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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84) 9장 신라의 위기 20
[불멸의 백제] (184) 9장 신라의 위기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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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9.19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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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백제군이 물러갑니다!”

염종이 소리쳐 말하더니 상기된 얼굴로 비담을 보았다.

“대감! 이 기회에 김유신군을 칩시다.”

“아니, 서둘지 말게.”

비담이 말하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두 눈을 부릅떴고 이를 악물었다.

“내가 신라 왕위를 바란 것은 신라의 독자생존을 위한 것이었지만 이제야 개안을 했다.”

비담의 목소리가 떨렸고 청 안의 장수들은 숨을 죽였다. 비담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김춘추는 거짓으로 백제와의 합병을 추구했지만 나는 진심이다. 백제와 합병하는 것이 대륙의 끝에 박힌 우리 부족의 살 길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옳습니다.”

비담의 최측근이며 이찬 벼슬인 염종도 소리쳐 동조했다.

“백제, 신라가 합병하면 고구려까지 형제국이 되어서 당(唐)을 단숨에 발 아래로 내려다 볼 수가 있을 것이오!”

“당장 김유신군(軍)을 칩시다!”

중랑장 윤천이 소리쳤고 여럿이 따랐다.

“김유신군이 당황하고 있을 것이오!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됩니다!”

“백제군이 빠져나가면 전력은 우리가 우세하다.”

비담이 손을 들어 장수들을 달랬다.

“더구나 김춘추가 여왕을 죽였다는 말이 먹혀드는 것 같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가 유리하다.”

그 시간에 김유신의 진막 안에서 김유신이 상민 복색의 사내와 둘이 마주앉아 있다. 상민 차림의 사내는 바로 김춘추다. 김춘추가 변복을 하고 김유신의 진막까지 온 것이다. 오후 신시(4시) 무렵, 아직 한낮인데도 김춘추가 찾아온 것은 그만큼 다급했기 때문이다. 김춘추가 쓴웃음을 짓고 말했다.

“대장군,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하시오. 백제군이 저절로 물러갔으니 이제야말로 우리가 스스로 일어날 때요.”

“대감, 비담군(軍)의 역선전으로 군심(軍心)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김유신이 찌푸린 얼굴로 김춘추에게 말했다.

“군심이 더 흔들리기 전에 비담군을 치는 것이 나겠습니다. 저놈들이 방심하고 있을 테니 오늘 밤에 반월성 서문으로 기습을 하겠습니다.”

“대장군.”

김춘추가 눈을 치켜떴지만 입술은 비틀고 웃었다.

“기다리시오. 나는 20년을 기다렸소.”

“대감.”

“지금 비담군을 격멸시킨다면 아직 신라 땅을 벗어나지 못한 백제군이 말머리를 돌려 습격해올 것이오. 그때는 우리가 궤멸당합니다.”

“과연.”

김유신이 어깨를 늘어뜨렸다. 전략은 김유신이 우세하지만 대국(大局)을 읽는 것은 김춘추가 뛰어난 것이다. 김춘추가 말을 이었다.

“백제군이 신라 땅을 벗어났을 때 비담군을 격멸시키기로 합시다. 승만 공주를 여왕으로 내세우면 군심이 순식간에 안정이 되고 대세를 우리가 쥐게 될 것이오. 그때 비담 일족을 소탕하십시다.

“알겠습니다.”

김유신이 머리를 끄덕였다.

“비담이 오늘 당장 공격해 오지만 않으면 전세는 점점 우리에게 유리해질 것 같습니다.”

그러자 김춘추가 다시 웃었다.

“비담은 우유부단해서 결단이 늦습니다. 지금까지 그 자는 여러 번 기회를 놓쳤지만 난 놓친 적이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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