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18-11-18 19:48 (일)
[불멸의 백제] (173) 9장 신라의 위기 9
[불멸의 백제] (173) 9장 신라의 위기 9
  • 기고
  • 승인 2018.09.04 19: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달솔 협려가 이끈 백제군 3만이 신라 도성 50여리 근처에 육박했을 때는 그로부터 사흘 후다. 전령이 기를 쓰고 달려왔지만 백제군과는 반나절 거리밖에 안 되어서 그야말로 비담 일당은 아연실색을 했다. 그만큼 백제 기마군의 기동력이 빨랐던 것이다.

“5만 이라고?”

되묻는 비담의 얼굴은 굳어져 있다.

“예, 5만도 넘는 것 같소.”

땀과 먼지로 뒤집어 쓴 전령이 비담을 보았다. 전령은 기를 쓰고 말을 달려왔지만 백제 기마군과의 거리를 떼어놓지 못했다. 더구나 왕국이 두개로 쪼개져서 비담에게 전령을 보내지 않은 성주도 있는 터라 뒤죽박죽이다. 전령이 말을 이었다.

“백제군은 도중의 성을 치지 않고 곧장 이곳으로 직진했습니다. 여왕께로 간 것입니다.”

“신라 6백년 사직을 여왕이 백제에게 넘기는구나.”

비담이 이를 갈아 붙이며 말했다.

“이년, 기어코 김춘추하고 공모해서 신라를 백제로 넘기는구나.”

“대감.”

이찬 염종이 비담을 불렀다. 진막 안은 전령의 급보를 듣고 나서 갑자기 물벼락을 맞은 분위기다. 모여있던 20여명의 장군들은 할 말을 잃고 눈치만 보는 상황이 되었다. 김춘추 김유신이 여왕을 옹위하고 도망친 후에 세력은 이쪽이 우세했지만 명분으로는 밀렸던 비담이다.

그런데 백제 기마군 5만이 순식간에 닥쳐왔으니 혼비백산할 만 했다.

“여왕이 백제군 5만의 지원을 받는다면 우리가 전력(戰力)이 밀립니다. 일단 뒤로 물러나 군사를 더 모아야 될 것 같습니다.”

염종이 말하자 장군 서너명이 동의했다. 현재 비담군의 전력은 그동안 더 불어나 기마군 3만에 보군 3만 5천가량이다. 여왕을 업고 있는 김춘추 세력이 기마군 1만 5천, 보군 3만 정도였는데 졸지에 백제 기마군 5만이 증원되었으니 이제는 이쪽이 열세다. 더구나 백제 기마군은 대륙을 석권한 최강의 기마군이다. 그때 비담이 눈을 치켜뜨고 염종에게 물었다.

“이찬, 그대는 이번 전쟁에 명분이 없다고 보는가?”

“아니오.”

당황한 염종의 얼굴이 붉어졌다.

“명분은 대감이 품고 계시오. 여왕과 김춘추, 김유신 일파는 진즉부터 백제와 내통한 데다가 자력으로 왕국을 존속시킬 역량과 의지가 없었소이다. 김덕만을 여왕으로 옹립한 것부터 잘못된 처사요.”

“기회는 지금 뿐이야.”

비담의 목소리가 진막을 울렸다.

“신라의 자립을 위해서는 우리가 여기서 물러서면 안된다. 화백회의에서 결정된 대로 우리는 여왕을 폐위시키고 새로운 왕조를 세워야 한다.”

“옳습니다!”

이번에는 10여명의 장군들이 소리쳤다.

“김춘추는 이 기회에 가야를 신라에 바치고 신라에서 출신한 김유신의 전철을 밟을 예정이다. 그놈들의 행태를 누가 모르겠는가?”

비담의 열띤 목소리에 대부분이 왕족들인 장군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군사를 더 모을수가 있소! 여기서 싸웁시다! 김춘추 좋은 일만 시킬 수는 없소!”

“백제군이 왔다고 해도 대적할만 합니다!”

비담이 숨을 가누었다. 그렇다. 김춘추의 조부는 진지왕이었다. 그러나 그 진지왕은 화백회의에서 황음무도하다는 비판을 받고 즉위 4년만에 폐위되고 진평왕이 즉위했다. 그 후로 김춘추 가문은 진골로 격하되어 왕권과는 멀어졌던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