없소. 말이 합병이지 신라의 왕족은 백제 치하에서는 7품 이상으로 오르지 못 할 것이오.”

그때 김유신의 얼굴에 일그러진 웃음이 떠올랐다.

“대감, 우리 가야 왕족의 경우를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소.”

김춘추도 입술 끝을 비틀며 웃었다. 가야국이 신라와 합병하면서 가야 왕족도 같은 시련을 겪은 것이다. 시련이 아니라 수모다. 가야 왕족인 김유신은 그것을 극복하려고 온갖 수모를 겪고 마침내 대장군에 올랐기 때문이다. 만일 신라가 백제에게 합병된다면 김유신의 피눈물나는 성취는 허사가 된다. 김유신이 지그시 김춘추를 보았다.

“대감, 백제 기마군 3만이 달려오고 있습니다. 어찌 하시겠습니까?”

“대장군, 먼저 약속을 해주시오. 나하고 생사를 같이 하시겠소?”

“이미 대감께 내 가문의 운명을 맡긴 사람입니다.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고맙소.”

김춘추가 두 손으로 김유신의 손을 감싸쥐었다.

“대장군, 방법이 있소.”

“말씀을 해주시오. 따르겠습니다.”

“백제군은 사흘 후에 도착하겠지요?”

“그렇습니다.”

“비담은 아직 백제군이 온다는 것을 모르고 있겠지요?”

“그렇습니다. 알았다면 전력을 다해서 이곳을 공격하겠지요.”

김춘추가 숨만 쉬었고 김유신이 말을 이었다.

“백제군이 오는 이유를 뻔히 아는 터라 비담은 대왕전하를 가만 두지 않을 것입니다.”

김춘추가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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