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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준호 교수, 문장의 발견] 그대가 제일 예쁘다
[송준호 교수, 문장의 발견] 그대가 제일 예쁘다
  • 기고
  • 승인 2018.09.03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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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일이다. 어느 프로축구 구단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선수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클럽하우스 로비에 고구마 모종을 심은 화분 두 개를 놓았다. 각각의 화분 앞에는 ‘좋은 말 고구마’와 ‘나쁜 말 고구마’라고 적었다.

매일 그 앞을 지날 때마다 선수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화분에 바싹 다가갔다. ‘좋은 말 고구마’에게는 긍정적이고 칭찬하는 말을 건넸다. “사랑스런 고구마야, 넌 참 예쁘구나. 앞으로도 무럭무럭 잘 자라거라.” ‘나쁜 말 고구마’에게 던진 말은 정반대였다. “이 못생긴 고구마야. 넌 어찌 이렇게 생겨먹었을까? 아무튼 너는 안 돼, 꺼져!”

두 달쯤 지나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타났다. 건넨 말을 빼고는 똑같은 환경에서 키웠는데 ‘좋은 말 고구마’는 줄기와 잎이 싱싱하고 무성하게 자란 데 반해 ‘나쁜 말 고구마’는 발육 상태가 현저히 떨어질 뿐 아니라 이파리까지 시들시들 말라가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 무정물(無情物)인 줄만 알았던 고구마가.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고운 법이라고 했던가. 자식의 원인은 부모고, 너의 원인은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다. 너를 디뎌야 내가 올라설 수 있다고 믿는 경쟁사회 탓인가. 너나없이 칭찬에 인색하고 비난에 익숙해져 있다. ‘줍는 손 예쁜 손, 버리는 손 미운 손’에 대구하면 ‘칭찬하는 입 예쁜 입, 비난하는 입 미운 입’이다.

한가인이라는 배우가 널리 알려지기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서 제일 한가한 사람은 평일에 낚시하는 사람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그보다 더 한가한 이는 따로 있다. 그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구경하는 사람이다. 비슷하다. 그대가 제일 예쁘다고 말하는 순간 ‘그대’보다 더 예뻐지는 사람은 따로 있다. 그렇게 말해줄 줄 아는 당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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