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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곁, 함께 있어 든든한 사람들] “임대료 외려 내렸다” 전주 한옥마을 속 착한 건물주
[내 삶의 곁, 함께 있어 든든한 사람들] “임대료 외려 내렸다” 전주 한옥마을 속 착한 건물주
  • 남승현
  • 승인 2018.10.11 1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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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한옥마을 남창당한약방 원장, 세입자 임대료 4년 새 3배 줄여줘
힘들 때 먼저 다가가 세입자 상담…“수익보다 한옥마을 전통이 먼저”
11일 전주시 한옥마을 임대료가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4년간 임대료 3배를 내린 착한 건물주 남창당한약방 원장 한광수 씨(69)(오른쪽)와 세입자 강익순 씨(59)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조현욱 기자
11일 전주시 한옥마을 임대료가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4년간 임대료 3배를 내린 착한 건물주 남창당한약방 원장 한광수 씨(69)(오른쪽)와 세입자 강익순 씨(59)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조현욱 기자

“월세가 너무 과하긴 하지. 주변을 보니까 다들 돈을 많이 벌려고 그러는거여. 함께 어울려 사는‘한옥마을’이라고 생각하면 얼마나 좋아?”

전주 한옥마을내 남창당한약방 원장 한광수 씨(69)는 최근 폭등하는 한옥마을 임대료 현상속에 보기드문 착한 건물주다.

그의 이름은 이 건물 1층에 입주한 세입자 강익순 씨(57)의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주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한 씨가 받는 임대료는 최근 이곳 임대료 폭등과는 거리가 멀다. 보증금 1억5000만 원에 월세 350만 원. 그의 건물 월 임대료는 3년 새 3배 가까이 줄었다.

한옥마을‘임대료 폭등’세태에도 세입자와 우애를 과시하는 비결이 궁금해 그가 운영하는 한약방이 있는 전주시 완산구 태조로 54번지를 찾았다.

그의 건물 1층에서 갈비 전문점을 운영하다 앞치마를 두른채 기자를 만난 강 씨는 “원장님을 만난 건 행운”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지난 2015년 아이스크림 전문점을 열었다. 56㎡(17평)짜리 공간의 월 임대료는 1000만 원이었다.

회사에 다니다 퇴직한 중년 남성이 야심 차게 개업했더니 석 달 만에 메르스가 돌면서 한옥마을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쫄딱 망하던 찰나 원장님이 부르더니 괜찮냐고 묻더라고요. 그러면서 임대료를 1000만 원에서 600만 원으로 낮춰 주셨어요. 먼저 말하지도 않았는데, 감사하죠.”

이듬해 갈비 전문점으로 메뉴를 바꾼 강 씨는 올해 여름 또 한 번 놀랐다. 한 씨가 임대료를 또 낮춰줬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관광객이 감소하자 강 씨는 한 씨를 찾았다.

“버티기 힘들다”던 강 씨의 말을 들은 한 씨는 고민끝에 600만 원이던 월 임대료를 350만 원으로 내려줬다.

한 씨의 건물이 자리한 태조로 일대는 최근 임대료가 2~3배 뛰면서 그 임대료를 감당 못 하는 상인들이 내쫓기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벌어지는 곳이다.

한옥마을 관광객이 수시로 오가는 한 씨의 한약방 1층 점포는 이곳에서도 목이 좋기로 소문난 편이다.

주변상가들은 임대료를 올리는 것 같다는 질문에 한 씨는 “열심히 일해도 벌이가 좋지 않은 세입자에게 고액의 임대료를 받는 것처럼 폭리도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완주에서 태어나고 전주 영생고를 졸업한 한 씨는 지난 1987년 한옥마을 입구에 건물을 세우고 은은한 한약 향을 풍기고 있다.

그는 인터뷰 요청에 며칠 고민에 빠졌다고 했다.

한 씨는“임대료를 내린 사실을 외부에 알리는 게 사실 쉽진 않아요. 주변에 임대료 시세에 영향을 줄 수도 있으니까 시기하는 사람도 있고요. 그런데 한옥마을 임대료 문제가 요즈음 심각한 상황이잖아요. 서로가 이해하고 양보를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 용기를 냈습니다”고 말했다.

그는 “한옥마을에서 돈을 벌면 안 된다”며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진단했다.

이어 “세입자도 큰 점포를 빌려서 이를 쪼개고 개인에게 재임대하는 일종의 전전세를 하고 있다”면서 “또 건물주도 수익을 더 내기 위해 임대료를 올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대료 급등의 문제는 서로가 욕심을 줄이고, 양보하면 될 일”이라며 “나의 일이 아니라 한옥마을을 지키는 방향으로 풀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을 요청한 이들은 수줍게 웃었다. 한 씨를 ‘어른’이라고 부르던 강 씨가 말했다. “제가 안아드려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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