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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소통 2018 시민기자가 뛴다] ‘혼밥’, 외로움에서 자유로 의미를 바꿔가다
[참여&소통 2018 시민기자가 뛴다] ‘혼밥’, 외로움에서 자유로 의미를 바꿔가다
  • 기고
  • 승인 2018.09.04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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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혼밥러’ 맞춰 식당도 변화
고깃집에서 뷔페까지 메뉴 다양해
어느 일본식 식당에서 칸막이가 쳐진 1인 공간에서 혼밥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어느 일본식 식당에서 칸막이가 쳐진 1인 공간에서 혼밥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2년 차 직장인 A씨는 종종 점심때 ‘혼밥’(홀로 밥을 먹음)을 즐긴다. 직업의 특성상 고객과 입씨름 할 일이 많은 A씨는 점심을 먹을 때 만큼은 눈치 볼 필요가 없는 편안한 시간을 만들고 싶어 몇 달 전부터 혼밥을 즐기기 시작했다. 식사도 사회생활의 일종인 만큼 자주 혼밥 기회를 가지지는 못하지만 가끔 가지는 이 시간이 너무나도 즐겁다. A씨는 “일할 때는 고객 눈치, 상사 눈치를 보고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밥 먹는 시간도 그렇게 보내니 미칠 것 같다”면서 “가끔 혼밥이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밥을 먹을 때는 당연히 다른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관계를 이어가야 한다는 기존의 고정관념 아래에서 혼밥은 외로움, 쓸쓸함과 같은 의미로만 쓰였다. 하지만 식사시간을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롯이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쓰겠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혼밥은 쓸쓸함의 동의어에서 자유의 동의어로 바뀌고 있다. 오랫동안 비주류의 이미지로만 남아있던 혼밥문화가 이제는 오히려 주류가 되어가고 있다.

△혼밥러가 식당을 바꾸다

다양한 가격대와 여러 종류의 음식을 찾을 수 있는 대학가에서 가장 붐비는 곳 중의 하나가 도시락 전문점이다. 동시에 혼밥을 가장 쉽게 즐길 수 있는 곳도 도시락 전문점이다. 넉넉지 않은 20대의 주머니 사정에 맞춰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식단을 갖춘 이곳에는 식사시간만 되면 사람들의 발길이 구름같이 몰려든다. 종종 두 세 명씩 무리를 지어 몰려드는 손님들이 보일 때도 있지만 이곳을 찾는 대부분 손님은 ‘혼밥러’(혼밥하는 사람을 뜻함)이다. 점심이 시작하는 정오부터 점심이 끝나가는 오후 2시에 이르기까지 매장에는 언제나 약 2~3명 가량의 혼밥러들이 가벼운 식사를 즐긴다.

도시락 판매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정지은 씨(20)는 혼밥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대함을 얘기한다. “하루에 250인분에서 300인분 정도가 나가요. 그중에 단체주문을 제외하면 거의 다 혼밥이에요. 비중으로 따지면 대략 80% 정도는 될 거에요. 도시락의 가성비가 좋아서 방학 중에도 특별히 판매량이 줄어드는 일도 없죠.”

도시락이 아닌 일반음식을 취급하는 곳 중에서는 아예 ‘혼밥환영’이라는 표지판을 걸어 놓은 곳도 보인다. 부대찌개를 판매하는 한 식당은 ‘혼밥환영’이라는 표지판을 걸어 놓은 것은 물론 식단도 혼밥러를 타깃으로 맞췄다. 원래 2~3인 단체 손님을 기준으로 만드는 것이 부대찌개의 정석이지만 이곳은 1인분씩 뚝배기에 나눠서 파는 방식으로 문턱을 낮췄다. 그 결과 매출의 큰 부분이 혼밥에서 나오고 있다.

식당 단골 B씨는 전문음식점이 혼밥을 고려해 주는 것에 만족을 표한다. “찌개 잘하는 곳은 대부분 혼밥하기 어려운 곳인데 여기는 혼밥에 맞춰 찌개를 만들어줘요. 가볍게 먹기에 부담이 없고 또 분식점 같은 곳에서 먹는 찌개보다 맛도 깊어요.”

혼밥 식당은 대학가를 벗어난 곳에도 이어진다. 객사 인근에 자리 잡은 한 식당은 혼밥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만들었다. 마주보기 위해 만든 4인용 탁자를 대신해 폭이 좁고 기다란 탁자를 놓고 거기에 칸막이를 설치해 1인용 식사공간을 만들었다. 식당 한쪽에 만들어 놓은 소소한 공간이지만 아직 시선을 의식하는 혼밥러들에게는 꽤 쓸만한 공간이다.

모 식당 서민호 대표(38)는 상가 쪽에서는 혼밥이 그렇게 낯선 일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상가 쪽에서 일할 때 약속을 잡고 밥을 먹기가 어렵죠. 그래서 주변 상가에 계시는 분들이 오셔서 혼밥을 즐기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분들 중에 혼밥코너에서 식사하시는 분들도 조금 있어요.”
 

도로변 식당 벽면에 '혼밥혼술 대환영'이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도로변 식당 벽면에 '혼밥혼술 대환영'이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혼밥, 어떻게 봐야할까?

건설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C씨는 자신을 ‘프로 혼밥러’라 평한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일상이 불규칙했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 점심 약속을 잡기가 어려웠다. 그때 처음 혼밥을 하게 됐는데 그러던 것이 어느덧 혼밥의 최고 난이도라 불리는 고깃집에서도 거리낌 없이 혼밥을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자신의 혼밥 경험을 꺼낼 때 C씨는 패스트푸드 전문점에서 시작하는 혼밥 등급론을 설파하며 고깃집 혼밥에 익숙해지는 노하우까지 전수했다.

C씨는 “초보자가 고깃집 혼밥을 시도할 때는 칸막이가 있는 고깃집에서 시작하고 차차 칸막이가 없는 곳으로 나오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렇듯 충분한 경험을 쌓은 프로 혼밥러 C씨지만 여전히 딱 한 곳 만큼은 밥 먹기가 어렵게 느껴진다. 그곳은 바로 뷔페. 뷔페는 혼밥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애로사항이 많은 곳이다. C씨는 “혼자만 있다 보니 음식이나 음료를 가지러 가면 자리를 치워버리는 일이 생겨서 곤란했다”며 “그렇게 몇 번 흐름이 끊기면 밥맛도 없어졌다”고 뷔페 혼밥에 대한 후기를 남겼다.

또 다른 혼밥 고수 D씨는 본인의 경험을 말하기보다는 초보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충고를 전했다. 우선 큰 식당을 피한다. 눈총을 받는 것과는 별개로 큰 식당은 최소 2인분씩 음식을 파는 경우가 많아 혼자 가기에는 적절치 않다. 큰 길가에서 조금 벗어난 식당, 특히 분식 종류를 파는 곳이 좋다. 분식을 선택하면 주문 후에 음식이 나오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아 지겨운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밥이 나왔을 때는 별다른 일이 없다면 그냥 먹기만 하길 권한다. 뻘쭘하다는 이유로 이어폰을 끼고 뭔가를 듣거나 보면서 먹으면 더 위축돼 보이고 실제로도 더 위축된다.

D씨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혼밥하는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며 “혼자 먹을 때는 그저 당당하게 먹기만 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이민욱 전북대신문사 전 사회부장.
이민욱 전북대신문사 전 사회부장.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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