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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세계소리축제-리뷰 ③] 여전히 가장 뜨거운 산조의 밤
[전주세계소리축제-리뷰 ③] 여전히 가장 뜨거운 산조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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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0.16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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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장
김희선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장

전주세계소리축제와 국악방송이 공동으로 기획한 ‘산조의 밤’에서는 이용구의 이생강류 대금산조, 허윤정의 한갑득류 거문고 산조, 허윤정·이용구·이태백·김청만·김태영의 시나위-허튼가락이 연주되었다. 19세기에서 태어나 20세기에 꽃을 피운 산조는 20세기 중반 이후 ‘과정의 음악’에서 ‘완성의 음악’으로 현대적 전승을 통해 선율이 고착되었다. 그럼에도 산조가 21세기에도 시대의 음악으로 남아있는 것은 예술가들의 음악이기 때문이다. 산조는 예술가로 하여금 평생을 바칠 수밖에 없도록 한다. 관객도 산조를 감상하는 동안은 한순간도 한눈을 팔거나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도록 음악은 긴장의 세계로, 몰아의 경지로 안내한다.

‘산조의 밤’이 특별했던 것은 예술가가 명인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고스란히 보여준 이용구와 허윤정의 성장을 목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젊은 산조로 기억되는 이용구와 허윤정이 들려주는 완숙하고 묵은 성음은 이들이 기억하는 이생강 한갑득 스승의 소리와 따로 또 같이 깊은 울림을 주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산조가 어렵고 예술가를 겸손하게 만든다는 이들의 소회는 산조의 무게가 이들의 음악이 더욱 묵직해진 이유라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이후 연주된 시나위-허튼가락은 여럿이 즉흥으로 구성하는 허튼가락이 흐드러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음악적 내공과 장인 정신임을 확인시켜주었다. 무엇보다 명인이자 이들의 스승인 김청만, 이태백과 후배이자 제자인 김태영의 조화는 대를 이어 전승되는 산조의 생명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특히 시나위를 위한 이태백의 철아쟁 선택은 금속성의 색채를 더해 시나위의 헤테로포니 위에 음색을 포개 올려 색채가 다채로운 시나위를 만들었다.

‘산조의 밤’은 평생의 공력을 들여 지켜온 예술가들의 산조 열정이, 민속악의 한없는 깊이와 자유가 객석에 고스란히 전달되어 산조의 진수를 감상하기에 흡족할 뿐만 아니라 오래도록 기억될 공연이었다. 치열하게 음악 인생을 사는 최정점의 예술가들을 만난 호사가 다행히 현장뿐 아니라 방송을 통해 전국에 생방송으로 전달되었으니 전주세계소리축제와 국악방송의 존재 이유는 이것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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