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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특이점, 그리고 로봇 저널리즘
알파고, 특이점, 그리고 로봇 저널리즘
  • 기고
  • 승인 2018.09.18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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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을 잃어버린 언론은 인공지능시대 생존 못해, 높은 신뢰구축만이 살 길
본보 객원 논설위원
본보 객원 논설위원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 빅 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 사회적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차세대 산업혁명이다.

많은 대중들은 낯설고 어려웠던 4차 산업혁명의 의미를 2년 전 인공지능과 인간의 바둑대결을 통해 실감하게 됐다고 한다. 지난 2016년 구글 딥 마인드 팀이 개발한 ‘알파고 리’는 인간의 지능과 창의성을 뛰어넘으며 한국의 이세돌 9단을 이겨 우리에게 충격과 당혹감을 안겨준다.

알파고 리는 더욱 진화해 불과 1년 만에 인공지능 바둑의 완결판인 ‘알파고 제로’로 거듭난다. 알파고 제로는 기존 방식과 달리 기본적 바둑 규칙만 알고 나머지는 스스로 대국을 하며 그 이치를 깨닫는 강화학습으로 경이적인 승률을 거둔다.

작년에 알파고 제로는 단 72시간의 독학으로 이세돌을 꺽은 알파고 리에게 100전 100승을 거둔다. 이후 “이세돌은 이겨도 나는 못 이길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세계 랭킹 1위 중국의 커제를 완파한 ‘알파고 마스터’마저 제압한다. 이어 알파고 제로는 할 일 다 했다는 듯 은퇴한다.

바둑의 알파고처럼 비생물학적 지능이 인간의 생물학적 지능을 능가하는 시점을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특이점’(特異點, singularity)이라고 말했다. 커즈와일은 2006년 저서에서 특이점의 시대가 2045년에 도래한다고 예측했다.

일부 미래학자들은 인지구조 분야에서 인간 두뇌를 따라잡거나 이를 넘어서는 인지 컴퓨팅 기술이 출현한다면 특이점은 훨씬 앞당겨져 2029년 이전이라고도 한다.

바둑의 특이점을 접하면서 우리는 보다 많은 분야에서 특이점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필자가 30년 가까이 몸담았던 언론도 예외가 아니다. 실제 로봇이 인간기자를 대신해 기사를 작성하는 로봇 저널리즘은 현재진행형이다. 로봇 저널리즘은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데이터를 수집해 기사 형태의 글을 작성하는 방식이다.

2015년 AP통신을 시작으로 한 인공지능 기사 작성은 국내에서도 활발하다. KBO(한국프로야구위원회)는 이미 로봇이 작성하는 2군 퓨처스 리그 경기 기사를 작성, 배포하고 있다. 연합뉴스도 축구 프리미어리그를 담당하는 ‘사커봇’으로 2017∼2018시즌 380경기 전체 기사를 냈다. 또 평창동계오륜 때는 ‘올림픽봇’으로 787건의 기사를 실었다.

로봇의 기사는 경기가 끝난 뒤 불과 1, 2초 만에 작성될 정도로 인간 능력 너머의 속도와 효율성을 갖는다. 더구나 수집된 데이터에 오류가 없다면 오보가 없는 무결점 기사가 된다. 이는 가짜뉴스 때문에 등장한 ‘팩트 체크’조차 필요 없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로봇기자가 진화를 거듭할수록 인간기자들이 설 땅은 좁아지는가? 대부분의 미디어 관계자들은 도리어 로봇이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고 진단한다. 로봇이 기사 작성 속도와 정확성, 데이터 분석력에서 월등하겠지만 가치판단과 방향제시 측면에서는 결코 인간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가짜뉴스와 왜곡보도가 범람하는 요즘 세태를 보면 그 같은 전망도 희망사항에 그칠 수 있다는 걱정이 든다. 사람들에게 기사 작성자가 로봇이라고 했을 때가 기자라고 말했을 경우보다 신뢰도가 높았다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실험결과를 귓등으로 흘리는 언론사가 적지 않아서다.

전주혁신도시 국민연금공단과 관련해 팩트와 통계를 왜곡, 짜깁기하는 보도 행태를 보이는 일부 매체들이 ‘로봇 저널리즘 시대에는 신뢰도 높은 언론사와 기자만이 생존할 것’이라는 경고를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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