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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소통 2018 시민기자가 뛴다] 일상의 기록과 기억을 담는 마을미디어
[참여&소통 2018 시민기자가 뛴다] 일상의 기록과 기억을 담는 마을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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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9.1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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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과 기억’을 담는 전주독서 대전 공개방송 BOOK 라디오
2017 전주 독서대전 북 라디오 현장 모습.
2017 전주 독서대전 북 라디오 현장 모습.

오는 14일부터 16일까지 ‘기록과 기억’이라는 주제로 2018 전주독서대전이 열린다. 이번 행사기간에 마을라디오도 함께할 예정이다. 혁신FM, 평화동 마을신문 꽃밭정이라디오, 소리톡톡 FM, 꼬뮤니티 등 전주지역에서 활동 중인 여러 마을라디오와 활동가들이 참여해 책과 함께 일상의 기록과 기억을 담아낼 예정이다. 방송은 독서대전이 열리는 기간 중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1시간 단위로 진행된다. 스튜디오는 전주한벽문화관 광장에 마련된다. 방송은 현장과 페이스북 라이브로 송출돼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다. 방송의 기획과 진행에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가 함께 하고 있다.

라디오는 음악과 정보를 전달해주는 매체이기도 하지만, 기록과 기억의 매체이기도 하다. 특히 마을라디오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함으로서 시민들의 기억과 일상을 기록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기록과 기억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 마을라디오가 함께하는 것은 멋진 조합이다. 그러나 마을라디오가 참여하는 것이 기록의 매체가 책에서 라디오로 확장된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록의 주체가 확장된다는 것도 의미한다.

△세계 각국, 우리나라의 기록과 기억의 매체

영국의 리스닝프로젝트는 온라인 홈페이지에 접속해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녹음할 수 있다. 주제나 이야기 방식을 불문하고 지금 살아가는 이야기를 자유롭게 말 할 수 있다. 2012년부터 영국 전역에서 1,000개 이상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음성파일로 담아내고, BBC라디오를 통해 방송을 하고 있다. BBC4와 영국국립도서관 인터넷웹사이트에서 다시 듣기가 가능하다. 보통사람들의 세세한 생각과 경험을 담은 대화는 후손들을 위해 대영도서관의 소리도서관에 영구 보존 된다. 이 리스닝 프로젝트는 기존의 구전 역사 녹취가 노인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길게 이야기 하는 인터뷰로 구성된 것과 달리 오늘날 영국에서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있다.

스토리코어는 2003년부터 시작되어 약 8만여 명으로부터 4만 건에 이르는 인터뷰를 구술채록, 보존해오고 있다. 구술채록 방법은 구술자가 방문하거나 구술자에게 방문하는 방법, 장비를 대여하거나 구술자가 자체 제작하는 방법 등 이용자편의에 맞게 이뤄진다. 이렇게 확보된 구술기록은 미국공영방송 NPR을 통해 방송된다. 공식웹사이트, 팟캐스트 등을 통해 온라인 이용도 가능하다. 또 미국 의회 도서관에 보내져 역사의 일부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들이 발간한 책 ‘고마워요, 엄마’가 번역되어 소개된 바 있다. 언뜻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 같지만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국 NPR은 스토리코어 인터뷰 중 하나를 선정해 방송했는데, 폭발적인 인기에 방송 빈도를 일주일에 1회로 늘렸다. 특히 팟캐스트로 내려 받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메모리인 서울 역시 마찬가지다. 메모리인 서울은 한국판 스토리코어이다. 메모리인 서울은 서울에 대한 시민들의 기억을 목소리로 기록하고, 수집된 이야기를 통해 전시, 공연, 웹툰, 팟캐스트 등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제작한다. 이 프로젝트에는 기억수집가가 중간의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학창시절의 추억을 비롯한 소소한 개인사에서 삼풍참사라는 아품의 기억을 기록해 공유한다. 기억수집가가 직접 찾아가거나, 서울도서관 메모리스튜디오로 가면 목소리로 기억을 남길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서울의 발전 속에서 무심히 흘려보냈던 기억으로서의 역사가 재발견되고 있다.

이러한 작업들은 개인의 기억이라는 사적 영역이 역사적 기록이라는 공적 영역으로 환원하는 것이다.
 

△좀더 일상적인 마을미디어

마을미디어는 좀 더 일상적인 기록 매체다. 그래서 일상의 기록과 아카이브 역할을 하는 매개체로서 마을미디어가 주목받고 있다. 마을신문의 기사는 주민자치, 지역 동호회, 이벤트, 구성원의 대소사 등 마을공동체의 일상적인 기록이 담겨지고 있고, 이는 일상의 아카이브, 공동체의 아카이브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마을라디오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마을의 이야기가 구술화 되어 기록으로 담겨진다. 특히 라디오는 구술성이 강한 매체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쉽게 참여하면서,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기억을 담아 낼 수 있다.

서울 창신동 마을라디오 <덤>은 창신동의 봉제사들의 과거와 현재를 라디오를 통해 담아내고 있다. <덤>의 라디오방송국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전시에 활용되기도 했다. 동작구 마을라디오 <동작FM>은 라디오방송을 정리해 책으로 펴냈다. 동작 지역의 역사와 사람들 이야기를 담은 방송인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 방송분을 정리해 책으로 읽는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를 발간했다. 이 방송은 현재 132회까지 방송되었다.

동작 FM의 양승렬 대표는 “책은 이후 도서관, 학교, 관공서에 보내져서 많은 분들이 볼 수 있게 했는데, 책을 보신 후 몰랐던 다양한 동네의 이야기를 알 수 있게 되었다는 반응과, 후속 프로그램에 대한 요청이 많았다”며, “올해 2번째 책을 준비 중에 있고, 동작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사람책방이라는 프로그램도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사람책방은 현재 160회까지 방송되고 있다고 한다.

△라디오를 통한 새로운 관계

라디오를 통한 기억과 기록은 관계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번 북 라디오 기획을 맡고 있는 고영준 마을라디오 교육활동가는 “마을라디오에서의 기록은 마을미디어의 주체인 주민들이 기록하는 과정에서 지역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갖게 할 뿐만 아니라 지역의 주민 간 공동체간의 관계 맺기를 가져온다”면서, “이러한 지역의 관심과 주민들의 관계 맺기는 지난 시간의 기록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앞으로의 시간들에 대한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 간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기억은 또한 치유의 기능도 한다. 자신의 역사, 가족사의 기록화를 마을공동체 내에서 진행하고, 이 기록을 공동체 구성원 간에 아카이브로써 공유하는 것은 현대인들의 상실감과 심적 상처를 치유하기도 한다. 실제로 구술사 인터뷰 및 기록화를 하는 과정에서 많은 구술자들에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자신을 억누르고 있었던 억압과 고통 그리고 트라우마로부터 해방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말하는 이는 물론이고 듣는 이까지, 기록의 생산자는 물론이고 기록을 활용하는 사람까지, 기록을 매개로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직·간접 치유의 효과를 얻게 된다고 한다.

다시 독서 대전 BOOK 라디오로 돌아가 보자. 이번 전주독서대전의 북라디오 역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억과 기록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기억과 기록은 우리가 전주라는 도시를 기록하고 이해하는 중요한 매개가 될 것이다. 이번 독서대전에 참여하시는 분들이라면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른 사람의 기억을 듣고, 자신의 기억을 남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듣고 싶다. 여러분의 전주의 기억은 무엇인지?
 

최성은 전주시민미디어센터장
최성은 전주시민미디어센터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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