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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가야의 비밀, 아이언 로드] ⑤ 중국 제남·치박-“‘아이언 로드’ 충분히 가능성 있다…공동 연구 적극 협조할 것”
[장수가야의 비밀, 아이언 로드] ⑤ 중국 제남·치박-“‘아이언 로드’ 충분히 가능성 있다…공동 연구 적극 협조할 것”
  • 김보현
  • 승인 2018.09.13 1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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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라 유물·역사 망라한 제국역사박물관 주옥덕 관장
“전북 혁신도시서 발굴된 동검은 중국 산동성에서 제작
기원전 2세기 일본과 교류, 바다 건너 전북권도 가능”
완주 상림리에서 출토된 중국식 청동검 26자루.
완주 상림리에서 출토된 중국식 청동검 26자루.

최근 전북 가야사 복원 사업이 탄력을 받는 가운데 장수에서 다수의 제출 유적이 발굴돼 관심이 집중됐다.

기존에는 철기문화가 중국 요동반도를 통해 한반도에 전파됐다고 알려졌다. 한반도 이북과 한강 유역에서 발전한 철기문화가 뒤늦게 한강 이남으로 내려오는 셈이다.

하지만 장수가야의 제철기술이 바닷길을 통해 육로보다 먼저 직접적으로 전파되고, 이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제철문화를 꽃피웠다는 학설이 나왔다. 일명 ‘아이언 로드(iron road)’다.

청동기와 초기 철기시대에 존재했던 중국 제나라의 전횡이 군산 어청도로 망명하면서 26자루의 청동기∼초기 철기시대 청동검과 제철기술을 가져왔다는 것. 이후 선진 토착 세력이 있던 내륙, 현재의 전북혁신도시로 건너와서 약 100년간 선진기술 문화를 꽃피우다 철광석(철기 원재료)이 풍부한 장수지역으로 이동했다는 주장이다.

장수가야 제철기술이 독자성과 선진성을 증명한다면 당시 삼국(고구려·백제·신라) 못지않은 중심축으로 떠오른다.

이에 따라 전북일보는 장수가야 제철기술의 뿌리를 찾기 위해 6차례에 걸쳐 ‘아이언 로드’를 거슬러 올라가며 쫓아 왔다. 마지막 거점은 전횡의 제나라가 존재했던 중국 산동성 제남(濟南)시와 치박(淄博)시다.
 

중국 제국역사박물관에 전시된 청동기-초기철기시대에 제작된 중국식 동검. 이 역시 전북 혁신도시에서 발굴된 것과 같다는 평가다.
중국 제국역사박물관에 전시된 청동기-초기철기시대에 제작된 중국식 동검. 이 역시 전북 혁신도시에서 발굴된 것과 같다는 평가다.

한국과 가장 가까운 중국의 산동성. 김포∼부산 간 거리보다 인천∼산동 간 거리가 더 짧을 정도다.

산동성의 성도인 제남은 40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도시다. 제나라의 수도였던 치박은 제남에서 동쪽으로 1시간 반가량 차로 이동하면 나온다. 중국 동·서 교류의 중심이자 실크로드의 중추적인 통로였던 곳으로, 상업과 다양한 문물 교류·전파가 활발했다고 한다.

기자는 중국 산동성박물관과 제국역사박물관을 방문했다. 중국에서 가져온 유물로 추정되는 전북혁신도시에서 발견된 중국식 동검 26자루와 실제 같은 시대 중국식 동검을 비교하기 위해서다. 또 ‘아이언 로드’의 현실 가능성에 대한 중국 전문가들의 의견을 묻고자 했다.

제나라의 철기유물을 볼 수 있는 곳. 춘추전국시대(초기철기 시대) 당시 산동성 일대에 번영했던 제(齊)나라와 노(魯)나라를 중심으로 시대별 산동성 지역 유물·유적을 총망라한 중국 산동성박물관이다.

28만 여 점의 유물·문건·자연표본 등이 시대별·주제별로 15개 전시실에 보관돼 있다.

산과 바다, 평야를 두루 끼고 있는 산동성 일대는 사람이 많이 살고 농경문화가 가장 융성했다. 춘추전국시대는 전쟁도 빈번했다.

따라서 제나라 유물로는 청동기와 철기 농기구·무기가 가장 많았다. 이곳에서도 전북혁신도시에서 발굴된 26점의 중국식 도씨검과 형태가 동일한 다수의 청동검을 볼 수 있었다.

중국 산동성박물관에서 수옥결(修玉決) 큐레이터가 박물관이 보유한 유물 중 전북 혁신도시에서 발굴된 중국식 동검 26자루와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중국 동검을 소개하고 있다. 손잡이 부분 등 형태가 매우 유사하다.
중국 산동성박물관에서 수옥결(修玉決) 큐레이터가 박물관이 보유한 유물 중 전북 혁신도시에서 발굴된 중국식 동검 26자루와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중국 동검을 소개하고 있다. 손잡이 부분 등 형태가 매우 유사하다.

수옥결(修玉決) 중국 산동성박물관 큐레이터는 “수많은 전쟁으로 당시는 무기가 많았고, 또 각 지역마다 검의 형태도 다양했다”며 “전시장에 있는 검과 전북혁신도시에서 발굴된 유물을 비교했을 때 하단부 손잡이 등 특정 형태가 동일하다. 시기나 디자인 등으로 미루어 추측할 때 춘추전국시대(초기 철기시대)에 제작된 중국식 청동검이 전북혁신도시에서 발견된 것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중국 국학박물관이나 군사박물관을 통해 철기 성분 등을 연구해보면 더 정확한 결과가 나오겠지만, 당시 멀리 떨어져 있던 두 지역에서 이정도로 유사한 유물이 나온 것은 직접적인 교류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치박에 있는 제국역사박물관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다.

2016년 말 현대식 건물로 새로 지은 제국역사박물관은 800년의 휘황찬란한 제나라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15개 전시실에 각각 300여 점 이상의 문화재가 시대·분야별로 전시돼 있다.

이곳에서도 전북혁신도시에서 발굴된 검과 형태가 일치하는 중국식 동검들이 발견됐다.

제나라 역사 연구의 권위자인 주옥덕(朱玉德) 제국역사박물관 관장은 몇 가지 특징에 따라 두 지역의 유물이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주옥덕(朱玉德) 제국역사박물관 관장.
주옥덕(朱玉德) 제국역사박물관 관장.

한나라 시대 검은 길이가 75~85cm인데, 전횡이 있던 춘추전국시대는 길이가 50cm 전후 정도였다는 것, 칼날 가운데 부분이 길게 나뉘어 있는 점, 손잡이가 일체형이면서도 쉽게 잡을 수 있게 모양이 독특하게 만들어진 점 등이다.

그렇다면 이를 가져온 인물은 전횡이 맞을까. 이에 대해 주옥덕 관장은 “중국 산동성 지역의 고위층이 가져온 것은 확실하다고 본다. 그러나 전횡일 가능성은 절반이다”고 말했다.

“제나라 전횡 시기에는 이미 무기, 농기, 생활용품 분야에서 철기문화가 확산돼 있었습니다. 또 전횡이 망명한 시기도 맞아떨어지죠. 따라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기도 하지만 중국에서는 전횡이 망명해 도착한 곳을 청도로 보는 견해가 더 큽니다. 하지만 전횡이 아니더라도 전횡의 측근 세력이 바다를 건넌 것으로 봅니다. 군산 어청도에 있는 전횡 사당을 세운 것도 자신들이 모시던 전횡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봐요.”

주 관장은 “비슷한 시기 제나라와 일본과의 교류도 빈번했다”며 “아직 자료·유물 등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옛 장수가야 일대와도 해상 교류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제나라 시기 일본과의 교류도 일본 학계가 적극적으로 연구하면서 밝혀졌습니다. 아직까지 옛 장수가야 일대인 장수·남원 등이나 전북혁신도시 일대에서는 기원전 1세기 전후 시기의 발굴·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사료가 없다면 유물·유적 발굴만이 실마리가 되겠죠. 전북에서도 ‘아이언 로드’거점지역 조사·발굴이 활발히 이뤄지길 바랍니다. 현재 발굴된 제철유적 외에 철기 유물과 제작 용품 등을 찾는 것이 관건일 것 같습니다. 당시 바다를 통해 다양한 집단과 문물 전파·교류가 있었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큰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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