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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72) 9장 신라의 위기 8
[불멸의 백제] (172) 9장 신라의 위기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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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9.03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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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아씨, 손님이 오셨습니다.”

밖에서 부르는 소리에 승만(勝曼)이 숨을 들이켰다. 깊은 밤, 자시(12시)가 넘었다. 그러나 승만은 침상에 오르지 않고 수를 놓는 중이었다. 이곳은 도성에서 북쪽으로 10리쯤 떨어진 저택, 그러나 담장이 높은데다 저택 안에 1백명 가까운 사병(私兵)을 고용하고 있어서 작은 성(城) 같다. 승만이 문도 열지 않고 묻는다.

“깊은 밤에 누가 왔단 말이냐?”

왕국이 둘로 짜개져서 전쟁을 하는 상황이다. 여왕파와 비담파로 나뉘어진 신라는 왕조의 운명이 그야말로 바람 앞의 촛불이다. 여왕파에는 김춘추, 김유신 등 신진세력이 가담했고 상대등이며 왕족으로 구성된 화백회의의 수장 비담 일파에는 염종 등 왕족들이 뭉쳐있다. 그때 밖에서 집사가 대답했다.

“예, 이찬 김춘추 대감과 김유신 대장군이 오셨습니다.”

“무엇이?”

놀란 승만이 벌떡 일어서자 수를 놓던 수틀이 방바닥에 떨어졌다. 일어선 승만은 거인(巨人)이다. 거녀(巨女)라고 해야 맞다. 6척이 넘는 키에 팔이 길어서 늘어뜨리면 무릎까지 손이 내려왔다. 그러나 미인이다. 승만이 다시 물었다.

“무슨 일이라더냐?”

“바깥채 앞에서 뵙자고만 하십니다.”

집사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숨을 고른 승만이 마침내 마음을 굳혔다.

“내가 청으로 나갈테니 청으로 모셔라.”

“예, 아씨.”

집사의 발자국 소리가 멀어졌고 승만이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문을 열었다. 승만은 현(現) 여왕인 김덕만(金德曼)의 사촌 여동생이니 곧 진평왕의 친동생 갈문왕의 딸이다. 김덕만도 진평왕의 맏딸인 것이다. 승만이 청으로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던 김춘추와 김유신이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드렸다.

“공주께서 놀라셨겠습니다.”

김춘추가 허리를 굽히면서 말했다.

“밤늦게 찾아와 죄송스럽습니다.”

“아니오. 그런데 웬일이십니까?”

자리를 권한 승만이 앞쪽에 앉으면서 묻자 김춘추가 다시 허리를 굽혔다.

“역적 비담의 무리는 곧 소탕될 것입니다.”

승만이 머리만 끄덕였다. 비담이 신라왕이 된다면 승만도 현(現) 여왕인 덕만 일당으로 몰려 무사하지 못할 것이었다. 그때 김춘추가 불빛에 번들거리는 눈으로 승만을 보았다.

“공주께 여왕 전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전하의 말씀을 듣겠소.”

“전하께서는 만일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공주께서 신라국 왕위를 이어야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건 당치 않소.”

놀란 승만의 목소리가 떨렸다.

“여왕마마께 무슨 일이 일어난단 말이오? 그리고 나는 그런 생각은 꿈에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공주.”

김춘추가 두 손을 청 바닥에 짚고 승만을 보았다. 부릅뜬 눈에 흰 창이 더 커졌다.

“신라 사직을 위한 여왕마마의 명령이십니다. 공주께서 여왕마마의 명을 어기시렵니까?”

“아니, 나는….”

“여왕마마께서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시는 것입니다. 받아들인다는 약속을 해주시지요.”

“이찬, 나는….”

“약속을 받고 여왕마마께 전해드려야 합니다.”

그러자 한동안 정적이 흐른 후에 승만이 입을 열었다.

“알겠소. 여왕마마의 명을 받겠습니다.”

김춘추와 김유신이 머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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