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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06) 11장 영주 계백 2
[불멸의 백제] (206) 11장 영주 계백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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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0.24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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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계백이 머리를 끄덕였다.

“가신 중에 떠난 자는 몇 명이냐?

“셋이 처자식을 끌고 떠났습니다. 나머지는 저와 함께 남았습니다.”

사다케가 말하자 계백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사다케, 너한테 수습하는 일을 맡기겠다. 돌아가 가신과 주민들을 안돈시켜라.”

숨을 들이켠 사다케가 시선만 주었을 때 계백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들었느냐? 내가 일을 맡긴다고 했다. 그러니 내가 죽으라고 할 때까지 네 배는 나한테 맡기도록 해라.”

몸을 돌린 계백을 바라보던 사다케가 이윽고 머리를 청 바닥에 붙이고 절을 했다. 그날 밤, 야마토성 내궁의 침실에 누워있던 계백이 문밖의 인기척에 몸을 일으켰다.

“누구냐?”

“나리, 내궁의 시녀가 왔습니다.”

백제에서부터 따라온 위사여서 지금도 나리라고 부른다.

“무슨 일이냐?”

그때 시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영주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선 계백이 침실의 문을 열었다. 마루 위 등의 불빛을 받고 선 두 여자가 보였다. 뒤쪽에 선 위사는 당혹한 표정이다. 그때 앞에 선 시녀가 계백에게 말했다.

“방으로 들어가게 해주시지요.”

계백이 머리를 끄덕이자 시녀가 앞장을 섰고 뒤를 젊은 여자가 따른다. 시녀는 나이 들어서 머리가 반백이다. 시녀의 우두머리인 시녀장이다. 이윽고 계백이 자리에 앉았을 때 여자 둘은 나란히 앞에 앉았다. 방 안의 공기가 흔들리면서 향내가 맡아졌다. 기둥에 붙여진 양초의 불꽃이 흔들렸다. 그때 시녀가 말했다.

“수청을 들 부인을 모셔왔습니다.”

이미 짐작은 한 터라 계백이 가볍게 대답했다.

“필요 없다. 데려가라.”

그리고는 덧붙였다.

“나는 너희들처럼 닥치는 대로 상관하는 사람이 아니다.”

“예, 백제 본국은 그렇게 기준이 섰지만 이곳은 다릅니다.”

“앞으로 이곳도 그렇게 기준이 있어야겠지, 물러가라.”

“이분은 이또님의 소실로 아야메님입니다. 영주님.”

“이또가 죽었으니 절에 가서 여승이 되어도 좋다.”

계백이 바로 대답했을 때 시녀가 한숨을 쉬고 말했다.

“이제는 절로 가실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침실에서 쫓겨났으니 자결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죽지 말도록 해라.”

“사다케님은 명을 받들겠지만 아야메님은 다릅니다. 영주님.”

“네가 데려왔으니 너도 함께 죽는 것이 낫겠다.”

계백이 눈을 치켜뜨고는 시녀를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손을 뻗쳐 장검을 쥐었다.

“건방진 년, 내 앞에서 위협을 하느냐? 이리 목을 늘여라. 두 년의 목을 단칼에 베어주마.”

그러자 시녀와 아야메가 동시에 두 손으로 방바닥을 짚더니 목을 늘였다. 자리에서 일어선 계백이 장검을 쓰윽 빼들었다. 칼집에서 칼이 빠져 나오면서 쇳소리가 났고 두 여자의 몸이 굳어졌다. 그때 계백이 다시 장검을 칼집에 꽂으면서 입맛을 다셨다.

“늙은 년은 불을 끄고 물러가라.”

그리고는 침상으로 다가가면서 말했다.

“아야메라고 했느냐? 너는 새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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