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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90) 10장 백제령 왜국 6
[불멸의 백제] (190) 10장 백제령 왜국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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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0.0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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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잡찬 김부성은 김춘추의 친척이다. 왜국에 온지는 3년, 그동안 꾸준히 왜왕실 관리들의 환심을 사 놓았지만 백제방(百濟方)의 위세를 당할 수는 없다. 백제방은 2백년이 넘는 기간 동안 존속해 왔을 뿐만 아니라 왜왕실 또한 백제계인 것이다. 백제 왕실과 마찬가지로 수백년 간 이어져왔기 때문에 신라는 아스카에 신라소(新羅所)라는 이름으로 저택 하나를 빌려 20여명의 상주 인원을 두고 있을 뿐이다. 백제방은 궁성 근처에 성 같은 대저택에서 왕자를 방주(方主)로 삼고 왜왕과 함께 왜국을 통치하는 상황인 것이다. 더구나 왕실의 주요 대신은 물론이고 지방 영주 대부분이 백제계였으니 신라소는 사신 영접이나 무역거래를 돕고 있을 뿐이다. 김부성이 박치수를 불렀을 때는 해시(오후 10시) 무렵이다. 신라소 안쪽 내실에서 둘이 마주앉았을 때 김부성이 말했다.

“지금이 절호의 기회야. 왕후가 왕위를 잇는 것을 망설이고 있는 데다가 소가 이루카는 이 기회에 왜왕이 되려고 하거든. 그렇게 되면 왜국은 소가 가문에게 넘어가고 백제와는 원수가 되는 것이지.”

불빛을 받은 김부성의 두 눈이 번들거렸다. 김부성이 말을 잇는다.

“그러면 이루카는 신라한테 매달리게 되지 않겠나? 백제는 왜국을 잃는 거야.”

그때 박치수가 물었다.

“대감, 지금 풍이 왕궁에 들어가 있습니다. 아마 왕후께 대관식을 치르라고 조르고 있지 않을까요?”

“아직 나오지 않았어.”

김부성이 눈썹을 모으고 박치수에게 말했다.

“아찬, 10명을 데리고 가서 풍을 치도록 하게.”

“지금 말씀이오?”

“풍이 아직 궁에서 나오지 않았다니 지금 달려가 길목에서 기습하는 거야.”

“대감, 풍은 10여 명의 위사를 끌고 다닙니다. 10명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렇다면 내 호위병 10명을 더 떼어줄 테니까 20명으로 하지.”

“예, 풍을 베고 현장에 이루카 대신의 경호병들의 흔적을 남겨놓지요.”

“옳지.”

김부성이 머리를 끄덕이며 웃었다.

“과연 그대는 칼솜씨만큼 지모도 뛰어난 무장이다.”

“만일에 대비해서 모두 이루카군(軍)의 복장을 하고 전상자는 현장에서 치우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선 박치수는 거구다. 6척 장신에 허리에는 장검을 찼는데 화랑 출신의 무장이다. 내실을 나온 박치수가 부관 석필을 부르자 어둠 속에서 사내 하나가 소리없이 다가왔다. 검은 옷을 입어서 얼굴만 드러났다.

“부르셨습니까?”

“지금 대감의 경호병 10명까지 합쳐서 20명으로 백제방주 풍을 친다.”

박치수가 낮게 말하자 석필이 숨을 들이켰다.

“길목에서 기습합니까?”

“아직 궁에서 나오지 않았다니 서문사(西門事) 앞길이 좋겠다. 숲속인 데다 길이 좁지 않으냐?”

“앞뒤에서 막고 쳐야 합니다.”

“좌우 숲에 매복시킨 기습대가 풍을 죽여야 한다. 내가 숲에서 직접 풍을 치겠다.”

“오늘 왜국의 존망이 결정되겠습니다.”

“이루카가 왕위에 오르면 일등공신은 우리가 되는 것이야.”

박치수가 어깨를 부풀렸다. 검객으로 명성을 떨쳐온 박치수다. 지금까지 검술시합에서 한번도 패한 적이 없는 박치수다.

어느새 석필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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