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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이은 조각보 - 한일문화교류 보자기·한국전통자수전시회
삶을 이은 조각보 - 한일문화교류 보자기·한국전통자수전시회
  • 기고
  • 승인 2018.09.1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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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무라 미코 한일문화교류센터 사무국장
나카무라 미코 한일문화교류센터 사무국장

전주에서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마사코 씨가 나를 찾아왔다. 벌써 팔 년 전이다. 고베(神戶)에 사는 전업주부라고 자기소개를 한 마사코 씨는 지인이 하는 미술 전시회를 보러 와 나에게 안내를 부탁했다. 수줍음을 타 모처럼 배우는 한국말이 입에서 잘 안 나오는 마사코 씨와 나는 사람 사는 소리가 들리는 골목을 함께 걸으며 언젠가 한옥마을에 살고 싶다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사코 씨는 무심코 들른 미술관에서 신기하고 아름답게 구성된 천을 보았다. 바로 한국 전통 ‘조각보’이다. 고베에서 한국인 선생님을 찾아내 배우기 시작한 지 이제 십 년이 되었다고 한다. “천연염색, 모시, 삼베….” 이런 말을 마사코 씨가 하면, 관심이 적은 나는 한국에 살면서도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올해 초에 전주로 온 마사코 씨는 골동품 가게를 보고 싶다고 해서 몇 군데 들렀다. 놀랍게도 마사코 씨는 “이것을 찾고 있었어요!” 하며 먼지가 쌓인 선반에 있는 일본 왕복 비행기표보다 비싼 한산모시 한 필을 샀다. 나는 그때서야 이 친구가 조각보 작가인 것을 새삼 인식했다. 그동안 선물로 받은 작품들이 있었는데 내 눈은 단춧구멍이었나 보다.

도쿄 한가운데에 사는 야수코 씨도 내 친구이다. 세계를 돌아다니는 활발한 여성인 야수코 씨는 매일 한국어를 공부하고 한국에 있는 대학교 어학원에도 다닌다. 그러던 중 한일 시민 교류를 추진하는 내 직장에 놀러 왔다, 그것도 팔 년 전에.

한옥마을 어느 창가에 걸려 있는 조각보에 문득 눈이 간 야수코 씨는 그 매력에 빠져 그곳 선생님을 따라 바느질을 시작했다. 며칠 동안 전주에서 머물고 배운 다음에 도쿄에 있는 집에서 숙제로 조각보를 만들고, 다시 전주로 가져와 다음 숙제를 받아 가기를 되풀이한다. 내가 초대를 받아 간 야수코 씨 집에서는 천 조각을 잇댄 보자기나 발, 방장 등이 멋있게 장식되어 있었다. 전통도 좋지만 새로운 표현을 하려고 궁리하는 일도 재미있다고 하는 야수코 씨는 한지로 인형이나 미술품도 창의적으로 만들어 본다.

올 가을에 우리는 인연이 깊은 한옥마을에서 한국 전통자수 작가들과 함께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전주에서 활동하는 자수 작가들과는 일본에서 만나 교류를 돈독히 해온 사이다. 손끝에서 마음을 풀어내며 한 땀 한 땀을 소중하게 꾸민 자수작품들과 조각보들이 그날 조명을 받을 것이다.

“마사코 씨, 전주를 주제로 뭐 하나 만들어 줘요.” 하는 내 말을 듣고 전주의 상징이 비빔밥인지 한옥인지 연꽃인지 찾아보다가 번뜩 생각이 떠올랐다고 한 마사코 씨의 조각보가 궁금해진다.

빛과 바람을 들인 조각보는 각가지 색을 보석처럼 떨어뜨린다. 9월 18일부터 교동미술관에서 열릴 전시회는 자수 작가들과 참석자들, 일본인들이 사는 모습을 모아 조화를 이룬 한 장의 조각보가 될 것이다. 한국사람들이 수를 놓은 꽃과 일본인이 만든 빛깔의 꽃이 어떻게 필 것인지 자못 기대된다.

한국과 인연을 맺은 우리는 십 년 가까운 세월을 한국 문화를 만나며 늘 설레고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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