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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 국외연수 이대로 괜찮나 (중) 문제점] 여행사 선정 특혜 '논란'·예산은 '펑펑'
[지방의원 국외연수 이대로 괜찮나 (중) 문제점] 여행사 선정 특혜 '논란'·예산은 '펑펑'
  • 남승현
  • 승인 2018.09.05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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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업체 떠맡기니 페이백 논란에 패키지 관광화
협상에 의한 계약, 수의계약, 공개입찰 등 천차만별
매년 국외연수 예산 세워놓고, 우선 쓰고보자 식
보고서 엉망이지만 아무도 지적 없는 평가시스템

정치권은 선거가 있을 때마다 “우리는 다르다”며 외유성(外遊性) 국외연수 철폐 공약을 쏟아내 왔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뒤에는 매번 여행업체를 통해 관광지 시찰을 다니며 눈을 감아버렸다. 지방의회가 예산을 꼬박꼬박 세우는 데다 여행 주제부터 여행업체 선정까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주제를 국외연수에 대입해도 결과 보고서만 내면 그만인 형국이다.

△패키지에 공식 일정 슬쩍

제7대 순창군의회 의원 7명은 지난 2015년 5월 6일 인천공항을 출발했다. 5박 8일 일정으로 스리랑카에 있는 선진 관광·문화·복지 정책 시찰에 나선 것이었다. 5일간 아누라다푸라 고대도시, 시기리야 바위 요새, 담불라 황금 사원 등 세계문화유산 5곳을 비롯해 람보다 폭포와 웰리가마 비치를 둘러봤다. 기관 방문은 스리랑카 고아원과 노인복지시설, 관광청이 포함됐다.

기관 방문을 제외한 일정 대부분이 여행사가 제시한 패키지 관광 일정과 일치했다.

순창군의회뿐만 아니다. 지난 2014년 10월 중국에서 6일을 체류한 제7대 진안군의회 의원 7명도 패키지 일정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진안홍삼의 해외시장 개척과 문화체험 견학을 위한 공무 국외연수에서 의원들은 광저우에 있는 진안홍삼 판매 매장과 유씨국제무역유한공사를 방문한 뒤 세외도원과 이강유람, 관암동굴 등 패키지 관광지를 방문했다. 공식 기관 방문보다 관광 일정이 더 많았다.

이들은 결과 보고서에 “중국인을 위한 맞춤형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 우리도 차별화된 관광 상품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여행사 선정 특혜성 논란

대부분의 지방의회가 여행사를 통해 국외연수를 다녀오고 있다. 의원들이 통역과 숙소, 식사 등 국외연수 일정을 직접 짜야 하는 불편을 덜기 위해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방문 국가나 기관, 목적을 제시하면 여행사는 기존 패키지여행을 약간 수정하는 방식으로 국외연수 일정을 세운다.

여행사 참여 방식은 협상에 의한 계약과 수의계약, 공개입찰로 나뉜다.

특히 상당수 의회가 채택하고 있는 협상에 의한 계약과 수의계약은 견적서를 제출한 여행사를 의원들이 직접 평가한다는 점에서 특혜 논란으로 번질 소지가 크다.

여행사 입찰 방식의 문제는 전북지방경찰청이 수사하고 있는 ‘국외연수 비용 대납 의혹 사건’과도 궤를 같이한다.

경찰에 따르면 송성환 전북도의회 의장은 지난 2016년 9월 당시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의 동유럽 국외연수 과정에서 수의계약 한 전북지역 여행업체 대표 A씨(67)에게 뒷돈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지방의회가 업체를 직접 선정하는 방식에서 대가성의 소지가 드러나면 수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도의회는 올해부터 여행사 선정 방식을 수의계약에서 공개입찰로 바꿨다.

△예산 반납 안하려 안간힘

지방의원 국외연수 예산은 의원 1인당 연간 최대 250만 원에 맞춰져 있지만, 유동성에 따라 300만 원을 웃돌 수도 있다.

한 지방의회 사무국 직원은 “그동안 국외연수 예산을 반납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매년 국외연수를 나가는데, 오히려 예산이 부족해서 추경을 세우는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제10대 전주시의회에서는 세계문화유산을 둘러보기 위해 이탈리아와 뉴질랜드·호주로 국외연수를 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충북을 휩쓴 물난리와 검찰의 재량사업비 수사 확대 등으로 악화한 지역 여론을 의식해 이를 보류했다.

그러나 전주시의회는 국외연수를 포기하지 않았다. 같은 해 10월 전주시의원 17명은 외국의 도시재생 현황 등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네 그룹으로 나눠 일본을 다녀왔다.

일각에서는 유럽을 포기한 전주시의회가 일본행 국외연수로 계획을 바꾼 배경에는 예산 소진을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주시의회 사무국 관계자는 “당시 전북지역 안팎에서 벌어진 사회 현상으로 유럽국가 연수를 취소했다”면서도 “일본에서도 배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연수를 진행한 것이지 예산 소진을 위한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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