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19-12-11 20:08 (수)
[송준호 교수, 문장의 발견] 목이 마르면 물을 드세요
[송준호 교수, 문장의 발견] 목이 마르면 물을 드세요
  • 기고
  • 승인 2018.10.08 19: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글날인 내일도 청명한 공기상태가 계속되겠습니다.’ 어느 ‘기상전문 캐스터’의 말을 운전하다가 들었다. 청명(晴明)한 공기상태(空氣狀態)가 계속(繼續)되겠다고? ‘맑은 날씨가 이어지겠습니다.’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던 걸까. 혹시 그런 한자말을 늘어놓으면 품격이 저절로 오를 거라고 믿어서, 아니면 습관?

한글은 겨레의 자랑이자 인류의 위대한 발명이라고 했다. 우리 문화의 고유한 정체성을 담고 있는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자,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글자이므로 정부와 온 국민이 함께 빛내야 나라가 더욱 발전하고 튼튼해진다고도 했다. 한 나라의 말글은 그 나라의 얼이고 정신이라면서 1990년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하는 바람에 한글사랑, 나라사랑 정신이 흐려지고 우리 말글살이가 혼란스러워 나라가 흔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글날 공휴일 추진 범국민연합’이 주도한 국민청원 글의 일부다. 그들은 한글이 세상에 반포된 것을 기념하는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하여 온 국민과 함께 이를 경축하고 인류 문화문명 발전에 이바지할 때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말들이다.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나라가 흔들리고 있다는 대목만 빼면 그렇다. 생각해보라. 빗발치는 국민청원에 한글날을 공휴일로 다시 지정한 게 2013년 일인데, 그로부터 몇 년간을 되돌아보면서 우리 모두 촛불을 들고 세종대왕을 모신 광장에 모여 그게 나라였냐고, 이게 나라냐고 한탄했으니 하는 말이다.

‘폐일언(蔽一言)’하고, 한글날마다 ‘소중한글’을 갉아먹는 외래종으로 입에 자주 올리는 게 영어라지만, 몰라서 그렇지 더 심각한 것은 품격을 착각하고 마구 주워섬기는 한자말이다. 지독하게 더웠던 지난여름 어느 날, TV 속 ‘기상전문 캐스터’는 또 이렇게 말했다. ‘갈증이 발생하면 수분을 섭취하세요.’라고….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