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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75) 9장 신라의 위기 11
[불멸의 백제] (175) 9장 신라의 위기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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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9.0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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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잘 오셨소.”

신라여왕 덕만(德曼)이 웃음띤 얼굴로 협려를 보았다. 50여 명의 장수가 들어찬 진막 안은 열기가 덮여져 있다.

“감사합니다. 전하.”

협려가 앉은 채로 허리를 꺾어 절을 했다. 앞쪽에 놓인 상에는 술과 안주가 가득 놓여졌는데 신라와 백제 장수들이 마주보고 앉도록 배치되었다. 여왕 좌우에는 대장군 김유신과 이찬 김석필이 앉았고 이쪽은 협력 좌우에 덕솔 연자신과 백준이 자리잡았다. 나머지 장수들이 서열 순으로 늘어져 앉아서 불빛을 받은 갑옷이 번쩍이고 있다. 여왕이 지그시 협려를 보았다.

“태왕비께서는 건녕하시오?”

선화공주, 의자왕의 모친을 묻는 것이다.

“예, 전하.”

협려가 공손하게 대답했다. 선화공주는 여왕의 동생이다.

“지금도 말을 타시고 도성 남쪽 수렵장에 다니십니다.”

“그런가?”

여왕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내가 선화를 못 본 지 40년이 넘었어. 지금 그대의 대왕 연세가 어떻게 되오?”

“예, 마흔넷이십니다.”

“그럼 45년이 되었네. 못 본 지가.”

“긴 세월입니다. 전하.”

“그렇소.”

이제는 여왕이 한숨을 쉬었지만 진막의 분위기는 밝다. 여왕이 술잔을 들고 협려를 보았다.

“당왕(唐王)이 짐이 여자라고 왕위를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는 거요. 그대도 들었소?”

“예, 주제 넘은 놈입니다.”

어깨를 편 협려가 여왕을 보았다.

“그자는 제 형, 동생을 죽이고 아비를 유폐시킨 후에 동생의 처를 데리고 사는 놈이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하다니요? 무시하십시오. 전하.”

“비담이 당왕의 사주를 받고 반란을 일으킨 것이오.”

“당왕은 안시성에서 눈 한쪽을 잃고 지금 장안성으로 도주하고 있습니다. 이제 비담만 죽이면 백제와 신라는 선왕(先王)들께서 염원하신 합병을 이룰 것입니다.”

“고맙소.”

여왕의 얼굴도 상기되었다. 그때 협려가 고개를 돌려 김유신을 보았다.

“장군, 건배를 하십시다.”

“좋소.”

김유신이 웃음띤 얼굴로 술잔을 들었다.

“양국의 합병을 위하여 건배합시다.”

“만세!”

모두 일제히 술잔을 들고 만세를 외치자 협려가 다시 선창했다.

“백제와 신라의 번영을 위하여!”

“만세!”

여왕도 술잔을 들고 웃는다.

주연을 마치고 진막으로 돌아가는 협려에게 연자신이 말했다.

“대장군, 김유신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소. 나이가 들어서 지친 것 아닐까요?”

“아직도 정정하다고 들었어.”

말 걸음을 늦춘 협려가 연자신과 말 배를 붙여 걸으면서 물었다.

“조금 찜찜하긴 하네. 백제군이 온다는 말을 듣고 여왕이 김춘추를 왜국에 사신으로 보냈으니 말이야.”

“안심을 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며칠 기다렸다가 백제군을 맞아야 도리 아니겠나? 김춘추가 말이야.”

“여왕이 보냈다지 않습니까?”

“김춘추가 며칠 기다린다면 여왕이 잡지는 못했을 거야.”

“대장군은 생각도 많으시오.”

연자신이 웃으면서 말했다. 협려는 지장(智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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