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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밥값
국회의원의 밥값
  • 기고
  • 승인 2018.09.19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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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국회의원·서울 강북구을·더불어민주당
박용진 국회의원·서울 강북구을·더불어민주당

나는 지난해 국감에서 ‘이건희 삼성회장의 4조5000억 차명계좌’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무엇보다도 그가 이 검은돈들에 대해 ‘금융실명법 제 5조’가 정한 ‘비실명자산’에 대한 과징금과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했다.

국세청은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을 핑계로 댔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비실명자산’에 ‘차명계좌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홍길동’, ‘장길산’ 등 허무명으로 계좌를 개설한 것이 아니라 ‘주민등록상의 실제 명의인’의 계좌였다면 그 돈의 주인이 다른 사람이라 할지라도 문제가 없다는 해석을 금융위원회가 내렸기 때문이다.

기가 막혔다. 금융실명법이란 ‘자기 돈은 자기 이름으로 관리하고, 그에 합당한 세금을 내는 것으로’ 알고 있는 국민들의 상식을 조롱하는 해석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은 은행가서 계좌 하나 개설하는데 본인의 신분증을 제시하고 온갖 서류에 도장 찍어야만 하는데, 대한민국의 돈 있고, 빽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은 세금 납부를 피해 재산 관리하는 것을 대한민국 정부가 봐주고 있었단 말인가?

금융투명성을 위해 일해야 하는 금융위가 이 모양이니 대한민국의 금융정의가 제대로 설 리가 없었다. 국감 기간 내내 이 문제로 금융위와 싸웠다. 삼성 관련 추문은 보도하지 않으려는 언론들의 침묵과도 싸워야 했다. 그런 전방위 압력을 전개한 끝에 금융위원회의 ‘항복’을 받아낼 수 있었다. ‘차명계좌도 비실명자산으로 보고 과징금과 과세를 하는’ 것으로 금융실명법 유권해석을 변경한 것이다.

몰상식을 상식이 이긴 것이고, 재벌과 권력의 카르텔을 국민이 깨뜨린 것이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에만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힘 센 사람들에게만 1093억 원의 세금을 더 걷었다. 앞으로 더 걷어 들인다고 한다. 흔히들 국회의원들이 놀고먹는다, 밥값하지 못한다고 꾸짖는 국민들이 많다. 하지만 한방에 국회 1년 예산인 1000억 원 이상을 벌어들였으니 이만하면 제 밥값은 했다고 자랑스레 보고를 드려도 될까?

국회의원 한 명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연간 7억 원 정도라며 비판적인 주장을 하는 보도가 있었다. 국회의원 수를 더 늘리거나 활동의 편의를 봐주는 것에도 국민들은 비판적이다. 물론 국회의원이 밥값은 비싼 편이다. 놀고먹는 국회의원에게는 더 아깝고 비싸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밥값을 제대로 하면 국민들에게 훨씬 많은 이익을 돌려 드릴 수 있다. 국회에서 국회의원 한 명이 제대로 된 예산낭비를 바로 잡으면 적어도 한 방에 많은 예산을 아낀다.

예를 들어 군의 납품비리, 교육부나 행정안전부의 과다지출 문제 하나만 지적해도 수 백 억 원의 예산을 절약한다. 똘똘한 국회의원 한명, 제대로 일하는 국회의원 한명이 소중한 이유가 여기에 있고, 일 잘하는 의원에게 국민들이 응원해주셔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정감사의 계절이 돌아왔다. 국회는 10월 10일부터 국정감사에 돌입한다. 2018년 정기국회 100일 중 가장 핫한 기간이다. 국회의 역할이 국민의 피 같은 재산을 지키고 법의 통치를 위해 권력을 감시하는 일인데 정기국회 기간과 국정감사 기간이 바로 행정부가 허투루 쓴 돈을 찾아내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법과 제도를 세우는 일을 하는 것이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다시 한 번 밥값 제대로 하는 국회의원의 역할을 다짐해본다.

끝으로 지면으로나마 고향인 전북도민들에게 이번 추석 연휴 행복하시길 인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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