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19-06-18 20:36 (화)
[장수가야의 비밀, 아이언로드 ⑥ 전문가 제언] “뿌리 찾은 전북가야 제철유적, 확장·복원해 세계유산 등재해야”
[장수가야의 비밀, 아이언로드 ⑥ 전문가 제언] “뿌리 찾은 전북가야 제철유적, 확장·복원해 세계유산 등재해야”
  • 김보현
  • 승인 2018.09.27 1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이언 로드는 전북가야 제철유적의 족보
일본서 투구·활촉 등 전북가야 유물 존재
동북아 ‘아이언 로드’로 확장 연구해야
지속적 연구·인력보완·철 성분 검사 필요
유일한 고대 제철유적 의의, 널리 알려야

전북일보는 장수가야 제철기술의 뿌리를 찾기 위해 5차례에 걸쳐 ‘아이언 로드’를 거슬러 올라가며 쫓았다.

장수가야 제철유적 현장에서는 찬란했던 테크노밸리의 영광을 돌아봤고 전주·완주(오늘날 전북혁신도시)에서는 26자루의 중국식 청동검 등 유물로부터 이곳 잡단세력과 장수가야 세력의 연결고리를 찾았다.

군산 어청도에서는 ‘전횡사당’, ‘불탄여’ 등 중국 한나라의 공격에 바다 건너 망명 온 전횡 무리의 흔적을 발견했다. 전횡의 제나라가 존재했던 중국 산동성 제남(濟南)과 치박(淄博)이 ‘아이언 로드’의 마지막 거점이었다. 이곳에서 전북혁신도시에서 발견된 중국식 동검과 제나라 동검을 비교해 외형상으로 일치함을 알게 됐다.

‘아이언 로드’ 가설을 주장한 곽장근 군산대 가야문화연구소장, 전북의 초기철기문화 전공자인 한수영 호남문화재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부터 ‘아이언 로드’ 주요 거점에서 찾은 성과와 의의, 발전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전북가야사 복원에 있어서 ‘아이언 로드’가 왜 중요합니까.

△한수영 연구원: ‘아이언 로드’는 해로로 왔다는 것이 관건입니다.

인류사에서 가장 충격이 큰 것, 고대국가에서 가장 강력한 국력이 철이었습니다. 철을 선점한 집단이 크게 성장했죠. 한데 철기문화가 육로로 오면 한반도 이북을 지나 서울, 충청 그리고 다음이 전북입니다. 이미 위에서 2차·3차 재지(在地) 토착화가 되고 전북은 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이죠.

하지만 해로는 훨씬 경로가 다이나믹한 데다 적극성이 드러납니다. 더욱이 전북혁신도시에서 발견된 ‘중국식 동검 26자루’를 보면 당시 중국 사람과 문물이 곧바로 들어왔단 걸 알 수 있죠. 이는 충분히 독자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원재료가 들어온 셈입니다.

전라도의 가장 찬란하고 앞선 역사로 여겨지는 백제 역시 전라도에 와서 뿌리를 내린 것은 한성, 부여, 공주를 거쳐 그 이후였습니다. 하지만 전북 가야사는 전북이 온전히 중심입니다. 더욱이 당시의 전북은 철을 통해 수도권보다 훨씬 큰 세력이었죠.

- 전북가야사 복원에 있어서 ‘아이언 로드’ 추적은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한: 전북가야사는 문헌이 없기 때문에 오직 유물·유적을 통해서만 과거를 재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 고고학에서 가장 중요한 게 설문조사입니다. 마을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 설화도 무시 못 하죠.

따라서 직접 ‘아이언 로드’ 주요 거점을 방문해 유적·유물을 비교·대조하고 토착민들을 인터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종합해 가능성 높은 역사적인 맥락을 추측, 유적 발굴의 방향성을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죠.

10년 전만 해도 이런 가설을 세우지도 못했습니다. 전북 가야의 유적들이 땅속에 2000년 넘게 있었지만 드러난 것은 10년도 안 됐습니다. ‘아이언로드’ 가설은 심지어 그 유적들이 드러난 후에 세워졌기 때문에 이제 시작인 셈입니다.

-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요.

△한: ‘아이언 로드’를 하나의 긴 서사로 꿰기에는 중간에 시기적 공백이 존재합니다. 그 틈을 메울 수 있는 지속적인 유적·유물 발굴과 조사가 필수입니다. 실용적인 연구와 자연과학, 암석, 철 등 다른 분야 전문가와도 연계하면 좋습니다. 이를 위한 정부와 자치단체의 관심과 지원, 연구 인력 확보도 수반돼야 합니다.

- 곽장근 교수님은 취재가 진척되는 동안 ‘전북 가야의 아이언 로드’를 ‘동북아 아이언 로드’로 확장시켜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곽장근 교수: 그렇습니다. 두 가지 유물을 통해 전북가야와 일본간 교류가 왕성했음을 파악했습니다.

일본에서 복발(覆鉢)형 투구가 많이 나오는데 이게 우리나라 남원 운봉고원에서만 나오는 투구와 모양이 같아요. 제작 시기도 운봉가야에서 나온 것과 시기가 일치하죠. 또 하나는 역자형 비대칭 철촉입니다. 일본에서 많이 나오는 유물로 이 또한 우리나라에선 남원 운봉고원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유물입니다.

공교롭게도 일본 칠기문화가 6세기 중엽 흥하는데, 전북 가야가 바로 그 시기에 망합니다. 신라에 편입되는 서기 554년 무렵이죠.

즉, 전북 가야의 철 장인들이 신라가 아닌 바다 건너 일본으로 건너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최고의 장인집단 일본에서 철기문화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것이고요.
 

남원 월산리에서 출토된 전북 가야시대 투구와 갑옷.
남원 월산리에서 출토된 전북 가야시대 투구와 갑옷.

- 이를 뒷받침하는 데 필요한 점은 무엇입니까.

△곽: 기록은 없습니다. 역시 유물을 통한 고증만이 답입니다. 지속적인 발굴·조사를 통해 유물 데이터를 쌓는 것이 답을 찾는 길이겠죠.

또 하나는 유물의 성분검사입니다. 철도 사람처럼 DNA가 있습니다. 생산지별로 다 다르죠. 전북 동부의 철은 니켈이 풍부한 것이 특징입니다. 전북, 영남, 일본 등의 철기 유물 성분을 비교해보면 철의 고향이 어디인지 명확하게 나올 것입니다. 오히려 성분 검사가 발굴에 드는 예산보다 효율적이죠. 이에 대한 예산 마련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전북 가야 아이언 로드 역시 현재는 걸음마 단계지만 장기적으로 ‘동북아 아이언 로드’까지 발전시켜야 합니다. 중국에서 한국, 일본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철기문물 교류, 그 중심에 있었던 전북 가야의 국제성을 밝혀야 합니다.

- 전북 가야 제철유적은 세계적으로도 유일한 고대 제철유적 단일 밀집지역이기도 하죠.

△곽: 현재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1100여 건 중 고대 제철유적은 한 곳도 없습니다. 전북 가야는 전세계에서 극히 이례적이고 중요한 유적지입니다. 전북 동부권에서 최근까지 발굴된 제철유적이 현재 230개소에 달합니다. 계속 찾고 연구한다면 두 배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의미와 가치를 공유하고 제대로 평가 받아야 합니다. 시간·예산이 들더라도 전북 동부권의 전북 가야 제철유적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해야 합니다.

- 전북 가야 제철유적의 세계유산 등재에서도 ‘아이언 로드’가 중요한 키워드입니까.

△곽: 물론입니다. 중국 제나라라는 족보·뿌리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철기문화 집합체가 어느 날 갑자기 생겼을 리 있겠습니까. 이게 설명이 되지 않으면 가설에 불과합니다.

- 찬란한 전북 가야사의 복원이 기대됩니다.

△곽: 전라도 천년 이전의 전북이야말로 한반도를 이끌었던 강력한 중심이었습니다. 번성했던 가야문화 자원이 재현돼 백두대간에 살아 숨 쉴 생각을 하면 벅찹니다. 옛 전북 가야의 1500개 봉수가 복원돼 태양열로 가동하는 레이저 쇼가 펼쳐진다면요. 철 박물관을 선점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전북 7개 시·군에 분산형으로 조성해 관광과 상생을 동시에 이루는 겁니다.

전북 가야사 복원이 바로 전북 몫 찾기입니다. 미래발전 동력이자 지역 화합의 연결고리죠.

<끝>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