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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87) 10장 백제령 왜국 3
[불멸의 백제] (187) 10장 백제령 왜국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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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9.27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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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풍왕자가 덕솔 진겸을 불렀을 때는 오후 미시(12시)무렵이다. 풍왕자는 방금 왕궁에 들렸다가 나온 것이다.

“덕솔, 어젯밤 왜왕이 돌아가셨다.”

“예엣!”

놀란 진겸이 풍을 보았다. 백제방 방주 풍은 거의 매일 왜왕을 만난다. 조오메이는 병약했지만 갑자기 죽을지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때 풍이 말을 이었다.

“왜왕께서 미리 유언으로 왕후에게 왕위를 이양한다고는 했지만 소가씨가 가만두지 않을 것 같다.”

“본국에서 곧 지원해주실 것입니다.”

진겸이 위로하듯 말했다. 본국에 왜국 상황을 알리는 밀사가 급히 떠난 것이 한달 전이다. 백제방은 왜 왕실과 직결되어 있어서 왕가(王家)는 모두 백제 왕실과 혈연관계로 이어져 왔다. 그리고 대신들도 백제계가 많아서 섭정 역할을 맡은 소가 에미시와 그 아들 소가 이루카도 백제계인 것이다. 풍이 길게 숨을 뱉었다.

“왕후를 만나고 왔는데 왕위를 사양하고 싶어하셨어.”

“왕자 전하.”

진겸이 목소리를 낮추고 풍을 보았다. 백제방의 청 안이다. 넓은 청 안에는 그들 둘뿐이었지만 진겸이 낮게 물었다.

“전하, 이번 기회에 차라리 왜왕 왕위를 이어 받으시지요.”

“나라의 평안을 위해서는 그것이 나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난 왕위에는 미련이 없다.”

“소가씨가 왕이 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소가씨는 당의 첩자 뿐만이 아니라 신라 첩자도 만나고 있습니다. 전하.”

“여왕이 즉위하시고 나서 상의하자. 지금은 왕의 유언을 집행하도록 도와야 한다.”

그 시간에 소가씨의 대저택안 청에서는 대신 소가 에미시가 아들인 소가 이루카와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둘도 모두 왕궁에서 나온 참이다. 둘의 주위에는 가신(家臣)들이 둘러 앉았는데 중신(重臣)들이다. 에미시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는 이제 은퇴를 했으니 나설 필요는 없지만 이루카, 당분간은 여왕 천하로 두는게 옳다.”

“아버님, 능력이 없는 여왕을 내세웠다가 신라짝이 납니다. 신라는 지금 내란이 일어났지 않습니까?”

이루카가 어깨를 펴고 에미시를 보았다.

이루카는 37세, 장년이다. 소가 가문은 백제계 목협만치씨를 조상으로 50년이 넘도록 왜국을 통치해왔다. 소가 에미시의 어머니 소가노우마코는 쇼토쿠 태자와 함께 왜국을 다스린 섭정이었던 것이다. 그때 에미시의 중신 이키타가 말했다.

“대감, 서두르실 필요가 없습니다. 왕후께서도 왕이 되실 뜻이 없으셔서 백제방 풍 왕자에게 두번이나 사양을 했다고 합니다.”

“으음, 풍이.”

이루카의 눈빛이 강해졌다. 머리를 든 이루카가 에미시를 보았다.

“아버님, 풍을 이대로 놔둬야 합니까?”

“욕심이 과하다.”

혀를 찬 에미시가 허리를 폈다. 에미시는 72세, 그러나 아직도 눈빛이 강하고 말을 달려 사냥을 한다.

“백제는 네 모국(母國)이고 네 바탕이다. 백제방이 있었기 때문에 소가 가문이 이만큼 번성할 수 있었던 거다. 뿌리를 잃으면 곧 말라죽는다.”

에미시의 말이 엄격했기 때문에 이루카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루카의 중신들은 눈빛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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