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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것'일수록 더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우리 것'일수록 더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 기고
  • 승인 2018.09.03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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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기석 국립민속국악원장
왕기석 국립민속국악원장

<우리>라는 어휘가 내포한 의미와 풍기는 이미지의 폭은 아주 넓다.

‘마음과 뜻을 같이 한다’, ‘모두가 손잡고 함께 해야 하는 구성원’, ‘책임을 같이 지는 한 덩이’ 등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고 ‘우리 식구’, ‘우리 학교’, ‘우리나라’, ‘우리 집’, ‘우리 엄마’, ‘우리 편’ 등의 말에서 찾아 볼 수 있듯이 <우리>라는 말이 붙으면 익숙하고 편안하다는 느낌이 다른 이미지보다 강하게 다가오는 단어이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은 <우리>라는 말이 붙는 일은 ‘격식이 없어도 되는 일’, ‘시간과 절차가 생략될 수 있는 일’, ‘부담이 없는 것’,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익힐 수 있는 것’등 아주 쉬운 일, 가벼운 일로 치부하면서 만만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과연 그러한가? 우리 말인 국어가 노력 없이도 익혀지던가, 우리 글을 쓰는 일이 쉬운 일인가, 답은 물론 ‘아니다’이다. 우리 것일수록 진지하게 접근해야 하며 정성과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깨지기 쉽고 상처받기 쉽다.

우리 음악에 대한 접근도 마찬가지이다. 준비 없이 들어도 쉽게 와 닿는 게 아니다. 음악을 감상하고 즐기기 위해서는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애정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양악(洋樂)을 이해하기 위해 쏟은 시간과 노력을 생각해 보라. 무슨 교향곡의 몇 악장을 알기 위해서 숨을 죽이며 듣느라고 얼마나 많이 인내했던가? 학창 시절에 시험을 보기 위해서,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 사회생활에 필요한 교양의 일환으로 우리는 양악에 아주 많은 시간을 쏟았었다. 덕분에 모차르트, 베토벤, 브라암스, 헨델 등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고 고전주의, 낭만주의 등 음악의 사조에 대해서도 대충은 알게 되었다. 양악의 이해를 위해서 기울인 우리의 관심과 노력은 실로 지대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정작 애지중지 보듬고 가야 할 우리 음악에 대한 우리의 대접은 어떠한가? 참으로 반성의 여지가 많은 부분이다. <영산회상>, <수제천>, <여민락>을 들어 본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이며, 전판 <판소리>를 듣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참을성을 발휘한 사람은 또 몇이나 있겠는가. 가야금과 거문고를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인가. 국악기를 서양악기만큼 설명할 수 있는가. 우륵을 아는가. 악성(樂聖)옥보고를 아는가. 신재효를 아는가. 가왕(歌王) 송흥록을 아는가. 최초의 여류 명창 진채선을 아는가. 한 번에 이해하고 알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뜨거운 애정이 있어야 하고, 시간을 투자해야 하며 감상을 위한 마음의 준비가 있어야 한다. 양악을 필수 교양의 반열에서 이해하기 위해 쏟았던 노력보다도 몇 십 배 더 큰 부담과 당위성을 가지고 접근을 해야 한다.

우리 음악은 조상들의 뼈를 깎는 노력에 의해서 이루어진 선율로 그 속에 우리의 역사와 문화, 정제된 의식이 담겨 있는 총체적인 세계이다. 일조일석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정신과 애환이 장구한 세월에 걸쳐 걸러지고 켜켜이 쌓여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국악도 마찬가지이다. 문화적 사대주의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하며 국악에 대한 무지와 편견이 극복되어야 한다. 자중자애(自重自愛)하면서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문화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국악(國樂) 사랑이 곧 나라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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