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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잘 하는 잘생긴 오빠
밥 잘 하는 잘생긴 오빠
  • 기고
  • 승인 2018.09.0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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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은 전북 저출산극복 사회연대회의 참여단체·원음방송 PD
김사은 전북 저출산극복 사회연대회의 참여단체·원음방송 PD

예기치 않은 병을 얻어 회사를 잠시 휴직하고 1년여 투병기를 갖는 동안, 가족들은 ‘나’를 대신해 각자 주부의 역할을 해 내고 있었다. 그 해, 누구보다 집안일을 많이 거든 사람은 고3 수험생이었던 둘째 아들이었다. 늘 바쁜 남편과 군 복무 중인 큰 아들의 몫까지 실하게 해냈다. 빨래를 세탁기에 돌리면 한밤중이라도 빨래를 널었고, (빨래 널기가 얼마나 힘든 노동인지 겪어본 사람만 안다) 내가 청소기로 슬슬 밀고 다니면 힘센 아들이 뽀득뽀득 닦았다. 밥 맛이 없을 때는 남편이 장을 봐서 소매를 걷어 부치고 밥상을 차렸는데 유튜브를 보고 깍두기며 오이소박이 등을 나보다 더 맛깔나게 해냈다. 설거지도 자연스럽게 남자의 몫으로 넘어갔다. 둘째는 물을 오래 틀어서 신경이 쓰이기는 했지만 여러 번 당부해서 곧 적응을 했다. 큰 아들이 제대하고 집에 돌아와서 가장 좋았던 것은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큰 아들은 유난히 밥을 잘 지었다. 큰 아들이 해주는 밥은 차지고 맛있다. 새로운 발견이었다. 우리 가족 모두 큰 아들이 해주는 밥을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밥 당번이 되었다. 비결은 물의 용량에 있다고 강조했는데, 여태 그 비법을 전수받지 못해서 아들만큼 맛있는 밥을 짓지 못하고 있다.

병가를 내고 집에서 쉬는 1년 동안 평생 누리지 못할 평화로움을 누렸다. 병에 걸리고서야 일로부터 자유롭고 가사로부터 해방되었던 아이러니를 설명할 순 없지만, 그래도 가족 모두에게 ‘서로가 소중한 존재’라는 걸 확인시켜준 귀한 시간이었다. 그로부터 시작된 집안일의 분업은, 노고를 나누고 살림의 즐거움을 가족 모두 알게 되었으니 교훈도 값지다. 스물네 살, 스무 살을 맞는 두 아들이 언젠가 결혼해서 가정을 갖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육아와 가사를 함께 할 수 있어야 하기에 “집안일은 돕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곤 한다.

같이 산다는 것은 이상과 영혼을 공유하는 것이지만, 대부분 사소한 일상을 나누는 것이다. 가치관과 이상의 결합은 이성적인 부분이고, 실제의 삶은 일상과 맞닿아있다. 양치질할 때 치약을 위에서부터 짜는지 아래서부터 짜는지, 왜 양말을 뒤집어서 세탁기에 넣는지, 그런 유치하고 사소한 일이 갈등을 야기시킨다. 어떤 것은 습관부터 잘 갖춰야 하고 어떤 것은 대화로 가능하다. 가족이 한 몸처럼 가정을 꾸려간다면 가사는 줄고 에너지는 늘어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픈 사람의 자리를 대신하기보다, 처음부터 건강하고 행복한 가족사를 일궈간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마담 퀴리는 이렇게 말했다. “가족들이 서로 맺어져 하나가 되어 있다는 것이 이 세상에서의 유일한 행복이다”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일구고 가족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큰 축복이다. 그 행복을 ‘오이김치 잘 담그는 남편’과 ‘밥 잘하고 청소 잘하는 잘 생긴 청년’들과 더불어 하루하루 더 소중하게 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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