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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스루’ 어디까지 아니?
‘드라이브 스루’ 어디까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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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9.05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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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 행안부 지방행정정책관
최훈 행안부 지방행정정책관

길을 걷다 보면 ‘DT’라고 적힌 문구를 볼 수 있다. DT는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의 약자이다. 차에 탄 채로 햄버거나 커피를 주문하는 방식을 말한다. 주차난이 심각한 요즘, 주차에 따른 번거로움을 줄이고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건 1992년 맥도날드 부산 해운대점이니 벌써 25년이 넘었다. 미국은 훨씬 오래 전인 1930년대 미주리주 그랜드내셔널 은행에서 최초로 도입했다. 당시에는 고객이 승차한 채 별도로 설치된 창구에서 입금만 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패스트푸드 음식점에 도입된 것은 1947년 미국 스프링필드의 ‘레드자이언트 햄버거’에서 시작해서 1969년 웬디스, 1970년 맥도날드를 거치면서 폭발적으로 확산된다.

지금은 드라이브 스루가 외식업계를 넘어서 편의점, 약국, 투표, 장례식장 등 다양한 곳에서 이용되고 있다. 2017년 3월 네덜란드 총선에서는 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한 투표를 도입했고, 이전 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8%p나 증가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2017년 일본에서는 문상(問喪)을 드라이브 스루로 하는 장례식장이 등장했다. 조문객이 차에 탄 채 태블릿 PC 방명록에 이름을 적고 조의를 표하는 방식인데, 고령자나 시간적 여유가 없는 조문객들의 편의를 위해 계획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행정서비스에 도입한 사례가 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첨단2동 주민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드라이브 스루 민원센터’가 그것이다. 차에 탄 채로 주민등록 등·초본, 가족관계증명서 등 21개의 민원을 즉시 발급받을 수 있다. 2017년 이용건수가 전체 민원발급 건수의 16%인 20,000여건에 이르렀고, 그 수는 매년 증가한다고 한다. 이처럼 주민의 삶을 더 편리하게 바꾼 행정혁신은 주민의 불편을 지나치지 않고 세심하게 바라 본 한 공무원의 관심에서 시작되었다.

주민센터 내 주차공간이 10면밖에 되지 않아, 민원인들이 주차 공간을 찾느라 빙빙 돌다 돌아가야 되는 경우가 많았다. 담당 공무원은 어떻게 하면 그 불편을 해소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이 아이디어를 생각했다고 한다. 관심에서 시작된 아이디어로 주차난이 해소됨은 물론, 노약자나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 민원을 발급받는데 훨씬 편리해졌다. 이러한 공로 덕에 행정 및 민원제도 개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행정안전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행정혁신이라 하면 흔히들 거창하고 어려운 것을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실제로 주민이 체감하는 변화는, ‘드라이브 스루 민원센터’와 같이 생활 속 불편을 해결해주는 것이다. 주민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지방행정혁신을 위해 지난 3월 정부혁신전략회의에서 ‘정부혁신 종합 추진계획’이 확정되었고, 자치단체도 실행계획을 수립해서 주민과 호흡하며 실천하고 있다. 행정에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주민의 참여와 협력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낡은 관행을 개선하고 신뢰받는 지방행정을 구현함은 물론이다.

지방행정혁신은 주민의 삶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서 시작한다. ‘드라이브 스루’처럼 공무원이 주민의 불편을 외면하지 않고 관심을 기울인다면, 혁신은 어디에서나 가능하다. 주민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제2, 제3의 ‘드라이브 스루’가 전국 방방곡곡에 펼쳐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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